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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흐 Oct 07. 2017

매년 맞는 통과의례, 생일!

20대 마지막 생일을 보내면서

나는 생일이 되면 곧잘 우울해지곤 한다.


지인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 생일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냐고 묻기에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고민해보면 이유라고 할것들이야 있긴 하다. 가족 3명이 같은 달 생일이어서 생일파티를 몰아서 했다던가, 뭐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사실 그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다.


내가 생일에 우울해지는 이유는, 새로운 나이를 맞이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새로운 나이로, 나이에 맞게 성숙하게 멋지게 살아내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며 생일을 보낸다. 어떻게 보면, 나만의 의례인 셈이다.


작년 생일에는 왠지 사보고 싶었던 야노 시호의 책을 샀다. 사실 그렇게 사진이 많고 글이 적은 책은 보통 중고서점에서 사지만, 나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싶었다. 책은 예상대로 펴자마자 후루룩 다 읽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강렬한 인상이 남았다. 나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빛나는 모델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렇게 28살은 그녀에게 감사의 빚을 지며 살았다.


최근, 새로운 롤모델이 생겼다. 이효리다.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그녀의 삶을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얼마 전 이효리의 화보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은 채로, 자기 모습 그대로 화보를 찍었던 것이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화보에 담았고,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무리봐도 정말 멋지다

나이가 한살씩 늘어갈 때마다, 이전에는 당연하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잡티 없던 피부, 즐겁게 밤새던 체력, 무지에 가까운 겁없는 발언들.


세상은 더 채우고 더 무거워지라고도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젊음을 잃지 말라고도 한다. 우리가 나이와 다른 젊음을 소유한 사람을 동경하기에 연예인들은 일반인과 달리 나이보다 더 어리게, 젊게, 건강하게 자신을 갈고닦는지도 모르겠다.


이효리는 이 생각에 파문을 던졌다. 모두가 생각하던 그것을 직접 실천한 거다. '더 어리게'가 아니라 '나이답게'. '나답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기란 정말 힘들다. 주름진 내 모습들이 싫기 때문이다. 만지기 싫고 보기 싫고 생각하기도 싫어 외면하고 싶지만, 어처겠나. 그게 나인걸.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생각, 정체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나를 채찍질하는 것, 생일에 나를 돌아보고 검열하는 일들. 모두 지금의 내 모습에 감사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엄격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한 살씩 먹으면서 생겨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까?


다음 해에는 더 유연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싶다.

더불어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더 커져서,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스스로 나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한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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