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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Nov 13. 2017

등단의 의미

- 아직 멀었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


얼마 전, 시를 응모한 세 군데에서 당선 연락이 왔다.

문학00, **문학, □□문학.

이렇게 공통적으로 '문학'이 들어가있긴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문예지일 게다. 나도 응모하기 전까진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으니까.

신춘문예와 같은 누구나 알 만한 공모전에는 감히 엄두도 못내고 간편하게 메일로 응모 가능한 문예지 신인문학상 공모전에 몇 군데 넣었더랬다.(그 중 지방신문사 한 군데에 응모한 시는 여지없이 떨어졌다.)

그런데 세 문예지에서 당선 연락을 받고도 마음껏 기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쓴 시가 뽑혀서 문예지에 실린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일 수 있으나 문제는 등단의 여부가 내 선택에 달렸다는 거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등단을 위해서는 자신이 응모한 문예지 구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연락 온 곳 중 한 군데에서는 완곡하게 말했지만 나머지 두 군데는 최소 삼십에서 오십에 이르는 꽤 적지 않은 비용을 미리 지불하지 않으면 등단이 취소된다며 통보식의 메일을 보내왔다. 이런 관례를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알고 있었을 테지만 설마..했는데 직접 겪고 나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냥 눈 딱 감고 기쁜 마음으로 문예지 구매하고 지인들한테 뿌리고 '저 등단했어요~' 라고 하기엔 어쩐지 나 스스로가 떳떳지 못할 거 같았다.

그런 등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음을 던져봤다.

분명 자신이 속한 문예지에서 소신을 갖고 활동하는 분들이 계실 테고(나 역시 이미 '작당'이라는 이름으로 네 분의 작가님들과 문예지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계기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문제는 여러 외적인 요소를 떠나서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등단을 목적으로 자신이 활동하게 될 단체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정체성이 정립이 안된 상태에서 그분들의 잔치에 당당하게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연락을 받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니 내 시는 당연히 최종 당선에서 제외됐겠지만 부디 내 시를 읽고 연락을 준 문예지에서 응모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연락하고 단지 운영 회비를 걷기 위한 명분은 아니기를, 응모한 사람의 가능성을 조금은 보아준 것이기를..믿고 싶다.

글을 쓰면서 글 속에 나를 감추고 싶은 마음과 글을 통해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내 얘기가 혼잣말에 그치지 않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더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보다.

현재 여섯번째 개인책 출판을 준비하면서 출판사에도 열 군데 이상 투고해 놓았었다. 출판사를 통해 제대로 예쁘게 책을 내고 싶은 마음에..

두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저희 출판사의 색깔이나 방향과 맞지않아 반려됐다'는, 즉 퇴짜를 맞은 메일이었다. 그리고 몇 군데는 보낸 메일조차 출판사의 손에 열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묵묵부답이다.

겉으로는 괜찮습니다! 답변하고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지만 속으로는 사기가 꺾이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 글이 공감을 이끄는 글이 되기엔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이번 책도 결국엔 내가 만드는 자가 출판의 책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글에 대한 고민과 도전을 멈출 수 없다. 여전히 난 글쓰기가 좋고 무엇을 보든 무엇을 하든 글로 귀결되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계속 부딪히고 나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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