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한국 가기 JUN 2020
코로나 사태와 함께 지낸 쿠알라룸푸르를 뒤로 한 채, 공항으로 출발했다. 택시(그랩) 대신 쏘카(공유자동차)를 빌려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KLIA공항을 이용하면서 처음 주차장으로 가게 되었다. 공항 근처에 가까워지니 차는 점점 더 없어졌고, 멀리멀리 세워져 있는 주차장 빌딩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보였다. 쏘카에서 알려준 장소에 주차를 하러 왔는데, 주차장이 그야말로 텅텅. 아마, 외국인, 현지인 가릴 것 없이 출국은 가능해도 입국이 되지 않은 상황이니 단기 주차장에 차가 있는 게 더 이상한 것일 거다. 주차가 완료되고 짐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 올라갔더니 공항으로 들어가는 무빙워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했던 공항 조명은 깜깜해져 지하실 같은 느낌이 들었고 실루엣만 보이는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리고 열화상 카메라 앞에 경비원 한 명이 사람들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사실 그곳에는 경비원과 나 그리고 오빠 세 사람뿐이었다.
경비원은 우리가 오늘 출국하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 후에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가게 하며 공항 내부로 들여보내 줬다. 공항 내부는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체크인 카운터를 찾기 위해 항공 전광판을 보고 있는데 오늘, 내일, 모래까지의 항공편의 결항 소식만 수두륵하고 정작 찾고 있는 대한항공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도 넉넉하게 왔는데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으니 긴장하는 내 가슴이 느껴졌다.
어떻게, 우리 비행기 취소된 거 아니야?
어둡고 사람도 없고 짐까지 다 챙겨 왔는데 지금 갑자기 비행기 취소되면 안 되는데.. 갈 곳도 없는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다 구세주와 같은 안내데스크를 발견했는데 어두워서 사람이 있는지 긴가민가 했지만 짐도 그대로 둔 채 자석처럼 다가갔다. 다행히 히잡을 쓴 안내원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나 한국 가는데 우리 비행기 결항이야?라는 내 질문에 나를 안정시키고 걱정 말라며 지금 체크인 중이라며 친절하게 체크인 카운트 위치를 알려주셨다. 진짜 고마워서 껴안을 뻔했다. 카운트를 확인하고 마지막 짐 정리를 하며 긴팔, 긴바지, 운동화로 갈아입고 마스크도 KF94로 바꿔 착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비도 준비했지만, 우비는 다시 가방에 넣어두기로 했다.
넓고 깜깜한 어둠 속에 대한항공 카운터만 빛을 내고 있었고 지상직 승무원은 외국 국적인 우리의 한국 비자를 확인 후, 순조롭게 위탁 수화물도 맡기고 자석 안내를 해주셨다.
대한항공 (말레이시아 - 한국) 편은 위탁 수화물 1개(~30킬로) 무료, 간식과 기내식 무료 제공
비품으로는 담요, 배게, 슬리퍼, 치약 칫솔, 이어폰 무료 제공
체크인보다 더 떨리는 출국심사의 시간이 다가왔다. 오버스테이도 한 달 넘게 했고 나는 여권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쿠알라룸푸르에 지내면서 새 여권을 만들었기에 더욱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대사관에 연락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내 출국의 허락은 말레이시아 이민국 소관이라 대사관에서 확실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이 답변이었다. 그럼 확실한 방법이라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것 또한 알 수 없다니... 마음을 다잡고 이번에도 나는 히잡을 쓴 직원에게 다가갔고 역시나 그 직원은 내 여권을 보고 이리저리 상부의 허락과 확인을 위해 바쁘게 다니셨다.
익스큐즈미, 혹시 제 여권에 문제가 있나요?
아무 말 없이 기다리게만 하니 걱정이 되어, 직원에게 질문했다. 그랬더니 더 직급이 높은 분이 다가와서 내게 설명해 주길 “원래 새 여권을 발급받으면 이민국에 가서 스페셜패스라는 것을 받아와야 하는데, 너는 구여권을 함께 갖고 와서, 지금 우리가 여기서 확인 중에 있고, 곧 문제없이 출국할 수 있을 거야”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도 이 문제가 걱정이 되어 항공권을 구매하기 전부터 대사관에 문의를 했었지만, MCO기간 중에는 이민국이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스페셜패스 없이 출국 가능하다는 공문이 내려왔다는 확인만 받은 상태였다.
내 여권 상황으로 친해진 직원들과 확인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니, “지금 출국하는 사람 대부분은 모두 오버스테이를 했고, 나중에 다시 말레이시아를 오게 되더라도 입국에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거야”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새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어주며 “다음에 코로나가 안정된 뒤에 또 만나” 자며 인사를 해줘서 “I love Malaysia”라고 인사를 나눴다.
잠들어 버린 면세점 거리를 지나 대한항공 게이트에 도착하였다. 한국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외국인들은 환승을 위해 한국으로 가는 것. 우린 오랜 비행 경험으로 비행기를 탈 때는 먼저 타는 것보다 천천히 늦게 타는 것이 육체적으로 덜 피곤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 날도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탑승을 했다.
우와, 사람 진짜 많다.
티켓 확인을 하고 비행기에 탑승을 했는데, 예상과 다른 만석에 굉장히 놀라웠다. 코로나 중의 비행이고 가격도 평소보다 2-3배는 비쌌으니까 비행기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뉴스를 보며 상상해왔는데 그냥 평소와 같은 만석이었다. 항공기의 좌석 형태는 2-4-2였고, 중형 비행기의 만석이라 그런지 정말 꽉 차보였다. 다만, 평소와 다른 코로나 사태 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있었는데 탑승하자마자 티켓을 확인하는 승무원의 차림새가 방역 직원 같았고, 앉아있는 승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지금 우리는 2020년 코로나 사태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해 주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자제했습니다)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을 한 후, 간식(미니 프레즐과 물 한 컵)을 나눠주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했다. 밤 비행기였기에 사람들은 금방 잠들었고 타이완 상공을 지날 때쯤, 아침 식사를 제공해줬다. 간단하지만 식사가 정말 맛있었고 대한항공의 트레이드 마크인 볶은고추장도 받아서 케첩 대신 고추장을 찍어 프렌치프라이를 먹었다. 개인적으로 흰쌀 죽도 맛있었지만, 웨스턴 아침 식사의 메뉴 구성이 더욱 알찼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창 밖을 보니 해가 뜨고 아침이 되어 있었고 하늘 아래로 제주섬이 보였다. 제주가 보이니 한국에 무사히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약 7개월 만의 귀국. 팬데믹 사태에서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이 감사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 비행기는 서서히 구름이 깔린 하늘을 내려가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아침 7시쯤 안개가 가득한 하늘을 뚫고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터미널2는 첫 이용이었는데, 무빙워크 설치가 잘 되어있어 입국심사장까지의 먼 길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말레이시아에 지내면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해왔는데... 사실 인천공항이 제일 무섭게 느껴졌다. 하루에 10명 정도의 코로나 확진자가 해외 입국자 중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들과 거리를 둘 겸, 한산한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마스크를 새것으로 교환했다.
입국심사를 위한 순서
1.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을 휴대폰에 설치한다.
2. 검역: 첫 번째 열화상 카메라를 앞에 두고, 직원에게 열을 재고, 격리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에 내 체온을 적어주고, 한국 내에 연락 가능한 번호 (본인 휴대폰 번호)가 있는지 물어본다.
- 우린 정지해둔 번호가 있어서, 공항 나가서 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할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냥 통과 (가족이나 같이 격리할 사이라면, 연락 가능한 번호가 1명만 있어도 됨)
3. 코로나 육군 지원팀들이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어플 설치를 확인 후, 로그인 및 정보 입력을 도와준다.
- 로그인 아이디: CORONA
- 내국인과 외국인 선택: 우리의 경우 외국인 선택
- 자가격리자 정보 입력: 이름, 생년월일, 성별, 국적, 여권번호, 핸드폰, 연락처(보호자) - 자가격리할 장소의 호스트나 부모님, 지인, 친구 다 가능, 자가격리 주소를 입력
4. 입력이 완료된 사람들은 또 다른 육군 지원팀에게 인수되어, 육군 지원팀에서 자가격리할 장소의 보호자에게 전화통화를 한다.
- 이때 질문은 ‘이 사람을 아시는지? 관계는 어떻게 되시는지? 딱 2개의 질문을 하고 끝난다.
5. 입국심사: 이제 정말 입국심사를 위해 도장받으러 가야 하는데, 해외 입국자는 내국인 외국인 모두 무조건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동의서와 법무부 서류에 사인을 해서 법무부 직원에게 검사를 받은 다음, 한 명씩 지문을 찍고 사진을 찍는 일반 입국심사를 받으러 갈 수 있었다. 이때는 아무런 질문도 없이, 통과~
6. 짐 찾기 (평소와 같음)
7. 게이트를 통하여 입국심사장을 나가면, 마지막 육군지원팀이 우리를 기다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연락 가능할 번호, 자가 격리할 장소를 다시 한번 묻고 관련 지역 부스로 안내해준다.
8. 서울시에서 자가격리를 한다면, 서울시 부스로 안내받고, 자가격리 장소까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동은 3가지 방법이 있다.
- 자차로 이동 (공항에 세워둔 자차, 가족이 데리러 올 때)
- 택시로 이동
- 버스로 이동
우린,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배차간격이 커서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택시는 정액제로 (마포구까지는 7만 원) 공항 - 마포보건소 (코로나 검사 기다려 줌, 약 30분~1시간) - 자가격리 장소로 데려다준다. 총,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위의 내용은 2020년 6월 4일 인천공항 도착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경험한 내용이며, 정확한 내용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 문의해주세요.
우리가 입국했던 2020년 6월 4일은 수도권에서의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었고, 마포구 보건소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뽑아보니 12명의 사람이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눈물 쏟을 뻔한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자가격리 장소에 도착했다. - to be continued
4월, 5월에 귀국을 준비하며, 인천공항의 해외 입국 특별 검사 및 에어비앤비 자가격리에 대해 미리 검색을 하며 준비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정리된 글을 찾지 못하여 귀국 전에, 많은 관련 기관에 전화 문의를 했었습니다. 제 글이 해외 입국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제 경험을 토대로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