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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계절 이별

by 한명화

숨길을 붙잡으며

공원의 산 길을 오른다

한 계단 두 계단 돌계단을 오른다

무성하던 잎새 떠나보내고 난 후

속살 드러내고 부끄러워하는 나무

돌계단 위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가을이 떠나감에 울먹


자연은 약속을 따라 흐른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봄이라고

푸르름의 잎새를 자랑하며 여름이라고

알록달록 색칠해 놓고 가을이라고

그리고

만추의 산하는

때로는 쓸쓸함으로

때로는 스산함으로

내 마음을 어르고 달랜다


내 마음 위에 놀던 가을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떨어져 내린 낙엽의 눈물을

바스락 밟히는 낙엽의 노래를

스산함에 가슴 시린 마음으로 듣던

가을과 이별을 해야 한다

하얀 눈이랑 찬바람 몰고 올

겨울과의 또 다른 사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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