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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과 선 Jul 06. 2017

기업의 해외투자와 국내 산업 공동화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겨왔다. 덕분에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이 대폭 개선될 수 있었다. 2014년 3월 스마트폰 사업부 영업이익률은 7.1%였는데 노트7 폭발 전인 2016년 2분기에는 16.3%로 높아졌다.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같은 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이익률이 개선된 것은 베트남 공장 이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베트남 생산기지는 중화권 로컬 업체의 경쟁력을 따돌릴 수 있는 무기”라며 “2017년에도 베트남 생산법인을 보유한 업체들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해외 투자를 하는 일이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금액은 2016년 352억달러로 198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국내 산업 공동화’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전경련 계열 경제연구소나 언론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분석을 내놓곤 한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투자로 국내투자와 고용이 준다거나, 규제만 풀면 기업이 국내로 U턴할 것이란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해 보인다. 


다이슨이 2003년 영국 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길 때 영국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영국인 노동자 8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장을 옮기지 않았을 때 우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영국에서 생산직 노동자를 더 이상 고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영국에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후 다이슨이 세계적인 가전 회사로 성장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제임스 다이먼은 2014년에 2020년까지 영국에서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3000명 더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이슨이 영국에 계속 공장을 두었다면 800여명분의 일자리를 지켜질 수 있었을까. 옷 생산을 전량 해외 공장에 위탁하는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공장을 가동했다면 일본 내 고용이 더 늘었을까.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 연구원은 지난 3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 338만명(제조업체 기준 286만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해외 현지공장의 10%만 국내로 복귀해도 약 2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이는 국내 청년실업자 46만7000명의 6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창출효과와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의 U턴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업과 수도권 지역을 U턴기업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임금수준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아주 명쾌한 청년실업 해소 방안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무한 경쟁 시대에 기업이 글로벌가치사슬(GVC)을 구축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대신 한국 구미 공장을 확장했다면 처음엔 국내 고용이 늘었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해 더 많은 인력을 구조조정해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한다. 2010년 전봉걸·강대창의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기업 경영’, 2011년 강회일·김현중·박순찬의 ‘IT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국내 생산 및 고용’, 2014년 산업연구원의 ‘자동차부품 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경쟁력 구조 및 성과변화 분석’등의 논문은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하버드대 공동 연구시리즈의 일환으로 배리 아이켄그린·드와이트 퍼킨스·신관호가 2013년 출간한 ‘기적에서 성숙으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국의 발전단계나 노동비용, 에너지 및 원자재 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수준이나 동기에 관해서 이례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가 과도하다는, 즉 국내 산업을 ‘공동화’하고 있다는 견해와는 달리, 사실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한국과 같은 특징을 지닌 나라에 대해 예상되는 수준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다. 

… 한국이 해외투자를 좀 더 줄이고 최소한 국내 저축을 국내에 좀 더 투자한다면, 한국경제가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다. 하지만 본 연구진은 8장에서 이와 상반된 주장을 펼칠 것이다. 즉, 한국이 ‘딱 맞는 종류’의 해외투자를 늘린다면 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확대는 경제 규모가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얘기다. 물론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애를 먹는 기업이나 창업가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KDI-하버드대 공동 연구서 ‘기적에서 성숙으로’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한국에 이례적인 면이 있다면, 그것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수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아직도 한국과 같은 특성을 가진 나라에 대해 기대되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과거 반FDI 정책의 유산과, 경쟁 환경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잠재적 외국인투자자의 불만, 그리고 이웃 중국으로의 투자 쏠림 현상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 FDI를 추가 유치하는 정책개선을 통해 성장이 촉진될 것임은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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