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식단

by 제주 아빠

1.

2034년 제네바, 세계보건기구 본부의 원형 회의실에는 열두 개국에서 온 서른여섯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의제는 단순했다. 인류를 위한 표준 식단.

하지만 단순한 의제가 단순한 회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첫날부터 분과가 갈렸다. 면역학자 팀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모든 건강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발효식품, 식이섬유, 프리바이오틱스. 그들이 제안한 식단표는 요거트와 낫토와 김치로 가득 차 있었다. 심장의학 팀은 콧방귀를 뀌었다. 심혈관 질환이 인류 사망 원인 1위인 세상에서 발효식품 타령이냐—그들은 지중해식 식단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논문 삼백 편을 회의 테이블 위에 쌓았다. 신경과학 팀은 둘 다 틀렸다고 했다. 뇌가 무너지면 심장이 뛰어봤자 무슨 소용이냐. 오메가-3, 폴리페놀, 항산화 화합물—그들의 발표 자료에는 치매에 걸린 생쥐와 건강한 생쥐의 뇌 단면도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닷새째 되던 날, 노화학 연구자 정수연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우리는 질문을 잘못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화면을 바꿨다. 선충, 초파리, 그리고 오키나와 백세인들의 혈액 데이터가 차례로 지나갔다.

"우리가 묻고 있는 건 무엇이 인간을 덜 아프게 하는가입니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따로 있어요. 무엇이 인간을 가장 오래 살게 하는가. 질병은 노화의 증상입니다. 노화를 늦추면 질병은 따라옵니다."

저속노화. 칼로리 제한 없이 특정 아미노산 조합과 항염증 화합물의 비율을 조정해 세포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 이미 동물 실험에서 수명 연장이 확인됐다. 인간에게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었지만—이론적으로는 가능했다.

"인간의 수명을 150세로 늘립시다. 그게 표준이 되면, 나머지 건강 지표는 자연히 따라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 다음에는 두 명이, 다섯 명이, 결국 서른여섯 명 전원이.

표결은 만장일치였다.

2.

새로운 영양 AI, NARA(Nutritional Adaptive Recommendation Architecture)가 공개된 건 2037년이었다.

NARA는 개인의 유전자 서열, 장내 미생물 분포, 혈중 단백질 농도, 수면 패턴, 심지어 기후와 거주 고도까지 반영해 매일 아침 식단을 설계했다. 세계 147개국 정부가 NARA 플랫폼을 공공 의료 인프라로 채택했다. 식품 기업들은 NARA의 권장 성분을 맞추기 위해 생산 라인을 개편했다. 학교 급식이 바뀌었고, 병원 식단이 바뀌었고, 편의점 도시락이 바뀌었다.

처음 십 년간의 결과는 경이로웠다.

심혈관 질환 발생률 41% 감소.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 38% 둔화. 암 발현 연령 평균 11세 상승. 2049년에는 세계 평균 기대수명이 89세를 넘어섰다. 2061년에는 102세. 노인학 저널들은 앞다투어 표지를 바꿨다. 150세는 이제 공상이 아니었다.

정수연은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 그녀는 울었다.

"인류는 마침내 시간을 얻었습니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그 시간이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묻지 않았다.

3.

2078년, 지구 궤도 환경 모니터링 AI GAIA-7은 이상 수치를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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