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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수 Jun 13. 2023

AI는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루다를 비롯한 AI 친구 서비스에 대한 고찰

최근에 이루다를 비롯해서 AI 친구를 만들려는 시도가 굉장히 많다. 근데 아직까진 대중적으로 유의미하게 working하는 사례는 없는 듯한데, 왜 그런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1.

일단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AI 친구를 아무리 100% 완벽하게 사람처럼 상호작용하도록 구현하더라도 진짜 사람 친구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인공 다이아몬드의 기술이 뛰어나서 육안상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인공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에 매기는 가치는 다르다. 사람들은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 가짜”가 있음에도 “진짜”를 더 원하고, 어떻게든 구별할 방법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AI 친구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AI 친구는 나를 케어해주는 척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인간으로서 많은 노력을 들여서 나를 케어해주는 존재와 동일하게 느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 동일하지만 않을 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지금의 부족한 부분들이 개선되기만 하면 충분히 유의미하게 working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도 그것이 실존하는 세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착각을 주기에는 충분하고, 그래서 굉장히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2.

지금의 AI 친구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힌트를 닌텐도의 동물의 숲 게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의 숲은 동물 주민들과 함께 섬에 살아가면서 섬도 가꾸고, 집도 꾸미고, 낚시도 하면서 힐링하는 게임인데, 이 동물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이 정말 디테일하게 잘 구현되어 있다.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자 낚시를 하거나 뛰어놀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수도 있고, 말을 걸면 그 상황에 맞춰서 대화한다. 선물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어느 날 가보면 집에 내 선물을 장식해 두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다 보면 주민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고 애착도 생긴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귀여운 비주얼을 갖고 있는 것도 덤이다. (안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 섬에서 쫓아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힐링하라고 만든 게임에서도 외모는 무시할 수 없다… ㅋㅋㅋ)



왜 동물의 숲 주민들에게는 애착이 생길까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는 서사가 있고 그것을 진짜라고 착각하기에 충분한 장치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동물의 숲 주민들은 대단한 AI 시스템도 아니고 단순한 룰베이스로 구현되어 있지만, 몰입에 필요한 주변 장치들이 너무 잘 구현되어 있다. 섬에서 같이 살아가면서 내가 직접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 섬세하게 잘 구현이 되어있고, 그것을 시각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니(+귀엽고), 진짜라고 착각하기에 굉장히 그럴듯한 세계인 것이다.


3.

그래서 지금의 AI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더 발전된 AI 기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도와주는 가상 비서를 구현하는 거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우리가 AI 친구에게 기대하는 건 대단한 능력이 아니니까.


결국 지금의 AI 친구들에게 부족한 건 서사가 아닐까 싶다. 이루다 같은 서비스에도 서사가 없지는 않지만 사실 피상적인 수준이고, 그것도 내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서사는 아니다 보니 몰입에 한계가 있다. 정해진 서사대로 대화할 뿐이고, 내가 그 서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그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애착을 가지기는 힘들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이 캐릭터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치들이 더 많아야 할 것 같다.


또한, 서사를 잘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믿을만한 시각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AI 친구가 경쟁력 있는 컨텐츠가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AI 친구도 결국은 넓은 범위에서 보면 컨텐츠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 넷플릭스나 게임 같은 다른 컨텐츠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대신 AI 친구와 대화하기를 선택하려면 충분히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각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50년 전이었다면 텍스트 인터페이스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컨텐츠였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쟁쟁한 경쟁 상대가 너무 많다. 옛날에 텍스트로만 되어있던 게임을 지금 와서 플레이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AI가 게임에 제대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불가능했던 무궁무진한 컨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미래에 대해서도 굉장히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근데 AI 기술을 더 발전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동물의 숲 예시처럼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방법들을 잘 활용하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적용되어 훨씬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동물의 숲이라면 꽤 해볼 만할지도…? 아무튼 기대되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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