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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잘졔잘 Jun 12. 2023

어린이만을 위한 네이버가 필요해

뉴스는 아이에게 유해하다 

"엄마 도산안창호가 뭐예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위인들에 깊이 빠져버린 아이는 요즘 매일같이 질문을 한다. 만세만세유관순에서 만세만세는 무엇인지, 몸바쳐서논개는 누구며, 몸바쳐서는 무슨 뜻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하다보면 주말이 훌쩍 간다. 탐구력이 강한 아이는 뿌듯하면서도 괴로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이가 몇 살이 돼야 인터넷에서 직접 궁금한 것들을 검색할 수 있을까? 학교 교과서에서는 본문 뒤에 '검색해보자'라는 과제가 등장한다. 격세지감이다. 검색을 해 보라고 시키는 교과서와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는 가정은 공존이 가능할까하는 의문도 든다. 




아이에게 네이버 검색을 허용할 수 있을까?


막상 아이가 3~4학년 혹은 5~6학년에 인터넷으로 자신의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검색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아이에게 검색을 허용할 수 있을까? 교과서는 아마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지만 '엄마'이면서 '기자'인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아이가 '스쿨존'이 궁금해 인터넷에 검색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1.네이버 검색창에 '스쿨존'을 입력한다.

2.가장 먼저 뜨는 화면은 스쿨존과 관련한 인터넷 쇼핑몰 광고다. 한참을 내리면 '스쿨존이 뭐예요'라는 네이버 어린이백과가 나타난다. 대략 스쿨존이 무엇인지 읽어보고 다시 화면 스크롤을 내린다. 


3.'충남경찰청, 스쿨존 등에서 대낮 음주운전 109명 적발'이라는 기사 제목이 등장한다. 

문해력이 뛰어난 초등학생이라면 경찰이 "스쿨존이나 다른 여러 곳에서 대낮에 음주운전을 한 109명의 사람을 잡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체 언제 음주운전을 했다는 거야?'라고 궁금해하며 기사를 클릭할 것이다. 기사는 경찰이 4월 14일부터 31일까지 음주운전단속을 했고, 그 결과 109명을 적발했다는 내용이다. 좀 더 적극적인 아이라면 '적발'이 무슨 뜻인지도 찾아볼 것이다. 


4.여기까지만 말해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저런 유니콘 혹은 천재 같은 아이는 왜 내 아이가 아닌가'라며 좌절할지 모른다. 



기자인 내가 봐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목만 보고 많은 아이들은 '낮에 음주운전하는 어른이 109명이나!'라며 놀라고, 친구들과 '음주운전은 사형시켜야돼'라는 말을 주고 받을 것이다. 혹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스쿨존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스쿨존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이렇게까지 법을 만드는지 궁금한 아이들은 별로 쓸모있는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 댓글은 더 무시무시하다.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은 서로 헐뜯고, 죽고 죽이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마구 내뱉는다. 댓글은 아이들에게 여과없이 보여지고, 아이들은 그 말을 배우고 학습하고 사용한다. 


포털 속 기사는 아이들에게 유해하다


이쯤되면 포털사이트 속 기사는 어쩌면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구글만 해도 이렇지는 않다. 구글에서 스쿨존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정의'가 등장하고, 동영상이 나타난다. 위에서부터 스쿨존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알아본 후 기사가 등장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많은 정보 속에서 '좋은 정보' '무해한 정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검색과 정보 선별은 학습과 훈련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만을 위한 검색 포털이 필요한 이유다. '스쿨존'을 검색했을 때 스쿨존이 무엇이고, 스쿨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스쿨존을 왜 만들었는지를 알려주는 검색포털 말이다. 스쿨존 관련 법규가 바뀌면 기사를 보완해 다시 알려주고, 하나의 사건이 생물처럼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과정을 다뤄주는 어린이를 위한 검색 포털이 필요하다. 


많은 뉴스를 보고 기사를 읽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기사는 이런 훈련을 충분히 한 것으로 추측되는 어른을 위해 작성된다. '109명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도 이 세상을 비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담대한 어른들 말이다. 이제 막 '인터넷'과 '기사'라는 세상을 접한 어린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이만을 위한 뉴스


어린이만을 위한 뉴스가 필요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같은 뉴스를 재가공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뽑아 제공하는 뉴스. 그리하여 어린이가 세상의 이면을 배우고, 그러면서도 세상을 너무 어둡고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담긴 뉴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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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기자

*어린이콘텐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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