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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ee Feb 05. 2019

그곳에서 외롭지 않냐 묻던 너에게

여기에서 항상 외로웠던 나에게

 어느날 갑자기 떠나기엔 꽤 먼 거리의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리고 열흘남짓 후에 너가 없던 이곳에서 너가 없는 또 다른 그곳으로 나는 떠났다. 너는 친구도 없는 그곳이 외롭지 않냐고 물었고, 나는 재미도 고생도 내가 선택했기에 할만하다고 했어.

 하루의 걱정거리는 오늘은 어딜가서 무얼할까 정도. 숙소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그제서야 지도를 좀 찾아보고,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차츰 걷기 시작하는게 내 여행의 루틴같은 것이었다. 가끔 길 건너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고, 어느 공원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그곳의 이들에게도, 이곳의 사람들에게도 딱히 자랑할 것 없는 풍경들을 담는다. 그리고 또 걷는 것을 반복하는게 나의 특별하지 않은 여행의 하루였다.

 그 때에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어느 곳에서도 외로웠기에 차라리 아무도 없는 그 곳이 괜찮았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어차피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들만이 있는 곳. 어쩔땐 말보다 손짓이 서로에게 더 편한 그런 곳. 가끔 말 한마디 없어도 서로 카메라를 건내는 것 만으로도 금새 사진 몇 장의 추억이 남겨지는 곳.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게 현재의 삶에서 도망친 나에게 더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나는 돌아가지 못하는 그 곳을, 그 때를 생각하며 여기서 또 한번 길을 잃고 헤맨다. 무작정 거닐던 걸음들이 이곳에서는 한 걸음 딛기도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더 반갑게 맞아주기를. 떠나가는 것에는 잘 보내주는 내가 되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보내는 것은 지금 당장은 조금 살만한가보다 하며, 한번은 웃을 수 있기를.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반쯤은 생각나지 않을 이야기를 또 쓴다.

Cesky krumlov,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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