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 기자의 육아의학공부 - 육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한방차'
아이들이 첫돌이 될 무렵부터 ‘배도라지즙’을 먹였습니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숨소리가 거칠고 가래가 끊이지 않아 자주 병원을 찾았는데요, 그때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건 뜻밖에도 ‘아연’같은 영양제가 아닌 ‘배도라지즙'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유독 좋아해 준 덕분에 1년 6개월 여간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음료수처럼 배도라지즙을 먹였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기간동안 아이들의 감기가 이틀 이상 간 적은 한 번도 없었고요. 거의 맑은 콧물만 훌쩍일 뿐 기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죠.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꼭 배도라지즙만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의 면역력을 보강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거친 ‘육아 현장’에서는 배도라지즙 뿐 아니라 마죽, 대추차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차(茶)’들이 아이들의 감기와 호흡기 질환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라는 게 약도 아니니 누가 명확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다들 그저 주변 친한 부모들의 ‘~카더라’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한 번 스스로 공부해 보았습니다. 이 '차'들이 대체 어떤 효능이 있는건지! 신동길·장선영·조백건 한의사가 공저한 <세살 감기, 열살 비염>을 참고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기침 , 가래가 오래 갈 때 소아과 선생님께서 '배즙'을 달여 먹여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흔하게 접하는 '배즙'이 한의학에서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 권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배도라지즙은 배즙에 '도라지'를 추가한 형태인데요, 아이 키우면서 엄마들 중에 '배도라지즙'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분은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영유아용 식품 브랜드에서 제품을 내놓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거든요 . 배와 꿀, 도라지를 섞어 즙을 내 먹게 하면 폐의 열이 줄어들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꿀은 생후 12개월 이후에 가능합니다. 아이가 돌 전이라면 꿀 대신 올리고당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돌 전의 아이에게는 도라지를 포함하지 않은 배즙 만을 먹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 번 감기에 걸리면 꽤 오랜 기간 콧물이 나고, 코막힘이 지속되는 아이도 많습니다. 누런 콧물이 오래 가는 건 폐에 나쁜 열이 쌓인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호흡기 점막에 윤기를 주고, 폐를 촉촉하게 해서 열을 내리는 게 중요한데요, 말린 대추와 감초를 섞어 달인 대추차가 효능이 있습니다.
콧물만 흘리는 증상이 2주가 채 안됐다면 파뿌리차나 차조기 잎을 달인 차를 먹이는 것도 좋습니다. 파뿌리차는 아이가 만 3세 미만이면 하루 3회, 만 3세 이상이면 하루 2회를 권합니다. 물론 2주 이상 콧물을 흘린다면 비염일 수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소화기관이 약한 아이는 감기에 걸리기만 하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마죽’을 권합니다. 어린 아이는 소화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소화하기 쉽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이는 게 중요한데요, 한방에서 ‘산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마’는 성질이 차지도 덥지도 않아 비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 등에 잘 쓰인다고 합니다. 만성적으로 설사가 잦은 아이는 구기자차, 대추차도 도움이 되고, 꾸준히 유산균을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침이 계속되면 맥문동차>
다른 증상 없이 기침만 오래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침은 먼지, 가래 등의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감기 반응이지만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이 지속된다면 기관지가 건조해진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맥문동차를 권합니다. 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 중 하나인데요, 폐와 기관지를 윤기있기 해 주는 특성 덕분에 최근 수년 간 미세먼지가 유행하면서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입소문을 탔습니다. 기침이 오래 갈 때는 차로 끓여마시지만,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며 보리차처럼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병의원을 찾아 약을 처방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기본적인 간호 수칙을 알고 있으면 처방받은 약으로 치료하면서 가정에서도 적절한 대응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신생아일 때 기관지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병간호를 한 경험이 있는데요, 당시 받은 몇 가지 의료진의 조언과 <세살 감기, 열살 비염>의 일부 내용을 참고해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1. 38도 이상의 고열이 시작되면 옷을 얇게 입히거나 벗겨 놓는다→아이느 어릴 수록 열에 견디기 힘듭니다. 때문에 한겨울에도 38~40도의 고열이 온다면 일단 옷을 벗기고 피부를 시원한 공기에 노출하는 게 좋습니다. 또 손수건에 미온수를 묻혀 마사지를 해서 몸의 체온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2. 콧물은 마른휴지보단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콧물은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게 중요한데요, 마른 휴지로 닦으면 코 밑이 빨갛게 되고 결국 피부를 다치게 됩니다. 부드러운 가제 수건에 물을 묻혀 코를 풀게 하는 게 더 좋습니다.
3. 코딱지가 많아 코가 막혔다면→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보통 실내 습도가 60%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네불라이저’라는 가정용 기기를 사서 식염수를 넣고 코에 김 쐬기를 해 주는데요, 그밖에도 미온수를 묻힌 손수건을 코 밑에 잠시 대고 있거나 하는 방식으로 코 점막을 촉촉하게 해 주면 코딱지가 말랑말랑해 지고 쉽게 배출됩니다.
4. 가래가 많아 숨 쉬기 힘들 때→가래에도 네블라이저는 효과가 있었는데요, 가래가 심할 때는 병원에서 네불라이저 사용을 위한 약을 처방해주기도 합니다. 가래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아이를 앉히고 손을 동그렇게 오므린 후 등을 두드려줘야 합니다. 이 때는 가능하면 손을 탁구공을 쥐듯 오므리고 간으하면 세게 두드려야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