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광적으로 빠져서 지냈던 적이 있다. 소소한 감성이 내가 가진 무엇과 잘 어울려서였던 거 같은데 일본의 감성들을 접하면서 가졌던 로망(?) 이 있다. 바로 일본 기차 여행이다.
햇빛은 강하게 내리쬐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풀밭. 땡땡땡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역장의 호루라기 소리. 찌를듯 시끄러운 매미소리. 나가이 나츠야스미 (긴 여름휴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런 풍경의 여행 말이다.
나는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 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무더운 여름의 기차는 아니지만, 온통 새 하얀 풍경인 것도 색다르다.
잔잔한 바다, 그 위를 살포시 덮고 있는 눈,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일,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 앞으로 일본 기차를 생각하면 대신 떠오를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