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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용 May 13. 2021

리디 2020년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저는 1년에 2~30권의 책을 읽는 평범한 독서가입니다. 사실 말이 평범이지 1년에 20권읽는 사람을 통계로 따지면 상위 10%이내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비중은 낮은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리디는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서점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독서시장은 꽤 작은 편이어서, 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열기 전에는 항상 마음이 긴장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서비스고 사놓은 책도 많은데.. 없어지면 안타깝잖아요?


1.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회사가 망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졌다. 

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13기 만에 영업이익을 달성합니다. 별도재무제표기준 매출액은 1,556억원에 영업이익은 26억원입니다. 참고로 당기순손실이 162억원인데, 그건 투자받은 전환상환우선주(RCPS)가치 평가에 따른 손실 197억원 때문이고, 이는 현금이 지출되지 않는 회계상 비용이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2. 참고로 이 회사에는 두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위에서 말씀드린 작은 시장의 한계이고, 

두번째는 전자책 특성상 책값이 싸기 때문에 출판사에 저작료 주고 나면 남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낮은 수익성)


3. 낮은 수익성 문제는 도서정가제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책통법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법은 도서를 정가의 10%이상 할인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동안 리디북스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회하여 더 높은 할인을 제공해왔습니다. 도서를 10년, 50년씩 대여해주거나, 각종 쿠폰과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되며, 2020년 1월부터 모든 이벤트를 정가의 10%이내로 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리디 공지문


4. 리디에게 제일 중요한 숫자가 영업수익(매출액)과 지급수수료의 비율인데요. 


거의 원가율이라고 보셔도 될 것입니다. 이 비율이 2019년 83.8%에서 2020년 78.7%로 바뀝니다. 

이 비율이 흑자전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죠. 


리디로서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매출 상승률이 좀 둔화되어 억울한 면이 있으면서도.. 그래도 단숨에 흑자로 전환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도 있을 껍니다. 


5. 리디가 잘하는 점은 시장규모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잘 찾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3년간 매출액이 794억 → 1,147억→ 1,538억원인데요. 

약간 제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률이어서 신기했습니다. 



6. 리디북스의 첫번째 돌파구는 리디셀렉트였습니다. 

작은 시장의 한계를 (책도 빌려주고, 고급 아티클도 읽을 수 있는) 구독경제로 돌파해보자라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막 1년회원권을 엄청 저렴하게 팔고 그랬습니다.


예전에 흔했던 이벤트


리디셀렉트 매출액을 25번 주석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20년에 대략 116억원, 2019년에 43억원입니다. 



리디셀렉트 운영하기 위해 확보해야하는 도서들을 생각해보면.. 엄청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닐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티클란에 들어가는 콘텐츠 투자를 많이 안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금은 거의 아웃스탠딩의 서브채널 정도로 운영되는 느낌?


리디셀렉트의 아티클 실시간 인기순위



7. 첫번째 돌파구 이후 찾은 두번째 돌파구는 웹툰인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K웹툰이 대세잖아요? 그래서 웹툰에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아마 가시적인 성과는 2021년을 봐야 알 것 같긴한데.. 전략이 재미있습니다.


제가 나름 웹툰에 돈좀 쓰는 헤비유저인데, 리디북스 웹툰 인기순위를 쭉 보니깐.. 보고싶은 웹툰이 한개도 없습니다.  웹툰이 별로라는게 아니라 타겟이 전혀 다릅니다.


리디북스 웹툰 순위


대충 훑어봐도 여성향의 만화가 대부분이고, 가격도 비싸요~ 한편에 300원인 웹툰이 많습니다! (원래 회당 200원이 국룰인데 최근에 조금씩 바뀌는 추세)


즉, '구매력 있는' '여성'을 타겟으로 합니다. 이분들은 가격민감도가 크지 않기(비싸도 맘에들면 구매) 때문에 이정도면 웹툰 후발주자로서 들어갈 수 있는 니치한 마켓이지만 나름의 볼륨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8. 아무튼 '구독매출'과 '웹툰'은 리디의 미래를 연결해주는 열쇠인데, 


이 열쇠가 잘 맞아들어가고 있는지 현재단계에서 정확하게 판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선수금(부채) 규모가 간접적인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선수금 규모


고객이 결제를 위해 맡겨놓은 금액인 선수금 잔액이 늘어나면 미래의 매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 금액이 19년말 73억원, 20년말 101억원입니다. 

아직은 변화폭이 크지는 않지만 상승추세에 있다는 점은 좋은 신호이며,  

2021년에 이 숫자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보면, 리디의 미래전략 성패를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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