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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29. 2024

소방관의 명언, 일하지 않는 사람은 말을 한다

일명 '주둥이로만 일하는 사람'의 유형


제가 가장 부러운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입니다. 알바를 거쳐 계약직으로 회사에 막 입사했을 당시 참석한 회의 시간에 청산유수의 능변가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초보 직장인이던 제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한참 위의 선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회사의 다른 선배들은 그들과 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회의 시간에 앞서 언급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표정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좀 충격적이었던 것이, 주위에서는 그들을 가리켜 '주둥이로만 일하는 사람'이라고 일컬었어요. 직장생활 연수가 늘면서 저도 속에서 천불이 나게 하는 '주둥이형 인간'을 제법 만났지요.


직장에는 정말로 논리정연하게 말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가 지나쳐서 말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말로만 일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조직에서는 말만 잘한다는 인상을 풍기면 안 됩니다. 이러한 선입견이 오래오래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도 있거든요. 또 직위나 직급만 믿고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기 시작하면 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마음 착한 상사나 동료들이야 누군가의 말발에 짐짓 속아주는 척할지 모르지만, 눈치 빠른 선후배나 동료, 즉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은 금세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명 '주둥이로만 일하는 사람'의 유형도 다양합니다.

 

먼저 과대 포장형입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자신을 어느 정도 포장해야 할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포장이 과한지 아닌지는 금방 탄로 나기 마련입니다. 말은 절대 실력을 이기지 못하거든요.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니까요.


앞에서 언급한 경력직 직원(면접에서만 보여준 대기업 7년 경력자의 놀라운 실력)은 면접장에서야 면접관들 귀를 사로잡았지만,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 귀도, 마음도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품의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직원으로 전락했지요. 차라리 입을 조금만 닫고 동료에게 조용히 도움을 청했다면 어땠을까요? 동료나 상사에게 그렇게까지 외면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비난형입니다


남에게 조언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때로는 비난이 조언으로 포장돼 악용되기도 하죠.


정직원이 된 해에 성수기 광고 시안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시안 품평회를 대표이사, 임원, 유관 부서 담당자 앞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대표이사가 참석한 자리라 대부분 말을 아꼈지만, 한 임원이 모두 한마디씩 하라고 거들자 비난 잘하기로 소문난 김 과장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요. 조언이라는 핑계를 대며 시안에 대해 신나게 비난을 쏟아 냈습니다. 상급자 부재로 대신 참석한 김 과장은 시안의 콘셉트와 타깃, 광고매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흠집만 잡으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조언'은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주어서 더 개선될 방향을 제시하려는 도움말이고,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거나 사실과 전혀 맞지 않게 터무니없이 헐뜯음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이 한 거니까. 믿고 맡겨야지."


대표이사의 한마디로 광고 시안은 김 과장 의견과 상관없이 약간의 수정만 거쳐 통과되었습니다. 하지만 김 과장의 불필요한 트집 잡기에 대한 씁쓸함은 오래갔습니다.

 

상사나 동료의 진심 어린 충고나 조언, 비판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발전하는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그럴싸하게 포장된 터무니없는 비난은 조직 내에서 적을 만들기 딱 좋은 행동입니다.


세 번째는 변명형입니다


잘못한 일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거나 남 핑계를 대는 사람이 주위에 꽤 많습니다. 덕분에 영문도 모르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서로 얼굴 붉히는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하죠. 변명과 핑계에 관대한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변명은 상사와 동료들의 신뢰를 잃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만약 명백한 자신의 잘못이라면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와 같이 잘못을 인정하는 한마디가 본인 이미지 제고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은 얼핏 유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활력이 넘쳐 보이고 왠지 일도 잘할 것 같은 인상을 풍기죠. 그런데 그런 사람은 변명과 핑계도 거리낌 없이 그럴싸하게 만들어 냅니다. 결국 한두 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금세 베일이 벗겨지지만 말이죠.



 

119 구조대원이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을 하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말을 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새겨둘 만한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만 혹사하는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니라 입을 조심스레 아끼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도입부에서 '제가 가장 부러운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는데, 제가 진짜 부러운 사람은 '실력을 갖추고 말까지 잘하는 사람'이라고 정정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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