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내가 좋아하는 김민철 작가님의 문장 수집 관련한 온라인 강연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올해의 책'이 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김민철 작가님이 언급한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나도 읽어봐야지 메모해 놨는데....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앉은자리에서 1부 <비밀 노트> 편 완독.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어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빌려와서 바로 다 읽어버린 책.
이렇게 두꺼운데!(무려 670페이지)
챕터가 워낙 잘게 나눠져 있어 그냥 계속 읽게 되는 책.
대체 이 작가님 필력 무슨 일??
먼저 도서관에서 다 읽어버린 1부 <비밀 노트>는
매우 수려하게, 예쁘게 잘생긴 쌍둥이 어린 남자아이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아이들의 이름은 끝까지 언급되지 않는데
그들의 캐릭터만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2부 <타인의 증거>에서는 이 두 쌍둥이 형제의 이름이 밝혀지는데
아버지를 따라(?) 국경을 넘어간 아이가 클라우스(Claus), 할머니 집에 남겨진 아이가 루카스 (Lucas)다. (- 두 아이의 이름 스펠링이 동일하다 배열만 다름)
루카스는 원래 살던 마을에 남아서 이웃들과의 관계가 형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이 새롭다.
3부 <50년간의 고독>은 클라우스 입장에서 루카스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갑자기 대혼란이 시작된다.
알고 보니 이 이 3부작은 각각 따로 쓰였고, 시차를 두고 발표된 작품들이었다.
배경이 되는 시대와 마을이 같고, 등장인물이 같고, 이야기가 시대순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약간은 다른 이야기로 볼 수도 있는 것.
특히 3부는 내용이 좀 달라서 내가 잘못 읽었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했나 찾아봤는데
다 비슷하게 읽은 듯.
1부와 2부는 연결이 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3부가 클라우스 시점에서 돌아와 다시 만나는 이야기였다면 말끔했을 것도 같고,
그런 한편 3부는 독립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느낌이라 아쉬울 것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제목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보니, 어딘가에서는 거짓말이 있고, 그렇다면 그 거짓말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해설을 읽어보니 이 전체 제목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번역 과정에서 세 권의 책을 묶으면서 만들어진 제목이고,
작품의 원제는 1부 <커다란 노트(Le Grand Cahier)> (1986), 2부 <증거(La Preuve)> (1988), 3부 <세 번째 거짓말(Le Troisieme Mensonge)>(1991)이라고 한다.
(해설에서 정리해 놓은 부분을 인용하자면, 2부에 나오는 인물은 다음과 같다. - 아버지의 아이를 낳고 방황하는 처녀, 남편의 억울한 죽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도서관 여직원, 한 권의 책을 쓰겠다는 꿈을 좇으며 폐인이 되어가는 알코올 중독자인 서점 주인,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영리하지만 불구인 소년, 미남이고 지적이지만 소심한 동성연애자인 공산당 간부, 사회체제의 희생양이 된 늙은 불면증 환자... 이들의 인생은 각각 한 편의 장편소설이 되기에 충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아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술술 순식간에 읽게 되는 재밌는 책이지만, 그 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뭘까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책.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소설 읽으며 알 수 있었는데
이 작은 소도시로 대변되는 곳은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해설을 읽어보니 작가의 고향인 헝가리 쾨세그라는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니 너무 아기자기 예쁜 마을이다.
딱 오스트리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https://maps.app.goo.gl/vAJeRoMLZnq5idWb8
1935년에 헝가리에서 태어나 전쟁을 겪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작중 쌍둥이 형제를 자신과 오빠를 형상화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전쟁 중에 겪은 이야기들이 상당수 이 소설 속에 녹아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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