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19년 만에 최고"...외신은 "3개월 만에 최고"
“4월 실업률 4.4%, 19년 만에 최고”
지난 15일 한국 통계청이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후 국내 언론은 이와 같은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반면 외신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S.Korea April jobless rate rises to 3-mth high” - 로이터
“South Korea’s unemployment climbs again in April” - 파이낸셜타임스(FT)
외신은 왜 19년 만에 최고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한국 언론이 말한 ‘19년 만에 최고’라는 것은 매년 4월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한국 실업률은 2000년 4월 4.5%를 기록했다.
한국 실업률은 지난 1월 이미 4.5%, 지난 2월 4.7%를 찍었다. 하지만 4월 실업률을 단순히 지난 1월과 2월과 비교할 순 없다. 계절과 불규칙 요인에 의해 매달 실업자와 취업자가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언론은 ‘전년 동월’로 비교해 4월 기준으로 19년 만의 최고라고 한 것이다.
외신은 이걸 몰랐을까? 사실 외신은 4월 실업률이 4.4%가 아닌 4.1%라고 보도했다. 4.1%는 계절 조정 실업률이다. ‘전년 동월’ 비교로는 계절적 변동에 노출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계절조정’을 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전년 동월 비교는 최근의 추세 변화를 포착하지 못해 시의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4월 실업자가 1년 전과 비교해 0만명 늘었다”와 “4월 (계절 조정) 실업자가 전달과 비교해 0만명 늘었다” 중에 무엇이 더 쉽게 와닿는지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과연 ‘4월 기준으로 19년 만의 최고’라는 표현이 현 고용 여건을 잘 보여주는 표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통계청도 고용동향 발표자료에 계절 조정 실업률을 포함한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원계열 실업률을 대표 수치로 앞세우는지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계절 조정 실업률을 쓰면 전월과 바로 비교할 수 있다. 최근 계절 조정 실업률 추이를 보면 2018년 12월 3.8%, 2019년 1월 4.4%, 2월 3.7%, 3월 3.8%, 4월 4.1%다. 그래서 외신은 한국 실업률이 “다시 올랐다” 혹은 “3개월 만에 최고치”라고 했다.
계절 조정 실업률이 문재인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 계절 조정이 원계열 실업률보다 항상 낮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1월 고용동향’이 발표됐을 때 FT는 “South Korea’s jobless rate soars to 9-year high”라고 제목을 뽑았다. 2월 계절 조정 실업률이 4.4%로 2010년 1월(4.7%) 이후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 언론은 “(1월 기준) 실업자 122만명, 19년 만에 최악”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1월 기준 실업률은 ‘9년 만에 최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굳이 인구 구조 변화에 영향을 받는 실업자수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했을까.
참고로 한국의 계절 조정 경제활동인구는 2000년 1월 2199만명에서 2019년 1월 2815만명으로 616만명 증가했다. 국내 언론은 2월 원계열 실업률이 4.7%였을 때도 별 말이 없었다. 2월끼리 비교하면 이미 2017년 2월에 4.9%를 기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용 상황은 좋지 않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추세이고, 임시·일용직은 줄었지만 36시간 미만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다. 고용 선행지표인 구인구직비율이 올 들어 급락한 것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 미·중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그 여파로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계절 조정 같은 더 정확한 지표를 놔두고 굳이 요상한 비교를 통해 ‘19년 만에 최악’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