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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r 27. 2024

불금 포기하고 맞은 주말 아침의 특별한 사건

누군가의 질문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즐거운 깨달음


얼마 전 브런치스토리 이웃 작가님께 '제안하기'를 통해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독서 모임 운영 중에 제 책 <결국은 사람>을 공통 도서로 선정해 읽었고, 작가 초정 스몰 북토크를 진행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강연 요청이라고 하셨지만, 거창한 듯하여 스몰 북토크라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매우 반가운 메일이었는데 커다란 허들이 있었습니다. 진행 시간이 토요일 오전 07시. 주말 아침 7시까지 놀아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이른 주말 시간에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본 기억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의견 조율을 통해 09시로 시간을 조정했습니다.


요청 내용은 제가 30분 정도 책 내용으로 강의를 하고, 이후 자유롭게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이었어요. 모임 회원들의 사전 질문도 몇 개 받았습니다.


준비에 앞서 독자의 마음으로 오랜만에 제 을 다시 정독했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 글뿐만 아니라 저까지 다시 생기를 찾는 기분이랄까요.


독자의 심경으로 책을 읽다 문득, 이번 북토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독서뿐만 아니라 글쓰기에도 관심 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읽은 책 내용보다는 글과 책이 탄생하는 과정(경험)에 대해 알려드리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토크 진행 내용을 변경해 그동안 고민하면서 차곡차곡 쌓아둔 '좋은 글쓰기', '책이 되는 글'에 대한 경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미리 보내주신 질문을 보면서 이런저런 답변을 떠올려 봤습니다. 6개의 질문에 진중하게 답하다 보니 성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쁨잠시 멈추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랄까요.


불금의 유혹을 가볍게 반납하고 상쾌하게 아침을 맞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가뿐한 기분으로 일곱 분과의 스몰 북토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긴장도 잠시, 오랜만의 설렘을 느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습니다.


모두 제 책을 읽었고, 책 내용을 꼼꼼하게 노트에 정리하신 분도 계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모두가 동병상련 직장인이라 공감의 폭이 더욱 넓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지은 책으로 얽힌, 글이라는 관심사로 들과 함께한 시간이 참 낭만적이고 포근했습니다.


그동안 북토크 제안을 몇 번 받았지만, 전혀 모르는 이들과 마주해 읽지도 않은 제 책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응하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모두가 제 책을 읽었고 또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글이라는 공통사와 댓글이라는 따듯함으로 인연 맺은 이웃 작가님 요청이었으니까요. 부담보다는 친근함을 먼저 느꼈거든요.


이번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질문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평이한 질문에 담긴 심오함을 오롯이 만끽한 순간이었어요. 그간 잊고 지냈던 일들이 섬광처럼 머리에 스며 가슴에 각인되었습니다. 단 6개의 질문을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본 뜻깊은 시간이었죠.  


여기저기서 Why?를 외치고 이를 중요시 여기는 시대입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보다 타인이 정성스레 내어준 질문의 힘이 더 임팩트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비슷한 삶을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는 직장인들과 주말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젖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제 책에게 그리고 저에게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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