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물었어] 한때 부서 후배가 읽은 <이런 제목 어때요?>
"도전하는 네 모습이 자극이 되는 순간이 많았어. 나와 함께 일한 시간이 쉽지 않았겠지만 약간의 자극이 되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너와 함께 일한 에피소드가 책에도 실려 있으니, 추억이 방울방울한 시간이 되길."
나랑 2022년 초부터 2023년 중순까지 함께 일했던 은경 선배가 새 책을 냈다. 제목은 <이런 제목 어때요?>다. 어느 자리에선가 누가 내게 (당시 같은 팀에서 일하는) 은경 선배가 어떤지를 물어보았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은경 선배는 일을 잘하는 것도 잘하는 건데, 경력이 2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을 잘하고 싶어 해요. 저는 선배에게 바로 그 마음을 배우고 싶어요."
나는 정확히 선배 경력의 절반 연차로, 내년이면 10년 차가 된다.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조금씩 이런저런 이유로 마모돼 간다.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이라는 걸 날이 갈수록 느끼는 요즘이다.
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팀에서 일했을 당시 은경 선배의 제안 아래 제목 스터디를 꾸렸던 적이 있다. 매주 한 번씩 회의가 끝나고 따로 모여 여러 신문에 등장하는 '제목만을' 따로 5~10개씩 선정해 제목을 어떻게 새롭게 뽑을 수 있는지를 공부하는 자리였다.
제목 스터디가 끝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딘가 성기고 어설픈 "내가 뽑은 제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목 스터디를 거치면서, 그리고 선배와 무수히 많은 제목을 뽑으면서("한 기사에 적어도 제목 후보를 5개 이상 뽑아봐!") 조금씩 내가 뽑는 제목도 최종면에 실리곤 했다.
나는 소위 오마이뉴스가 짓는 제목의 '쪼(바꾸기 어려운 습관이나 몸에 밴 특유의 버릇 같은 것을 이르는 말)'가 마음에 들지 않아(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제목을 관찰하다가 '아, 이거 오마이뉴스 제목이구나' 싶어 눌러보면 어김없이 오마이뉴스 제목이었던 경우가 많았고, 아직도 많다) 여러 차례 '쪼'에서 벗어난 제목, 그러나 어딘가 서툴고, 그럼에도 도전적인 제목을 지으려고 했다.
선배는 아직 무리한 제목이 아니면 내 제목을 최종면에 반영해 주거나, 반영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설령 최종면에 제목이 반영되지 않더라도(편집기자가 제목을 한 차례 지으면 그 제목은 팀장과 본부장을 거치게 되고, 때로는 온라인 지면 배치의 균형에 따라 다른 제목이 최종 선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 특이하다 싶으면 그 제목을 짓게 된 경위를 내게 물어보았다. 이것이 내가 앞서 말한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제목을 20년 간 지어온 사람이 쓴 책이 <이런 제목 어때요?>다.
선배는 책 속에 중간중간 나와 일하면서 있었던 일화도 담았다. 그 제목 짓기의 묘미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