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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Feb 23. 2017

[여행에세이] 졸린데 자긴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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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조금 기쁘게 다가온다.
  
분명 다른 날과 다름없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감춰 두었던 기쁨이 차오를 때
나는 여지없이 네가 떠오른다.
  
어떤 날은 조금 슬프게 다가온다.
  
분명 다른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 깊이 숨겨 놓았던 슬픔이 휘몰아칠 때
나는 여지없이 네가 떠오른다.
  
이렇게 나의 하루의 기쁨과 슬픔 그 감정 온도는 모두 그가 조절하였고,
내 기분은 내 태도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삶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가 없으면 내 슬픔이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다 내 슬픔은 그가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그가 있으니 내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그러다 내 기쁨은 그가 준 것이 아니구나. 깨달았다.
  
기분에 의해 들쑥날쑥해진 태도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연애는 옳은 연애가 아니란 것도 차례로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에게 온도계를 빼앗아, 손안에 움켜쥐고는, 어렵게 온도를 맞춰보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러자 어떤 날은 평온하게 다가왔다.
  
분명 다른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다름없이 평범했던 하루 그 마지막엔 나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제야 보였다.
그가 아닌 내가 

가슴에 손을 대어보았다. 
딱 적당한 온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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