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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Feb 13. 2017

[여행에세이] 졸린데자긴싫고

고작 하루(Man Ver.)





내가 사랑했던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8시쯤 집을 나와 그의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을 하고
한시쯤 사람들과 함께 점심밥을 먹으며, 밥을 먹은 후 나에게 하루의 중간을 보고해주었고, 
일주일 중 세 번 정도는 야근을 하며, 일주일의 마지막 아침은 늘 늦잠을 잔다.


그가 나에게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늘 같은 시간에 방송하는 텔레비전의 채널들처럼 기억하지 않아도 줄줄 외울 수 있었고, 
그 채널 안에서 그의 말투, 눈빛들이 모두 선명했는데

우리가 헤어진 다음 날부터는 모든 채널이 지지직거렸다. 

어떻게 하루 만에 그가 이토록 나에게서 멀리 느껴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건, 나를 그의 우주 밖으로 쫓아낸 기분이다.

그녀와 헤어진 나는 
매일 밤 어지러운 꿈속을 헤맸고, 자주 멈칫거리는 행동 때문인지 준비 시간이 길어졌으며 
운전에 집중할 수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는 
길 위에 모두가 그녀와 닮은 것 같아 자주 뒤를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으며, 
술의 힘으로 수화기를 들 것 같아 친구들의 연락부터 피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 편의점에 들려 어제와 같은 양의 담배 한 갑을 산다.


너와 헤어진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시계에 추를 매단 듯 느리고 무겁게 흐르며 이런 먹먹함을 고작 하루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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