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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잘졔잘 Feb 03. 2022

7. 장례식의 미션들

장례식이 진행될 병원 의자에 엄마와 나, 동생 셋이 나란히 앉았다. 

셋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식을 전해야 할지'에 대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 이걸 우리가 써서 우리가 직접 남들에게 알리고, 우리가 사람들을 초대해야 하는구나. 어렵고 고단한 일이었다. 

우선 상조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카카오톡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해 부고 알림을 만들어 엄마와 동생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공유했다. 


"이렇게 보내면 되지 않겠어?"

그러자 엄마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엄마 지인 중에는 나이가 칠십이 넘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만 보내면 되겠니?"


맞는 말이네.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하지?


서둘러 초록창에 검색을 했다. 아... 기억 난다. 그래, 사람들이 가족상을 당했을 때 보내오던 '저희 아버지가 소천하시어 소식을 전합니다....'로 시작하는 그 문자. 그걸 만들어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걸 내가 해야 하는구나. 사실 상조회사에서 전적으로 알려주는 일도 많다고 하는데 성질이 급한 우리 모녀는 그 절차를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작성하기 시작했다. 


'부친께서 소천하시어 삼가 알려드립니다' 


아... 부친? 부친상? 참 이상한 단어였다. 이게 내 단어라니? 

이런 생각을 아주 짧게 0.1초 정도 했다.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빨리 이번 미션을 수행해야  다음 절차를 또 진행할 수 있다. 장례지도사가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미션 컴플릿'을 확인했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아니 그런데, 발인? 발인할 곳을 아직 찾지 않았잖아. 엄마 발인은 어디서 하지?

넋나간 표정의 엄마는 또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때  장례지도사와 외삼촌께서 오셔서 두 곳의 발인 장소를 보여주며 결정하라고 하셨다. 두 곳 모두 수원에 위치한 화장장이었다. 발인 장소는 사실 앞으로 계속 고인을 만나러 가는 장소기 때문에 더 잘 알아보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부고 문자를 빨리 보내야 하기 때문에 빨리 결정해야 했다. 우리는 두 곳 중 좀 더 최근에 문을 연 곳으로 선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례지도사가 고인을 어떻게 안치할지 물었다. 유골함에 담아 안치할지, 수목장을 할지 그런 선택의 시간이었다.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엄마, 수목장이 좋지 않을까? 좀 더 비싸도?

아니, 아빠가 추울거 같아... 


?

엄마의 충격적인 대답에 나도 충격을 받았다. 그래, 사실 수목장이 왜 더 좋은데? 그냥 그건 그간 내가 생각한 어떤 보기 좋은 매장의 모습이고, 엄마는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그런데 아빠가 추울 거 같다니? 더 놀라운 건 동생도 같은 생각이라는 표정이었다. 아, 그래 아빠가 추울거 같다. 우리 아빠, 추위를 너무 많이 타니까. 


평범하게 봉안당에 안치하겠다는 소식을 장례 지도사에게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례 지도사가 어떤 유골함에 반짝거리는 보석을 붙일건지 말건지를 물었다. 보석이요? 풋, 솔직히 그 때 웃음이 터져나올 뻔했다.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면(정확한 가격이 생각나지 않지만) 보석이 붙은 예쁜 유골함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엄마, 붙이자 붙여. 

왜 유골함에 플렉스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살아생전 아빠한테 명품 한 번을 제대로 사줘 본 적이 없는데, 신장 투석을 하러 다니는 아빠를 차로 데려다줘본 적도 없는데. 지금 여기에 이 보석을 붙이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장례 절차라는 게 사실 모두 유가족의 만족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고인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거지. 그러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자. 나는 과감하게 보석이 박힌 유골함을 택했다. 


휴.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부고 문자를 보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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