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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Feb 13. 2017

[여행에세이] 졸린데자긴싫고

호기롭던 여자, 익숙하지 않던 남자.





처음에는 웃고 있는데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그에게 관심이 갔다.
지쳐 보이는 그 남자의 어깨가 여자는 마음에 들었다.
예전부터 슬프고 아픈 것들에 더 애정을 쏟는 여자였다.

_그에게 아픔이 있겠다
어렴풋이 그렇게 짐작했지만그 아픔의 종류가 무엇인지 여자는 크게 게이치 않았다.

_아픔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깐, 그의 아픔을 나눠 들어주자.
여자는 자신이 할 수 있을 거라고나만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사랑엔 늘 호기롭던 여자였다.



처음부터 여자는 살랑살랑 강아지처럼 다가왔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같이 있으면 따뜻했다.

_그녀는 사랑이 많았다.

굳이 마음을 열어보지 않아도표정에서 이미 다 들켜버리는 그녀가 남자는 예뻤다.
유독 까맣게만 칠해져있던 사랑의 방에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선뜻 방 안에 들여놓을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 삶의 무거움에 치여, 남자는 사랑의 무거움까지 떠안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사랑은 다르다' 는 마음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상처를 나눠 갖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남자였다.


여자는 빠르게 달려갔다
그를 하루빨리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너를 진짜 웃게 할 수 있는 내가 되겠다고

남자는 그 마음들을 한 켠에 쌓아두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가 좋아졌다아니 사랑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늦지 않았길 바라며, 그녀가 좋아할 만한 영화 티켓을 끊어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회사 앞에서 얼마간을 서성거렸다.
기다리다 보니 왠지 모를 불안함이 따라왔다. 
그녀의 마음도 자주 이랬을 거라 생각하니, 돌 하나를 삼킨 듯 마음이 묵직해졌다.
그렇게 얼마간을 더 서성거렸을까 멀리서 그녀가 보였다.
'어쩐지 너무 행복하다 했어......'


여자는 남자의 고요함이 힘에 부쳤다.
사랑은 바라지도 않았다.
마지막까지 여자가 바랬던 건 남자의 대답이었다.
내가 너에게 달려와서 좋은지 싫은지
내가 너의 옆에 누워있어서 좋은지 싫은지
내가 널 웃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
너의 마음을 기다려도 되는지 아닌지
계속 내가_ 너의 옆에 있어도 되는지 아닌지

그리고 이렇게 다른 사람과 있는 날 보며, 너는 질투가 나는지 안 나는지....


늘 연애의 고질적인 문제는 타이밍이지만 
늘 연애에 놓치는 하나는 사랑의 속도이다. 

그녀에겐 느렸던 시간들이 그에겐 빨랐을 것이고
그에게 빨랐던 감정들이 그녀에겐 답답한 속도였을 것이다. 

타이밍만큼 맞추기 어려운 감정의 속도 

하느님. 만약 우리가 운명이라면 같은 시계의 톱니바퀴를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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