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처이자 기획자이면서 마케터이자 디자이너이자 그로쓰 해커 되기
요즘 풀 스택 디자이너(Full-Stack Designer)라는 단어가 화제입니다. 디자이너 누구나 개발을 배우고 있고 그로쓰 해킹 능력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풀 스택 디자이너이자 기획자가 되는 것에 관심 있고 실천하려 합니다. 오늘은 풀 스택 디자이너에 대해 글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먼저, 풀 스택 디자이너란 서비스 또는 제품의 콘셉트를 정의 내린 후 완성된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대체로 뛰어난 제품들은 "전략 > 디자인 > 실행"이란 순서를 지니고 있고 이 세 가지 순서 모두에 관여할 줄 아는 사람을 흔히들 '풀 스택 디자이너'라 합니다.
세세히 쪼개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업무들을 담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회사 내에서는 기획자로 불리지만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하려 노력합니다. 또 공부합니다. 먼저 전반적인 시장조사와 사용자 리서치를 실시합니다. 정성, 정량조사 모두 포괄합니다. 이를 통해 문제를 정의 내리고 시장에서의 우리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목표와 유저가 누구인지를 정의 내립니다. 이후 서비스의 브랜딩을 잡은 뒤 랜딩페이지는 물론 서비스 설계(*구글 닥스, 액슈어, 키노트 등을 사용합니다.) 및 GUI 디자인(스케치, 포토샵), 프로토타입(액슈어, 인비전, Framer JS)등의 시각화 작업을 진행합니다. 개발을 거쳐 출시된 제품은 GA 등의 웹/앱 분석 툴을 사용해 추적-검증하며 디벨롭합니다. 또 서비스 안에 담길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실제 콘텐츠를 작성해나갑니다.
현재 개발은 Framer JS 등을 사용해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아니면 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저는 거의 모든 제품 생성 과정, "전략 > 디자인 > 실행"에 관여하고 또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풀 스택 기획자이자 디자이너가 되려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이 산재해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빠르게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내가 세운 가설이 맞지 않을 때 바로 고쳐나가야 하는 유연함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유연함과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작은 조직이 필수적이어야 하고, 작은 조직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커버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폭넓어야 했습니다. 누군가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시간도 없고 그래서는 안되었습니다.
풀 스택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나아가 팀의 업무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다른 업무들이 어떤 사고방식과 언어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올리는데도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아주 오래전 PPT와 파워 목업으로 기획문서를 작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와이어프레임에 대한 디스크립션을 적어야 하는데, 의성어와 의태어가 포함된 수백 페이지의 기획안을 적어야만 했습니다.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했지만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여간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콘을 클릭하면 사진이 왼쪽에서 약 0.5초의 속도로 쑥 하고 날아오고 이렇게 사진을 설명하는 글자가 같이 딱 나타나요."
"... 뭐라고요?"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딱딱하진 않고 정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이요."
"... 뭐라고요?"
그리고 아무리 디스크립션을 상세하게 적더라도 실제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를 글로 설명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스케치, 포토샵, Axure, Invision과 같은 프로토타이핑 툴을 사용하니 사용자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시간도 훨씬 단축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기획 또는 디자인 외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자신이 만들려는 서비스에 영향이 끼칠지를 이해한다면 보다 큼직한 구성이 눈에 잘 띄게 됩니다.
허나 풀 스택 디자이너로 일하기 위해 모든 역할을 세세하게 담당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로 보통 유니콘이라 하면 디자인과 개발 모두 뛰어난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은 매우 매우 드물며 풀 스택 디자이너가 이러한 사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풀 스택 디자이너란, "어느 하나의 특화된 분야를 지니고 있으며, 그 외에 여러 분야에 걸쳐 평균적인 능력을 지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말해 파이형 인재라고 하죠. 하나의 전문적인 분야가 있고 나머지 고르면서도 뛰어난 지식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인데, 이 능력이란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나타냅니다. 풀 스택 디자이너는 제너럴 리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첫 부분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나은 방안을 여러 시각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며 문제 해결 능력과 디자인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디자인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디자인과 이어진 일들에 포커스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프로세스에는 디자인 이외의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이 디자인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한다면 더욱더 뛰어난 디자이너이자 기획자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함께 노력해요! 킵 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