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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Apr 26. 2024

"군산에 와... 요새 청암산 너무 아름다워"

[나의 안식월 이야기] 봄으로의 초대

최자매님. 시간 날랑가. 4월 22일, 24일, 25일, 26일 중 하루 군산 와. 요새 청암산 너무 아름다워. 일찍 와도 좋아. 커피랑 빵 갖고 가서 산에서 아침 먹자.    

  

자매 없는 설움을 한번에 날려주는 언니의 부름이다. 가야지. 보고 싶으니까 제일 빠른 날 가야지. 아침 일찍 산에 갔다 오면 피곤할 것 같은데... 하루 먼저 가기로 마음먹고 호텔을 예약했다. 나는 월요일에도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이니까! 산에 가는 일정이니 동선을 고려해서 숙소를 잡았다. 지도 보기 좋아하는 나의 특기다. 동선을 고려해서 식당 찾기, 숙소 찾기.

     

언니는 격주로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내가 가는 주말에도 언니는 쉬지 못하고 일하고 왔을 거다. 프리랜서 작가에겐 늘 일이 먼저다. 그걸 아는 나는 주말에 만나서 놀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눈치 없는 객은 아니어야 한다. 내 시간이 많다고 언니 일정에 차질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함께 있어 달라고 질척대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루쯤은 혼자여도 괜찮다. 이미 몇 년 간 따로 또 같이 하는 여행의 맛에 빠져 있으니까 외롭지 않은데... 언니가 일요일에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뭐 먹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랬다.


가족들이 모든 잠든 일요일 오전 8시. 집을 나온 나는 수원역 플랫폼에서 기차에 올랐다. 서해금빛열차. 무궁화호에 비해 군산에 20분 빨리 도착하는데 관광열차가 원래 그런지 시장통이 따로 없다. 고요한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서둘러 이어폰을 끼고 나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봄은 봄이다. 날은 흐리지만 사방이 초록이다.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전북까지 세상이 깨어나는 모습을 한 자리에 앉아 보는 호사를 누린다. 가끔은 아, 탄성도 터트린다. 시작의 모습은 어쩌면 이다지도 아름다운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고, 졸필로도 담기지 않는 부드러운 아름다움. 맥없이 좋다는 말만 터져 나온다.      


군산역에 도착. 나는 이미 군산 프로 여행자인지라 택시 정거장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먼저 가야지. 앱으로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10분 정도 기다리란다. 내가 탈 버스는 7번과 8번인데 그때 12번 버스 한 대가 졸졸 거리며 섰다.

      

“군산시청 가나요?”

“안 갑니다. 10번대 말고 1번대 버스를 타야 해요.”     


앱으로 12번 버스 노선을 확인하니 호텔 근처에 정거장이 있다. 내려서 5~10분 정도 걸으면 닿는 거리. 언니와 만나기로 한 시간도 넉넉하다. 햇살도 뜨겁지 않고 배낭도 무겁지 않다.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버스를 탔다. “그냥 근처에 내려서 좀 걸을 게요.”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기사님의 대꾸는 없다.

      

손님은 나 하나. 주말인데 왜 이러지? 시동을 켠 버스가 달리는 시골길. 익숙하다. 언니가 소금빵을 사기로 한 르 클래식 카페도 지나친다. 어? 여기였구나. 10정거장쯤 갔으려나. 신경선사거리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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