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무기력의 진창 속에서 쓰는 글
나는 무기력할 때 글을 쓴다. 지금이 그렇다. 해야 할 것들을 잔뜩 쌓아두고 하는 도피는 달콤하고 진득하다. 퇴근하자마자 쓰러지듯 잠을 잤는데 속으로 계속해야 할 것이 있는데 되뇌었다. 잠을 잔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새벽 1시 30분, 아빠가 내 방을 불을 꺼주러 왔는데 그때서야 나는 부스스 눈을 떠 책상 앞에 않았다. 세 줄 정도 내일모레 발표할 pt의 스크립트를 만들다가 가방 안에 있는 이석원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러다가 또 한 시간을 이렇게 하릴없이 날려 보냈다. 지금 자면 내일 또 같은 일이 반복되겠지. 나는 도대체가 배우지를 못하는 사람이다. 분명 목요일에 뼈에 사무치게 후회할 것이 뻔한데 나는 우울을 핑곗거리로 삼으며 책상 앞에서 퍼져있는 것이다.
피곤해서 무기력한 건지, 무기력해서 피곤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항상 무슨 일을 계속하고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 번 늘어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렇게 연휴를 날려 보냈다. 충분히 쉬었다고 애써스스로를 다독거려보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런 한심한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는 건 자기기만이다. 지금 하고 있는 짓도 다르지 않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흘끗 보기에 고상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도피인 것이다. 잠은 언제 자고 출근은 어떻게 하지. 내일모레는 어떻게 하지. 아니다, 이미 내일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항상 지쳐있다. 모든 게 다 정리되고 좀 안정적인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태생부터가 멀티플레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 이렇게 여러 가지에 신경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지친다. 위가 아리는데 이게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먹고 바로 잠이 들어서일까,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최근에 변변찮은 것들을 집어넣은덕에 위가 혹사해서일까. 일단 오늘은 잠을 청해야겠다. 책임감과 게으름이 적당히 섞인 질척거림에서 얼른 빠져나와 내일을 기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