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집에서 영어공부를 하게 된 이유와 방법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세 달이 되어 간다.
같이 공부하는 것을 계속할지 몰라서 글로 정리하는 것을 미루었는데, 내년에도 계속하게 되어 그동안의 일을 글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부부 간이나 부모자식 간에 무언가를 평화롭게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할지 말지 몰라서 글로 쓰는 것을 미루어왔다.
집에서 1:1로 직접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냥 두면 앞으로 영어를 싫어하게 될 거 같아서였다. 영어를 싫어하기 시작하면 뇌 속에 외국어를 거부하는 방어기제가 발휘되어 그 이후로는 고통스럽게 영어를 참고 공부해야 한다.
화상 영어 접속이 잘 되지 않아서, 아들이 화상 영어 수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수업하기 전에도 수업을 피하고 싶어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제시각에 수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수업에는 마지못해 참여하였고, 단순한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답변을 제대로 못하였다. 'Where'와 'What'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대화가 오고 가지 못하고 교재를 겨우 읽다가 끝내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아들은 수업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화상 영어는 몇 달 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사실 영어를 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3학년때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4년째였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는 게 좋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그래서, 학원을 보내거나 억지로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책을 사서 공부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몇 년 동안 렛츠고리딩(온라인 책 읽기), 리틀팍스(애니메이션 동화), 로켓걸 시리즈 같은 쉬운 영어책 읽기를 시켰다.
최근 몇 년간 유튜브나 블로그에도 많이 소개되는 엄마표 영어 스타일이었다. 하는 방식이 저마다 달라 딱 이런 것이 엄마표 영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스토리 듣기를 하면서 영어를 습득하고, 엄마와 같이 공부하는 방법을 계속해왔다.
아들은 성실한 편이라서,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렛츠고리딩과 리틀팍스를 꾸준하게 듣고 따라 하기를 했다. 길게 하지는 않았다. 에피소드 하나씩 2번씩 반복하면 20 ~30분 정도 걸렸다.
렛츠고리딩에 나오는 문제풀이도 잘했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이 효과가 없었던 걸까?
듣기를 할 수 있는 범위보다 말하기 범위는 훨씬 적다고는 하지만 4년 동안 꾸준히 듣기와 따라 말하기를 했는데 실전 전화영어에서 말하기가 너무 안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듣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말하기가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안 되는 걸까?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데 현재의 방법을 계속하면 되는 걸까?
일단 직접 가르쳐보고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뭐가 부족한지 파악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선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테스트해 봤다.
나는 그동안 정말 다양한 국내외의 유튜브 동영상으로 영어공부를 8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소스는 많이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 “미드 1만 시간 본 남자” 채널의 자가진단을 활용했다.
타이틀 : 미국에서 매일 쓰는 필수 표현 50개 + 50개(활용)
https://www.youtube.com/watch?v=erhnZPiWqtA&t=36s
평서문, 부정문, 의문문, 권유문 골고루 섞여 있고 문장이 “Do you agree?” “I’m not learning English.”처럼 짧고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아 회화 초보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처음 테스트에서 아들은 37개를 맞추었다. 솔직히 기대이하였다. 4년 동안 렛츠고리딩과 리틀박스를 했는데, 절반도 못 춘 것이다.
자가 테스트 영상은 평서문 다음에 의문문이나 부정문 또는 의문문 다음에 평서문이 나오는 구성이다. 예를 들어 3번째 의문문 문장을 몰라도 3번째 해답의 영어 문장을 보고 4번째 평서문은 3번째 영어 문장을 힌트로 해서 맞출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그런 구조가 아니라면 20개도 못 맞출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입이 좀 트이기 시작하면 전화영어를 계속하게 할 생각이었다. 기본적인 평서문, 의문문, 부정문 만들기와 자주 쓰는 표현이 입에 익숙해지게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었다. 따로 연습하지 않으면 전화영어 시간만 해서는 숙달이 되지 않아서, 축구의 드리블이나 패스 연습처럼 같은 것을 무한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안 되는 부분만 숙달시켜서 다시 전화영어를 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지난 10월부터 집에서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해서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간다.
3주 동안 같은 영상을 무한 반복해 봤다.
시간은 일주일에 3번, 1번에 한 시간씩 하기로 했다.
60분은 꽉 채워서 쉬지 않고 말하기를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총 180분 동안 말하기 연습을 한 것이다.
자가 테스트 영상만 하면 지루하기도 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아래 영상도 같이 활용했다.
실제 미국 7살 아이들 40명 영어 문장 100개
https://www.youtube.com/watch?v=SwmjIx7_YpM
그리고, 언젠가는 전화 영어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How are you?"에 대답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도 병행하였다. 그것도, 2, 3개 채널의 영상을 번갈아서 보면서 따라 했다.
"How are you?" 한 두 번 보고, 미국에서 매일 쓰는 필수 표현 2, 3번 반복하고, 실제 미국 아이들 40명 영어 표현 2, 3번 반복하면 한 시간이 꽉 찼다.
그리고, 미국에서 매일 쓰는 필수 표현은 자가 테스트 형태로 몇 개를 맞추는 매일 체크해 나갔다.
중학교 영어 준비를 한다는 것은 사실 6년 후의 대입 영어를 준비하는 것이고 그것은 문법과 독해를 위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루한 문법과 독해 영어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영어에 흥미를 붙이고 영화 회화를 좀 할 수 있게 되는 시간.
중학교 영어 준비도 해야 하지만 중학교 영어 수준은 높지 않으니 회화 영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중학교 영어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수준의 어휘 실력이면 기초 회화가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를 반복하면서 매일 테스트를 계속하면서 점수를 체크했다. 점수는 조금씩 올라갔다. 70점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틀린 것만 체크해서 그것만 다시 테스트를 한 번 더 했다. 틀린 것을 계속 같은 방식으로 틀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2주를 반복하고 3주 차부터는 90점이 넘고, 95점에서 더 점수가 올라가지 않아 자가 테스트 영상은 그만하기로 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계속 영어 공부를 할지 아니면 다른 교재로 구입해서 할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아들은 3주를 나랑 하는 수업이 할만했는지 학원을 가지 않고 계속 집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전화 영어는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렛츠고리딩(온라인 책 읽기)만 연장하고 리틀팍스(애니메이션 동화)는 가입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하였다. 영어 학원도 보내지 않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