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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우 Dec 30. 2019

북유럽의 Mix & Match vs. Old & New

ㅣ 들어가며 ㅣ


<북유럽 디자인의 비밀>에서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10여년간 디자이너로 경험한 특별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북유럽의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이야기합니다.





믹스 앤 매치 (Mix & Match)는 이미 패션계에서는 잘 알려진 테마이자 유행의 흐름 중의 하나이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아이템들과 소재, 컬러를 감각적으로 코디해 새로운 룩으로 완성하는 트렌드를 지칭한다. 핵심은 감각이다. 이 한 끗 차이의 포인트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시대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북유럽의 건축문화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해서 믹스 앤 매치는 북유럽에서는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건축 분야의 흐름이다. 북유럽 건축문화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을 유지하고 계승하되,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디자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또 다른 결과물로 재탄생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위 사진을 보자. 독특한 형상의 이 건축물은 덴마크 건축가 킴 우천 (Kim Ultzon)과 오스트리아 건축사무소 테로이어 (TERROIR)의 합작품으로, 현재 말뫼 해양 대학교(The World Maritime University)가 입주해있으며, 2015년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있다. 미래지향적인 형상과 소재를 사용한 신건물과 오래된 역사를 가진 벽돌 건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건축계의 믹스 앤 매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건물을 증축하거나 보수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신축 건물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사유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개보수가 필요하다. 특히 이곳 유럽에는 지은 지 수백 년이 된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그 내부는 심하게 부식되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기존 건물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그 영역을 영리하게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의 역사적 의미와 외관을 유지하려는 의지와 함께,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의 건축 디자인을 주저하지 않고 융합하여 덧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실로 놀랍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벌써 여러 개의 건물들이 이러한 양식으로 또 다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건물 증축을 통한 실질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힙-플레이스가 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 매력적인 발상은 탁월하고 매력적인 발상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가는 옛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거기에 다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는 개념은 단지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측면으로 볼 때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볼러 온다.

위의 좌측 사진) 말뫼 시립 도서관 (Malmo city library) 역시 이 믹스 앤 매치의 훌륭한 사례 중 하나이다. 디자이너는 덴마크 건축가 헨링 라션 (Henning Larsen)로 지난 1997년 개관했다. 세계 유수의 건축상들을 수상하였으며,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들러보는 랜드 마크가 되었다. 좌측의 캐슬(Castle)과 우측의 스퀘어 건물인 “빛의 달력 (The calendar of light)” 을 중앙의 실린더 (Cylinder) 건물이 연결시킨다. 기존의 자료실 위주의 기능에 개인학습, 기술의 습득, 그리고 토론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재구성한다는 콘셉트였다. 특히 빛의 달력이라 불리는 우측 투명한 건물은 지상 4층의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오픈되어 완벽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바로 앞에 위치한 공원이 창문으로 투영되어 마치 커다란 액자를 보는 것 같다. 이렇듯 신, 구를 절묘하게 결합해 새로운 모양새를 만들어 냈지만 모두 각각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유지하며 공존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평범한 기능을 가진 이 도서관이 유니크한 건축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랜드마크 (landmark)로 바뀌었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굳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기존의 것에 더해지는 한 끗 차이의 감각만으로도 전혀 다른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위 사진 우측) 호텔과 콘서트홀 등이 한 곳에 모인 문화 복합 공간으로 2017년에 문을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옆에 지은 지 1 백 년이 넘은 작고 소박한 교회 건물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 조합이 스웨덴 말뫼(Malmo) 시내 한복판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위의 사진을 보자. 첨단 디자인의 유선형 다리 너머로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렇듯 현재와 과거를 잘 아우르는 사려 깊은 배려이며 실제 이곳 북유럽 사람들은 이러한 부분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디자인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는 그 난이도가 더 높다. 그런데 때로 이곳 북유럽의 문화가 이 어려운 문제들을 예상 밖의 해결책으로 쉽게 풀어나가는 것을 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 시도를 통해 얻게 되는 배움에 대해 더 가치를 두는 듯하다. 이 곳 북유럽 사람들은 모든 일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돌아가는 나라에서 온 필자이기에 더 크게 와 닿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천천히 해서 언제 완성되려나 싶은 일들도 진득하게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는 해결이 되어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언제 가는 해결된다는 믿음과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 납기일과 완료일을 중시하기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콘셉트를 유지하며 계획을 세운다.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대신 각각의 결과들은 완성도와 구성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디자이너라면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는 옛것과 첨단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잘 알 것이다. 이 두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완벽하며 설득력 있는 요소가 필요한데 북유럽 사람들은 그것을 찾기 위해 천천히 고민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차이가 있다면 시행착오에 대한 시간과 신뢰는 충분히 주어져 있기에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 주변 상황을 살필 겨를 없이 전력 질주해 달리는 것과,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상황을 하나하나 챙기며 볼 수 있는 사람의 자세는 다르다. 한국과 비교하여 하나의 견물을 완공하는데 평균 1.5배 정도의 기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완공 이후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건축시공에는 디자이너들의 영향력이 상당하기에 공장에서 찍어낸 듯 한 박스형 건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건축물의 색, 소재, 비례, 구조,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잘 ‘어우러진’ 건물들이 생겨나고 있다.

북유럽의 다양한 건축물에 보이고 있는 믹스 앤 매치


이는 ‘슬로 라이프 (slow life)’ 의 또 다른 산물이라 할 수도 있다. 이 문화가 일상적인 생활뿐 아니라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와 과감함을 선사한다. 속도에 따른 결과에 있어 강점을 보이는 아시아의 정서가 배어있는 나에게도 이 부분은 아직도 낯설기만 한 문화다. 물론 각각의 일장일단이 존재하겠지만 창조적인 결과물을 내야 하는 디자인 분야에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개념일 것이다. 이러한 가치에 기반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문화 (culture)’ 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식생활, 패션, 라이프스타일, 여행 등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 나라와 사회를 이루고 있는 문화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단숨에 눈을 사로잡는 임팩트 있는 디자인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단순화된 결과물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든 느끼고 발견하게 된다. 문화로부터 쌓아온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스칸디나비아 풍의 믹스 앤 매치의 흐름은 지금도 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Nordic Architecture

Mix & Match, vs Old & New


Mix & Match is one of the well-known themes of the fashion industry. According to the dictionary is to select and combine different but complementary items, such as materials or pieces of equipment, to form coordinated sets. Here in Sweden, I see many of opportunity for mix & match trend in the diverse industries including architecture. Many of old buildings are being rejuvenated, through the combination of tradition and high-tech design languages. We already know how difficult it is to make these harmonize perfectly.


This phenomenon is a new expression in Nordic architectural trends nowadays, showing fusion & iconic design languages. They choose to keep the traditional and add modern language to it which adds more value and uniqueness, and this smart thinking even brings another synergy effect which is called ‘re-birth location’.


This positive rejuvenation increases its value as a landmark.


ㅣ condensed version of full article ㅣ


ㅣENDㅣ





글 / 사진  조상우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사진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로,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으로 향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 시공사>를 출간했습니다. 


https://bit.ly/2t8FKnY


개인 홈페이지

https://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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