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각 나라별 유명한 축제에 대해 소개한 글을 봤다.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하얼빈 눈꽃제, 독일 옥토페스타 등 한 번도 발을 디뎌본 적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세상의 이야기들. 그 안에 삿포로 눈 축제가 있었다. 지금은 40개가 넘는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그때는 해외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 때라 막연하게 언젠간 겨울 삿포로를 꼭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 삿포로에 왔다. 비록 눈축제는 보지 못했지만, 지붕에 크림을 왕창 짜놓은 것 같은 두꺼운 눈들을 실컷 보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는 한 소설의 문장처럼, 삿포로는 설국 그 자체였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겨울 같은 느낌에 K한테 물었다.
"겨울이 끝나기는 해?"
"그럼, 삿포로는 라벤더밭도 유명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겨울도. 켜켜이 쌓인 눈들도 결국은 녹는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새싹이 피고,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늘 겨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간 꽁꽁 얼어붙은 고통들도 서서히 녹아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