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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라 Apr 23. 2022

뮤지컬 '라이온 킹'

지금 당장 서울에서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는 가장 빠른 법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지금, 서울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아프리카의 초원이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21개국, 100여 개 도시, 25개 글로벌 프로덕션, 1억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발표된 작품, 바로 뮤지컬 '라이온 킹'이다. 이번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어 더욱 반갑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공연 사진. Photo by Joan Marcus ⓒDisney


토니 어워즈를 수상한 최초의 여성 연출가 줄리 테이머의 손에서 탄생한 '라이온 킹'은 사바나 초원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 그는 공연의 연출, 의상 디자이너, 마스크 공동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여전히 작품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줄리 테이머는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지금까지도 전 세계 새로운 프로덕션의 수퍼바이저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는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것으로, 앞서 지난 2018년 서울과 부산에서 오픈한 바 있다. 이번 시즌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라이온 킹'의 음악은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애니메이션 원곡 외에도 3곡의 새로운 곡과 작품의 근간이 되는 아프리카의 소울을 담아낸 음악가 레보 엠, 제이 리프킨, 줄리 테이머, 한스 짐머가 협업했다. 'Rhythm of the Pride Lands'는 애니메이션 OST로부터 영감을 받아 레보 엠, 마크 맨시나, 한스 짐머가 만든 앨범의 음악으로 뮤지컬에 포함됐다.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비롯해 레보 엠의 아프리칸 소울이 담긴 합창곡까지, 작품은 서양의 팝과 아프리카 특유의 사운드와 리듬을 풍부한 음악을 소개한다.


드넓은 아프리카의 초원, 특히 동물을 내세우기 위해서 줄리 테이머는 '퍼펫'을 선택했다. 막이 오르면 퍼펫과 한 몸이 된 배우들은 순식간에 다양한 동물로 변신하며 잊혀진 상상력을 깨운다. 모두가 배우의 얼굴과 몸을 가려야 한다고 말할 때, 보란 듯 퍼펫 아래나 밖으로 배우의 존재를 노출시켰다. 이것뿐만 아니다. 이외에도 배우들은 자유로이 평원 위를 나는 새가 되거나 긴 목을 가진 기린, 두툼한 몸짓의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 그리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초원의 풀 등으로 변신한다. 배우의 몸, 손, 얼굴 등과 연결된 퍼펫은 섬세한 작동으로 순식간에 현실성을 더한다. 신체의 굴곡이 자연과 동화된 표현, 동물의 몸짓을 상상시킨 역동적인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공연 사진.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여기에 새하얀 백지와 같은 무대에 덧칠해진 다채로운 조명은 순식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특히 빛과 어둠을 활용한 그림자 등의 연출은 20년 전에 탄생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됐다. 아프리카 소울이 가득한 리듬, 그리고 흥겹게 들리는 언어도 독특하면서도 새롭다. 보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 모든 연출이 더해져 관객은 러닝타임 내내 판타지의 세계로 푹 빠지게 된다. 이번 '라이온 킹'이 아쉬운 딱 한 가지는, 코로나19로 인해 객석을 누비는 동물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화려한 볼거리만이 감동을 건네는 건 아니다. 삼촌 스카의 유혹에 빠져 위험에 처한 어린 심바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 무파사는 죽는다. 고향을 떠난 심바는 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을 만나 성장하지만, 과거 친구였던 암사자 날라를 만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무파사의 말을 기억해낸 심바는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라이온 킹'은 권선징악, 성숙의 여정 등의 굵은 이야기에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메시지까지 더하며 깊어진 감동을 전했다. 오는 3월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 온라인 연예매체 <뉴스컬쳐>에 기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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