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볼거리와 완성도로 보여준 인간의 광기
지난 2021년 뮤지컬 매출액은 약 2,345억 원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2022.1.3 기준). 코로나19로 위태로웠던 공연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보인 여러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대형 뮤지컬의 귀환이다. 뮤지컬 '위키드', '비틀쥬스', '시카고', '하데스타운'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어느 때보다 활기를 보였던 지난 한 해, 특별히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많은 볼거리와 높은 완성도를 지닌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그 주인공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한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한 창작 뮤지컬이다. 신이 되려한 인간과 인간을 동경한 피조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이 활발하지 않았던 2010년대 초반에 창작되어 주목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꾸준히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무엇보다 '프랑켄슈타인'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일본 대형제작사 토호 프로덕션과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2017년 1월 일본에서 공연되며 국내 창작 뮤지컬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네 시즌에 걸쳐 사랑받은 작품은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원작 소설의 설정이나 핵심 사건을 제외하면 많은 부분이 재창조된 것도 익숙하지만 색다름은 건넨다. 죽어버린 시체가 다시 깨어나는 강렬한 첫 오프닝은 곧 시간을 거슬러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이자 '신이 되길 원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주목한다. 전쟁의 한복판 명령 불복종으로 죽을 뻔한 신체 접합술 전문가 앙리 뒤프레를 구해준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그와 함께 새 생명을 창조해 나가는 일을 도모한다. 이후 무대는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는 인간의 광기를 더해가며 인간의 이기심, 생명의 본질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음악이다. 비극적인 이야기 사이에서 관객의 감정을 밀고 당기는 멜로디는 한 곡도 놓칠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무엇보다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전 배역 1인 2역이라는 파격적인 시도는 작품을 더욱 다채롭게 해주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시체를 되살린다는 다소 공포스러운 설정에 현실감을 더한 것은 그로테스크한 정서를 한껏 살린 사실적인 소품이다. 여기에 성벽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무대, 생명 창조를 위한 실험실, 노예들의 피와 땀이 가득한 결투장, 호숫가와 북극 등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참고로 중요한 장면들을 모티프로 한 포토월도 관객의 발을 사로잡는다.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전동석은 더욱 깊어진 감정선과 음색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이번 시즌 처음 합류한 앙리 뒤프레/괴물 역의 정택운은 재빠른 몸짓과 변화하는 감정선을 날카롭게 표현한다. 작품을 탄탄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조연들과 늘 힘찬 에너지를 품고 있는 앙상블들의 활약도 놓칠 수 없다. 오는 2월 2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다.
* 온라인 연예매체 <뉴스컬쳐>에 기고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