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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a Aug 11. 2016

서로 다르다는 건

교환학생을 지내며 내가 느낀 문화 차이들

 누군가 나에게 교환학생을 가서 뭐를 느꼈냐고 말한다면, 그다지 말할 것들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느낀 모든 것들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으니까. 경험한 것들은 어떤 한 단어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또는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어느 하나 익숙한 것이 없었다. 교환학생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이제까지 주소가 조금 잘못되어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참 서툴게, 실수투성이로 은행계좌하나 만드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던 교환학생이 어느새 추억이 되었다.


 이번 교환학생 수업 중에 "intercultural"에 관한 수업이 있다. 문화관계에 관한 어떠한 이론도 없었고, 처음으로 접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다른 나라 친구들과 문화를 깊이 교류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내 입장에서 바라보는 유럽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바라보는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유럽에서 느꼈던 문화 차이들을 기록해두고 싶다.


1. "커닝이 왜?"라고 말하는 독일 친구들.

 intercultural 수업 도중에 어떤 사례를 읽어보고 그룹을 만들어서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 사례는 미국에 유학을 간 독일 학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사례에서 독일 학생은 시험 직전에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서 독일 친구와 공유하고 시험에서 커닝을 한다. 이 이후에 미국 학생들은 독일 학생에게 경멸을 표한다. 이 사례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당연해 보여서 뭘 이야기를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독일 친구는 미국 학생들이 왜 저런 반응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바로 독일 친구들에게 너희들 커닝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해?라고 묻자 다들 씨익 웃으면서 응..이라고 말한다. 독일 학생들의 답은 이렇다.

 <만약 커닝을 하다 발각이 되면 성적을 받지 못한다. 커닝을 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화가 날 이유가 없다. 또 커닝을 하는 학생들은 공부 대신 커닝을 선택한 것으로, 커닝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자신들에게도 좋다.>

 같이 듣고 있던 미국 친구는 분노를 표하며 이해할 수 없고 불공정하다고 불을 뿜는다.


2. 독일의 예약 문화

처음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 은행에 갔더니 직원은 예약을 하고 왔냐고 묻는다. 5분이면 끝날 통장 개설에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에서 예약은 생활이었다. 병원을 가도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비자를 만들 때도, 언제든지 예약은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예약 문화의 장점은 스케줄이 미리 짜인다는 것. 따라서 내가 기다릴 필요 같은 것이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내 스케줄을 따를 수 있다. 시간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는 독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 예약 문화는 '독일스럽지' 않은 나에게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문화였다. 경로를 따르면, 다른 스케줄들을 다 하고 보면, 우선순위를 생각하면, 다른 일을 먼저 해야 할 때도 예약된 일은 억지로라도 그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건 때로는 괴로웠다.


3. 나체로 남녀혼탕!

독일에는 남녀혼탕 사우나가 발달해있다. 그런데 이 사우나는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사우나가 아니라 나체로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이런 문화를 들었을 때는 거부감이 들었기에 독일 친구에게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친구는 자기 오빠랑 오빠 여자 친구랑 자신의 남자 친구와 같이 넷이서 사우나에 갔었다고 한다. 또한 혼성 사우나를 무첟 좋아한다고. 물론 이것도 개인의 취향에 달렸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다음 주 중에 계획을 잡아 놓아서 몹시 기대가 된다! 나체가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주토피아에 나왔던 동물들이 나체로 다니는 자연주의 공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4. 상냥

유럽의 사람들은 처음엔 내가 당황했을 정도로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눈을 마주치면 싱긋하고 웃거나 윙크를 보낸다. 이성 이하 더라도 이성적인 관심이라기보다는 이곳의 상냥함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마트만 가더라도 계산대에서 크고 밝게 인사하며 hallo!!!라고 인사를 해주고 계산을 끝내고도 꼭 빼먹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지만 마트에서 캐셔 분들이 앉아서 일하시는 것도 보기 좋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캐셔 분들은 왜 서서 일하고 계시는 걸까? 한국에 도착해서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눈을 마주치는 분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아차. 여긴 한국이지. 내가 싱긋 웃으면 얘는 뭐하는 애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시는 분들, 하지만 몇몇 분들은 같이 미소를 지어주신다. 확실히 무뚝뚝하게 폰만 보면서 가는 것보다는 훨씬 기분이 좋다.


5. 독일의 서비스


 독일의 서비스는 직원의 편안함을 보장해주고자 하는 것 같다. 고객 입장에서 말하면 좋은 서비스라고 말할 수 없다. 이미 유명한 독일의 공무원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일은 드물어 보인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심하게도 잘못된 주소로 거주지 등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청에 가서 주소를 수정해야 한다고 문의를 했더니 그럼 내일 여권과 함께 기존의 거주지 등록 서류와 기숙사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한다. 다음 날, 이번에는 다른 창구로 안내받게 되었고 여자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에 서류를 냈다. 여자 직원은 "오.. 그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고 네가 이사를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 그건 니 잘못이고 나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라고 한다. 내가 "어제 내가 2번 창구에 갔었고 그 직원은 가능하다고 말했다."라고 하자 기다리라고 하더니 5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가능하다고 한다. 남자 직원은 와서 기존 직원이 계약서를 정확히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신들의 잘못이니 당연히 수정 가능하단다. 일 처리에 있어서 정해진 매뉴얼이 없고 케바케인 경우가 이처럼 많았다. 이외에도 은행이나 보험 같은 경우에도 어떤 직원은 불가능하고 어떤 직원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튕겨도 '당신이' 불가능 한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될 때까지 뛰어다니다 보면 성공한다. 이들의 근무 태도와 우리나라의 서비스 직업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담당 직원들이 '죄송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유감'일뿐 이것은 자신이 잘못한 일은 전혀 아니며 해결은 당신 손에 달려있다는 입장이 강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분명히 편한 건 우리나라가 편하지만 독일 서비스직은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을 듯하다.


6. 한국에 도착한 후,

그리웠던 한국에 돌아와서 단지 몇 개월 정도 떨어져 있었을 뿐이지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이런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들.

인천 공항에 내려서 부치는 짐을 찾으러 갔다. 부치는 짐을 찾는 레일 근처로는 노란색으로 라인이 되어있었고 그 선 안은 공간을 비워두게 되어있었다. 짐을 레일에서 끌어내려 바닥에 착지시킬 정도의 공간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짐이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마치 그 선 밖에서는 짐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다 선 안으로 들어와 레일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소수의 몇 사람과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나는 최대 중량인 23kg을 겨우 맞춘 무겁고 큰 캐리어를 꺼내야 했고 레일에서 쉽사리 끌어내릴 수 없어서 움직이는 레일을 따라가며 짐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레일에 붙어있었고 비켜달라는 말을 해야 조금씩 자리를 터주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독일에서 인천으로 오는 직항 비행기. 독일 사람들은 선 밖을 철저하게 지켰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온 걸까?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뉴스에서 봐오던 사고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면서 내려왔다. 연속적인 차선 변경과 고속도로에서의 급정거는 심장을 벌렁벌렁 거리게 만들었다. 여행 시에 주로 버스를 이용하면서 버스 안에 있는 화장실도 이용하고 자판기에서 커피도 뽑아 먹을 만큼 차는 안정적인 편이었다. 아저씨께 조금만 안전하게 운전해달라고 말씀드리려고 가면서도 운전석까지 가는 게 힘든 정도라니.. 새삼 우리나라 도로 안전 규정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쩍 많이 일어나는 사고들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렇지만 한국에 오고 나니 그동안은 항상 조금의 긴장을 놓지 않고 있었는 데 모든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느끼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발전된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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