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기 1일 차
2023년을 돌아보며, 올해 1월 26일이 기억나는가?
2023.01.26 목요일은 폭설이 내렸고, 나는 비행기를 놓쳤다.
나의 여행 경로는 부산-김포공항-인천공항-싱가포르로 연결되는 비행기 편이었다.
애석하게도 1월 26일은 남부지방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으나, 중부 지방은 극심한 폭설이 내렸다.
김포공항에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아침이었고, 아침 6시부터 친구와 택시를 타고 부산김해공항에 왔지만 한참 뒤인 1시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몇 시간 전부터 깨달았을 때의 절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와 나는 항공사에 우리 사정도 이야기해 보고, 줄줄이 연착된 비행기들이 쭉쭉 이어져서 제발 우리 1시 비행기도 연착되기를 기도도 해보고, 보장해 줄 수 있는 여행자 보험의 약관이 있는지도 찾아봤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동아줄은 없었다. 날씨가 좋을 때도 연착이 잘 된다던 싱가포르의 외항사는 오늘처럼 날씨가 안 좋은 날 정확하게 1시에 비행기가 이륙했다.
여유가 없었을 시절이라면, 이런 상황에 대해서 짜증 나고 화나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하는 분한 마음이 컸을 테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오면서 간간이 울컥하기도 하고, 내려서 폰을 보면 싱가포르행 비행기가 연착된다는 소식이 와있기를 바라기도 했었지만 나는 대체로 안정되어 있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이제는 그저 기다릴 뿐이라는 마음을 가지니 참 편안했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체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예전에는 세상에 짓밟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흘러가는 대로 흐르는 삶의 편안함에 대해 배워가는 듯하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깨워주는 이런 돌멩이들을 맞으며 강화가 되어간다.
조금 덜 놀라고, 덜 당황하고, 이런 안정감에 만족스럽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
결국 친구와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갔다가
새로 비행기 표도 구매했다. 추가적으로 비용도 더 부담하고, 시간도 낭비하게 되었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돈을 희생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에 매우 감사했다.
살다 보니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을 떠올리며 꽤나 신선한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