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읽는 모모
모모야. 때로는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오랜만에 펼친 모모는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어린 시절 읽고 거의 15년 만에 펼쳐 읽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모모라고 말하면 아이돌 가수의 모모가 생각이 날까? 하며 설핏 웃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라는 책과 함께 정말 좋아하는 책이었다. 마법들이 나와서 더 흥미로웠나 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모모를 오랜만에 발견하고, 쓰다듬어 보았다. 어릴 때는 책의 일러스트에 매력을 느낀 기억이 없었는데, 일러스트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벅머리에 누더기 큰 코트를 입고 있는 특이한 외양의 소녀는 앞의 모래시계부터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많은 시계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거북이는 그것을 지긋이 보고 있다. 핸드폰, 손목시계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5분이 지날 때마다 시계를 확인하는 모습들은 볼 수 없고, 모모는 그저 터벅터벅 걸어간다. 모모는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거다.
나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꽤 있는 편이다. 그만큼 시간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모에 나오는 회색 신사의 모습이 마치 나 같았다! 모든 시간에 충실하다는 것을 잘못 해석하며 모든 시간을 채우려 했다. 설거지하면서도 유튜브라도 보면서 이것저것을 동시에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이다음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 시간에 여백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여백들을 매 순간 화려하게 색칠해 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면서 구름이 지나가는 모양을 보면서 각종 이야기를 지어내던 시간이 있었다. 이 책은 그때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책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시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생이 좀 더 따뜻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시간에 관한 자기계발서들보다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면, 그러다 문득 헉헉거리면서 내가 왜 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모모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분명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내가 본 회색 신사는 악당이었는데, 크고 보니 그것이 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