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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달 Sep 08. 2016

그 땐 몰랐었다

그것이 만남이었는지

광교산에 혼자 올라갔다 왔다. 12시 30분에 출발해서 구경할 거 다하고 컵라면 하나 끓여먹고 돌아서 여기저기 구경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장 난 안경도 고치고...


어젠 그이 친구랑 사당에서 만났다. 그 친구의 집안 사정을 들으면서 가슴이 에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보다도 안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그이한테 프러포즈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한 해를 꽉 차게 사랑한 것 같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있다면 더욱 깊어진 사랑과 우정과 의리 같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랄까.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렇게 우리가 인연이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사람을 잘 본거라고 생각한다. 그이와 나는 나이 먹어서도 같이 바라보자는 약속을 하며 살고 있다. 전남편과 이혼하는 과정에서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힘든 시간을 겪게 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건 내 몫이라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눈을 뜰라치면 행복감이 밀려든 밤이 엊그제 같은데 혹여 쌓여가는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의 변화가 진행되어가는 건 아닐까?

늘 같은 생각, 같은 행동, 같은 느낌으로는 삶이 보전될 수는 없을까?

사랑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 미미한 변화 속에 어느 순간 느껴지는 걸까?


이 센치한 생각들은 끝이 날 줄 모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복잡한 건 사실이다.



어쩌면 인생은 고통과 잔인함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것을 행복의 수치로 본다. 얼마나 많은 행복과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냐 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관건인 것이다.





만남


하루하루 쌓여갈 땐 몰랐었다
그것이 만남이었는지
시간이 흘러 흘러 사연이 굳어지니 

아름다운 나날들 되어 미소로 답해준다
냇가에 버들강아지 버들거리고 
냇가에 들갓이 나고
냇가에 유채꽃이 피고
냇가에 낙엽들 둥둥 떠다니고
냇가에 살얼음 얼 때
비로소 내가 만남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빨갛게 익어가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남을 익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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