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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울가 Jun 11. 2020

4년 차 디지털 노매드, 코로나로 인해 귀국하다.

코로나 사태 중의 말레이시아 4개월


오리지널 2020년 계획



4년 전 디지털 노매드 라이프를 처음 알려준 그와 올해 여름 결혼 예정이었다. 작년에 치앙마이 러이끄라통 축제에서 깜짝 프러포즈를 받고, 우리의 다가오는 미래를 맞이할 생각에 얼마나 행복하게 꿈꾸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디지털 노매드 커플답게 결혼식도 좀 더 의미 있게 하자며, 사랑하는 양가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우리의 라이프를 공유하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발리에서 결혼식과 여행도 준비 중에 있었다. 평소였다면, 대략적인 계획으로 이쯤에 태국, 두 달 후쯤 바다 근처,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웠었겠지만, 올해는 결혼식과 가족, 친구들을 위한 여행도 함께 준비해야 하니까! 1월부터 12월까지의 계획을 다 세워둔 상태였고, 1월에 이미 5월까지의 항공편과 숙소도 정해둔 상태였다.


2019 치앙마이 러이끄라통 축제와 깜짝 프러포즈


말레이시아의 락다운 MCO의 시작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말레이시아 정부의 락다운인 MCO (Movement Control Order - 이동제한명령)가 시작되었다. 슈퍼마켓을 제외하고는 모든 비즈니스가 문을 닫았고, 교통제한도 시작되어 통행제한 시간이 생겼고 10킬로 이내의 거리만 이동이 가능하며, 택시(그랩)도 한 명씩 밖에 탈 수 없었다. 불필요한 모든 이동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슈퍼마켓, 병원 이외의 이동은 금지되었다. 다행히 모든 사람이 규칙을 잘 지켜줬는지 5월에는 CMCO (Condition Movement Control Order - 조건이동제한명령)로 변경되어 사회적 거리를 두며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식사가 가능하게 되고, 대부분의 쇼핑몰과 백화점들이 약 2달 만에 오픈을 시작하였다. 타국에 지내다 보니 귀국길이 막힌 외국인은 비자가 제일 먼저 걱정이 되는데, 초반에는 이민국에서 아무런 발표도 해주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우리의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이민국에서 MCO 또는 CMCO 기간 중에 비자가 만료된 외국인들도 페널티 없이 MCO (CMCO) 기간이 끝난 후, 2주 이내에 출국하면 오버스테이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출국이 가능하며 나중에 재입국 시에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를 해줘서 겨우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MCO가 시작되고 슈퍼마켓 한 번 다녀올 때마다 5~10만원치의 장을 보았다 (다행히 말레이시아도 사재기 현상이 없어서 감사했다)



코로나로 인해, 항공편이 모두 마비된 3월, 4월, 5월



결혼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에...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말레이시아에서 발이 묶였다. 발리에서 결혼 준비를 하다가 비자 만료로 인해, 결혼 준비와 일을 제대로 병행하기 위해 2월에 말레이시아로 들어온 상태였다. 사실 나중에 결혼 준비로 바쁠 것을 예상해서 일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코로나 뉴스로 인해, 솔직히 그 어떤 것에도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눈을 뜨면 코로나 관련 뉴스부터 찾아보았고 하루 종일 새로운 소식에 계속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우린 타국인 말레이시아에 있었고, 결혼식은 발리로 결정되어 이미 하객분들도 항공권을 예매한 상태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오시는데... 그 모든 나라들의 코로나 상황도 함께 지켜봐야 했고 그들의 안전이 우리의 결혼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3월부터 갑자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국경이 닫히고, 항공편들이 우후죽순 취소가 되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항공편인 말레이시아 - 일본 - 한국 - 태국행 비행기가 일본을 시작으로 하나씩 결항되기 시작하였고, 말레이시아에서 4월 초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 급하게 예매해보았지만, 출국 일주일 전에 취소되었다. 그래서 또 부랴부랴 말레이시아의 비자가 걱정되어 5월 초에 출발하는 발리행을 예매해 보았지만, 5월엔 발리도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입국이 금지되어 5개의 항공편 모두 취소되는 사태를 맞이하였다.


사실.. 3월과 4월은 코로나 사태가 갑자기 심각해져 항공사에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고 전화, 이메일, 챗봇 문의가 거의 마비되어 연락이 닿지도 않아 비행이 취소되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확인한 방법은 공항 홈페이지의 출발/도착 항공편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로 말레이시아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감사하게도 지내게 된 에어비앤비의 환경이 안전하고 편리한 곳이라 비자와 출국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는 조금씩 일에 집중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2개월간 지냈던 에어비앤비의 아침과 폭풍이 몰아친 뒤 뜬 무지개


모두가 처음 겪는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고 시간은 좀 걸렸지만 6월이 된 지금, 항공사마다 환불 규정이 달라도 현금으로 환불되거나 크레딧으로 환불이 완료된 상태이다. 평소 이동이 많고 동남아시아를 다닐 때는 저가항공인 Airasia를 가장 많이 이용해왔기에, 크레딧 환불도 괜찮다 생각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던 삶이 얼마나 감사했는지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Marindo Air + Airasia (말레이시아 - 태국 - 일본) 크레딧 환불

Peach Air (일본 - 한국) 현금 환불

Airasia (일본 - 태국) 크레딧 환불

Airasia (말레이시아 - 한국) 크레딧 환불

Airasia (말레이시아 - 발리) 현금 환불


*Peach Air를 제외하고 크레딧 환불은 챗봇으로 진행했을 때의 결과이며, 전화 통화로 Airasia의 환불 문의가 연결되었을 때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Airasia는 항공편의 운행/취소 여부조차 이메일로 알려주지 않아, 매일같이 챗봇과 전화 통화를 시도하여 겨우 환불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Peach Air는 항공편이 취소되었다고 이메일이 도착했고, 버튼 한 번으로 환불 절차가 마무리되어 입금도 가장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간절히 기다렸지만, 결국 대한항공을 타다



2월에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는 아직 중화권에서만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이 가속화되며 3월 중순에 팬데믹이 선포가 되었고 매일 같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늘어나기만 했다. 그래도 초반이었기에 끊임없이 좋은 뉴스를 기대하고 모두가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결국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귀국을 결정하게 되었다.


5월에 한국으로 갈까? 6월에 한국으로 갈까?

디지털 노매드의 특성상, 언제 어디로 갈지에 대한 것은 널려 있는 옵션과도 같은 것이기에 한국이란 장소가 정해졌을 뿐, 일정은 말레이시아의 비자가 허락하는 한 마음껏 조정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사관에 연락하여, 현재 상황을 알아보고 비자에 대해 문의를 하였는데, 말레이시아의 정부가 비자 기간을 연장해 준다고는 했지만 어떠한 불이익이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귀국을 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대사관에서 해줄 수 있는 안전한 답변이라 생각한다.


5월 초부터 이미 오버스테이를 하고 있었기에 슬슬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매일같이 Google Flights에 들어가 항공편을 검색하며, 혹시 저렴한 항공편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했지만, 3,4,5,6월까지의 저가항공은 한국으로 가는 직항이 다 사라졌고 경유를 하더라도 경유하는 국가에서 허락을 해줘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6월 말까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으로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일주일에 2번 운행하는 대한항공 직항뿐이었고 평소에 타던 에어아시아 직항에 비해, 5배나 비싼 대한항공을 타려 하니 망설여지긴 했지만.. (6월 기준, 일본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20만 원 정도 저렴했음) 안전을 위해 대한항공 직항을 선택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왼)체크인 하는 곳 - 대부분의 항공편이 빨간색으로 취소되었고, 조명도 어둡고 사람도 거의 없다  (오)비행기 타러 가는 길 문닫은 면세점 거리


*잠깐 Tip*
항공권을 알아볼 땐, Google Flights​와 Skyscanner 두 개의 사이트를 함께 리서치해보고 가격비교를 철저히 하는 것이 바가지 쓰지 않는 좋은 방법입니다.
항공사와 여행사에 따라 한 쪽의 사이트에만 표시되는 경우가 있고, 표시되는 가격(공항세, 수수료 등 포함 또는 불포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동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저는 항상 노력하는 편입니다.


막상 대한항공을 탄다고 생각하니, 기내식과 수화물이 무료라는 것이 굉장히 즐겁고 기뻤다. 근데 한편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기내식이 없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코로나 사태 중의 대한항공 탑승기



말레이시아 - 한국 구간의 대한항공의 수화물은 1개 (30kg까지)가 무료였으며, 기내식도 평소처럼 제공되고 기내 안에서 면세품도 팔며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승무원, 승객 모두가 이동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승무원들은 마스크를 포함한 유니폼 위에 투명한 고글과 하얗고 투명한 우비 같은 것을 착용하여 약간 우주로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 to be continued




브런치에서의 첫 글이라 많이 긴장되지만, 앞으로 좌충우돌 디지털 노매드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은 “코로나 사태 중의 대한항공 탑승기” 와 “인천공항 입국절차” 그리고 “에어비앤비 자가격리”에 대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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