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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PD Aug 10. 2022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해.”

입장이 바뀐다는 것

그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회사에서 생긴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많이 힘든데 자신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라도 조언을 해달라는 그에게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해.”라고 했다. 현실을 이기지 못할 바에는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냐는 나의 조언이었다. 나의 이 한마디가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와 이야기했던 그 일을 까마득히 까먹고 있었다.

그때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그 한마디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를 깨닫고는 늦었지만 그에게 다시 사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결국은 그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기존에 있던 직원들이 회사를 만들어서 나갔고, 그렇게 우리들은 동지에서 적이 되는 경쟁을 하게 되었다. 중화권 영업을 하고 있던 나는 그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영업을 하면서 자주 경쟁을 하던 관계였다. 거래처가 같다보니 본의 아니게 서로간의 오해가 생겼고, 그 오해는 인간적인 부분으로까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누군가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로서는 그런 관계까지 된 부분이 많이 서글펐다. 아마도 그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억울하게 오해를 받아서 힘들다고 선배에게 고민을 이야기를 했다. 그에게 위로를 받거나 내 편을 들어달라고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잊고 있었던 그때가 오버랩이 되면서 그가 나에게 내가 했던 말을 하고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다 같은 회사 사람들이었잖아,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해.”라는 그의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정말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실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 그때의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과연 나는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 적이 있었을까? 같은 일임에도 이런 반대되는 마음을 느끼는 것은 난 타인을 얼마나 배려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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