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은 이상하게 길다.
메일함을 새로고침하고, 전화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합격이면 연봉은 얼마일까?”
“혹시 떨어진 걸까…?”
10번 이직을 해보니, 하나는 꽤 분명했다.
일이 잘 풀리면 하루~이틀 내 피드백이 온다. 길어도 1주일이다.
1주일 이상 연락이 없다면, 마음 한쪽에 미련을 남겨둔 채로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드디어 HR에게 연락이 온다.
“오퍼 드릴게요. 연봉은…”
이 순간부터, 사람은 말이 조심스러워진다.
연봉 협상은 묘하게 불편하다. 마음은 ‘당당하고 싶은데’, 현실은 ‘괜히 찍힐까 봐’ 조심스럽다.
마치 돈을 빌려준 사람이 “이제 갚아”라고 말하고 싶은데, 친구라서 꺼내기 어려운 상황처럼.
그럼에도 딱 하나는 분명하다.
연봉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Total이 아니라 Basic Salary(기본급)다.
회사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기본급은 이 정도고요, 인센티브랑 복지 포인트까지 합치면 총액은 맞춰드릴게요.”
그럴듯하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인센티브와 복지는 회사 규정이라 개인이 바꾸기 어렵고, 무엇보다 인센티브는 이렇게 계산된다.
Incentive = Basic Salary × Incentive %
즉, 기본급이 모수다.
같은 10%라도 기본급이 높아지면, 인센티브도 같이 커진다.
그래서 나는 모 대기업으로 부터 매년 지급하는 "특별금”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도 거절한 적이 있다.
첫 해는 총액이 맞아 보이지만, 기본급이 낮아지는 순간 다음 해부터 “내 파이”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특별금은 말 그대로 ‘특별’일 뿐, 연봉 인상과 인센티브의 기준점이 되지 못한다.
연봉 협상은 지금 당장의 1년이 아니라, 내 연봉 곡선을 어디로 올릴지 결정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회사가 직접 스카웃하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연봉 인상률을 20% 이상 받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무리하게 연봉을 올려 이직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싼 돈 들여 데려왔는데, 값어치 하네?”라는 감시
기대치 상승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더 높은 잣대
그래서 나는,
이직 시장의 ‘국룰’처럼 굳어진 10~15% 인상률을 기본값으로 두고,
대신 기본급의 구조를 지키는 쪽으로 협상을 설계한다.
여기서부터가 실전 팁이다.
HR은 나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진다.
업계 평균, 회사 평균, 포지션 예산, 심지어 내 현 연봉까지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런 HR이 묻는다.
“희망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6,000만 원 정도 생각합니다" 라고 본인의 카드를 먼저 까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은 넘어갑니다.
만약 회사가 책정한 예산(Budget)이 6,500만 원이었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500만 원을 날리는 셈입니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죠 즉, 내가 스스로 천장을 낮춘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통상적인 인상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포지션의 책임과 기대 역할을 기준으로 회사 내부 밴드에서 제안해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핵심은 간단하다.
“내가 먼저 숫자를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먼저 제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제안이 생각보다 인색하다면, 그것도 신호다.
첫 제안이 너무 짜다면, 그 회사의 ‘레벨’과 ‘격’을 다시 보게 된다.
연봉이 올랐다는 말은 달콤한데, 막상 체감은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오퍼를 볼 때 이렇게 계산한다.
연봉 인상분을 세후 월 실수령액으로 환산해본다.
예: 연 500만 원 인상 → 월 약 30만 원 수준(세금 제외 가정)
그리고 질문을 바꾼다.
“월 30만 원이 내 삶을 얼마나 바꾸지?”
“그 돈보다 더 큰 보상을 가져올 기회가 있지?”
결국 오퍼 수락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정답이 없다.
다만 나는 한 가지 기준을 둔다.
당장의 몇십만 원보다, 내 몸값을 키우는 기회에 더 큰 가중치를 둔다.
연봉 곡선은 직선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협상은 그 임계점을 향해 한 칸 올라서는 작업이다.
연봉 인상률은 첫 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누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