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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Jan 11. 2024

다시 깨어나는 식탁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회사에 다닐 때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다. 보상 받고 싶은 마음에 폭식을 하고는 소화제를 먹는 나날이 계속됐다. 얄라를 시작하고 식탁을 바꾸면서 백수정 대표의 삶은 그야말로 180도 달라졌다. 채소만으로 이루어진 식사는 더 천천히, 온 감각에 집중하면서 먹는 방법을 알게 했고, 삶을 더 긍정적으로 인지하게 만들어줬다. 다른 사람들의 식탁에 이 생기를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그는 ‘얄라!’를 외친다.



브랜드명

얄라(yalla!)


의미

중동 시장에 가면 많이 들리는 아랍어로, ‘골라!’라는 의미도 있지만 ‘파이팅’처럼 이곳저곳에 모두 쓰이는 단어다. 활기찬 느낌이 좋아 선택했다.


탄생 시기

2019년 가을.


핵심 가치

생기로움. 식탁에 여러 가지 채소 원물의 색이 놓인 것을 보며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테스트 제품을 어떻게 최적으로 대량 제품화할 것인가?

맛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대량 레시피를 만드는 건 또 하나의 산을 넘는 일이었다. 소량으로 테스트해 본 제품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


성장 포인트

처음 셋이 할 때는 제조업 중심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웃풋이 현저하게 줄었다. 3인 공동 체제에서 1인 단독 운영 체제로 바꾸면서 공장에 OEM을 주고, 디자인이나 마케팅 전반을 가다듬었다. 10개월 동안 브랜드 운영을 쉬면서 많은 것들을 바꾸었다.





음식에 집중하다


얄라와 얄라의 제품을 소개해 주세요.
병아리콩으로 만드는 후무스가 첫 제품으로 바질과 오리지널 2가지가 있고, 베지 커리가 토마토, 시금치, 양파 3종, 그리고 캐슈 플랫 브래드가 있어요. 최근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 보자는 생각으로 키친 클로스도 선보였고요. 

오늘 촬영에서 보여주신 요리는 뭔가요?
채소는 구워 먹을 때 가장 맛있거든요. 마트에서 보이는 채소 중 좋아하는 거나 할인하는 거, 아니면 냉장고 자투리 채소를 썰어 올리브유를 두르고 5분 정도 구우면 밑재료 완성입니다. 거기에 얄라의 후무스나 베지 커리를 데워서 같이 드시면 좋아요. 플랫 브래드에 찍어 먹어도, 밥에 비벼 먹어도 좋죠. 이 외에도 후무스는 샐러드 등에 소스 대신 곁들여 드셔도 한 끼 식사로 손색없이 든든합니다.


비건 간편식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회사 동료 세 명과 함께 창업했어요. 모두들 건강 악화로 고생하고 있었죠. 한 친구는 매일 소화제를 먹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고, 살도 많이 쪘어요. 다른 한 친구는 비건 지향이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요. 셋 다 조금씩 채식을 실천하기 시작했어요. 주말에 시도한다든지, 하루에 한 끼는 채식으로 바꾼다든지요. 그러다 보니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기분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건강한 식생활을 하다 보니 긍정적인 대화가 오가고요. 퇴사 후에 ‘먹을거리로 무언가를 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첫 제품으로 후무스를 낙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7~8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1년을 살았는데 가난한 학창 시절이었으니 저렴한 음식을 주로 찾아 먹었어요. 집 앞에 튀르키예 출신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후무스에 구운 채소, 팔라펠을 듬뿍 넣어 줬는데 7유로가 채 안 됐던 걸로 기억해요. 그걸 떠올리고 동료들에게 다짜고짜 ‘후무스’를 판매해 보자 했는데 다들 동의해 줬어요. 시장 조사를 해보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후무스가 건강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맛이 강하지 않아 여러 음식에 잘 어울리는 식품이더라고요.





비거니즘 방향으로


위쿡 공유 주방에서 인큐베이팅을 거쳤다고 들었어요. 제품을 공식적으로 론칭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원룸에서 셋이 후무스를 만들다가, 위쿡 공유 주방과 와디즈가 협업해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시작한다는 걸 알고 지원해서 선발이 됐어요. 한두 달 만에 제품화를 할 수 있었죠. 이미 그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워낙 시식을 많이 부탁해서 맛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어요. 채소가 듬뿍 들어가니 단백질과 식이 섬유가 풍부하다는 영양소적 장점도 있고요. 그런데 대량으로 만들려고 하니 까다로운 절차들이 많더라고요. 식품에 대한 표기법부터 대량 생산 레시피에 적용하기까지 힘든 과정이 많았죠. 


펀딩으로 제품을 론칭한 뒤에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왠지 또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몇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제품 생산을 셋이서 모두 감당했죠. 초반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생활을 한 달 넘게 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우리가 선택한 일에 우리가 책임을 진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사실 퇴사를 결심한 이유 중에는 좋지 않은 일에 회사가 연루된 점도 있는데, 그때 생겼던 이유 없는 죄책감이나 슬럼프에서 점차 해방되는 걸 느꼈죠. 


얄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비거니즘이 적용되나요?

물론이죠. 되도록 환경에 덜 유해한 포장을 지향하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였어요. 그렇게 하는 게 브랜드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이득이거든요. 포장지에 사용하는 종이는 잘 썩는 종류로 골라 쓰고 있어요. 물론 처음에는 생산량 조절을 못해 다량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요.





음식이 주는 감각



재정비된 일상


대표님께서 일상을 재정돈한 것처럼, 얄라도 최근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죠.
셋이 운영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공장에서 다 같이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형태를 띠었어요. 생산에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 마케팅적 측면이나 디자인 등에 신경을 쓸 수 없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아웃풋이 150%에서 60%까지 떨어졌어요. 그래서 제가 결단을 내리고 리뉴얼을 해보겠다고 했고, 동료들은 잠시 쉬는 기간을 갖기로 했어요. 단순히 후무스 말고 다양한 채소 중심의 요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패키지와 디자인, 사진 촬영 모두 새롭게 다듬었어요. 그 전에는 상표에 없었던 느낌표를 추가해 ‘얄라!’가 되었고요. 한 10개월 정도 브랜드를 쉬면서 엄청 단단해졌다고 생각해요. 잘 쉬었다고 봐요. 


얄라는 비건 간편식을 위주로 만들고 있어요. 식습관과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큰 의미에서 비거니즘 안에 속하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예요. 지금도 고기를 먹기도 하니까 누군가 보기에는 ‘플렉시테리언’이고 그게 일반 식습관과 다른 게 뭐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식 식생활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어졌죠. 고기를 먹어야 기운을 차린다든지,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등의 말들에 공감하지 않게 된 거죠. 미용 제품 등 다른 물건을 살 때도 이왕이면 비건 제품을 고르는 건 당연하고요. 저도 식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으로서, 제품 표기 성분을 보고 노력을 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게 티가 나면 더 애용하게 되는 면도 있죠. 


혹시 음식을 먹는 방법이 변했다든지, 식사 전후 리추얼이 생기기도 했나요?

얄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요가를 하게 됐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간단한 요가 동작이나 스트레칭을 해 몸을 데우고 생각을 가라앉히며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는 일이 그날의 식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요. 또 비거니즘을 접하면서 ‘마인드풀 이팅’이라는 개념도 접했는데, 입에 음식을 넣으면서 휴대폰을 본다거나 하지 않고 오롯이 음식이 주는 감각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한 번 입에 넣으면 서른 번 이상을 씹는 습관을 들였어요. 그렇게 실천하니 포만감도 더 좋고, 맛도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색감의 채소들로 차려진 밥상을 보면서 다들 생기로움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Editor  Kim Yerin

Photographer  Lee Woo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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