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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곰 Mar 08. 2020

집에서 밖에서도 잘 지내기 위해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옳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 

혹시 '나에게 정말 문제가 있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문제인가?' 이런 의심이 들 때면 의심해보자. 고요한 가운데 마음이 흔들리는 것인지, 혹은 바람을 불어대는 존재가 내 주변에 있지 않은지.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스쳐 지나는 존재라면 적절히 무시하면 되고, 혹시 가까운 이라면 불편함을 일발적으로 견디는 대신 진지하게 정색해서 상관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해보자. 원만한 사회생활보다 내 자존감이, 어떤 타인과의 인간관계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하니까.




잘 산다는 건 곧 잘 싸우는 것이다. 타인과의 입장 차이와 갈등이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 요소인 이상 그렇다. 꽤 오랫동안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싸움에 대해서도 오해한 채 살아왔다. 스스로 누구와도 잘 안싸우는 사람인 줄 알았고, 또 살면서 되도록 싸울 일이 없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큰 소리를 내며 다투는 사람들을 보면 뭐가 그렇게나 열을 올릴 일인가 싶기도 했다. 애인이나 친한 친구와 크게 다툴 만한 상황이 오면 언성을 높이는 대신 냉랭한 분위기 속에 좀 일찍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게 내 방식이었다. 혼자가 되었을 때 그 마음을 곱씹으며 삭이거나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리면 평정이 돌아오곤 했다. 잊어버리고 다시 잘 지내면 다행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 선을 넘는다 싶으면 그 사람을 서서히 안 보는 쪽으로 정리했다. 서운함이나 불만을 드러내고 표현해서 상대와 부딪치는 대신 마음속에 기대와 실망, 평가의 대차대조표를 기록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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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황선우. 김하나. 위즈덤하우스.



+ 집에서 지낸지 3주를 넘어가는 밤, 내일은 늦잠을 자도 되는 월요일이지만 다음 주 한주만 지나고 나면 다시 회사에 가야하는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사진은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에서 탠과 알렉사가 무척 고민하던 날.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말하기 방식, 또는 사람을 대하는 편집 방식이 여느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지 않아서 좋았다. 결론은 언제나 붙거나 떨어지거나, 희망이거나 절망이거나, 그게 나이거나 남이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는 기대와 회복과 우정과 절실함 같은 것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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