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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잘졔잘 Feb 03. 2022

8. 부고 소식

"나는 아무에게도 안 알릴거야"


엄마는 입을 조금만 벌려 오물거리며 말했다. 


"왜 아무에게도 안 알려... 빨리 알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이상하리만치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그 시간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엄마와 동생의 감정에 휘말리지 말아야한다'였다. 슬퍼도 참고, 울지말고 해야 할 일들을 내가 하자. 맞는 선택을 하자. 참 쓸데없는 허세였지만 그 땐 그랬다. 


하지만 결국 나도 속으로 생각했다. 

'회사에 알리는 게 맞나?'


당시 육아휴직 중이었기 때문에 휴직 중 부고 소식을 전하는 게 회사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일가 걱정이 됐다. 장례식은 조의금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예민하다고 생각한 것.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나 역시 장례식 앞에서는 마음을 아낀 일이 없다. 지금 이렇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갑자기 복직한 후에 "안녕하세요? 사실은 휴직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흑흑"이렇게 알릴 것인가?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그러니 회사에도알리는 게 맞구나. 바로 회사에 전화를 했다. 


부장께서는 몹시 놀라며 회사 총무팀으로 연결해주셨고, 총무팀에서는 고인의 성함과 장례식장, 발인일 등을 자세히 물어봤다. 5분 정도 뒤에 회사 단체 알림 문자가 왔다. 


'[알림] 증권부 000 기자, 부친상'


그리고 또 5분 뒤 포털에 부고 기사가 떴고, 걱정 가득한 동료들의 카톡이 날아들었다. 

'무슨 일이야?'

'오늘 저녁에 갈게'

'내일 갈게' 


이제는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할 차례다. 자, 범위를 정해보자. 어디까지가 부친상 소식을 전해도 되는 사람들인가. 이건 회사보다 조금 더 어려웠다. 언젠가 친구의 가족이 갑자기 2년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일이 있다. 무척 놀랐고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연락 안하고 지낸지 좀 오래 됐지만 그래도 알았으면 장례식은 갔을텐데. '악'으로 끝난 인연이 아닌 이상, 모든 인간관계라는 것이 한 때는 서로 너무 재미있다가 서로 사는 환경이 달라지면 서서히 좋아하는 마음이 소멸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절교한 게 아니라면 모든 인연은 아주 얇은 실로 조금씩은 이어져 있지 않나. 그러니 부친상 정도는 알려도 되지 않을까. 꼭 장례식장에 오란 얘기는 아니었다. 그냥 이 소식을 알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런 일이 있어서 소식 전해...부담 될까봐 고민했는데 그래도 알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쉽지 않았다. 너무 속 보이나? 결혼식은 초대할 사람과 아닌 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이 명확했는데, 장례식은 그렇지 않고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모두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사람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괜찮아?'라며 나를 걱정했고, 앞다퉈 조의를 표했다. 이제 그들이 실제로 장례식장에 오든 오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의 상 앞에서는 모두들 숙연해지고, 진심으로 마음을 써 걱정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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