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중간에 활을 멈추는 일만 없기를...
작년 10월 첫 주 수요일, 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처음 마주한 첼로와 엉거주춤한 포즈, 어딘가 불편한 활잡이.
그런 모습으로 나는 처음 첼로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꼬박 1년이 흘렀다.
이제 나는 첫 첼로 연주회를 1주일 앞두고 있다.
연주회는 다니는 학원에서 여는 원내 연주회이다.
선생님이 열정적인 파워 J인 덕분에, 무려 3개월 전부터 곡을 선정하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른 곡은 스즈키 4권 첫 곡으로 등장하는 'J. B. Breval Sonata in C Major, Op. 40'이다.
모처럼 한 곡을 오랫동안 깊게 연습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난이도가 있으면서도 내가 좋아할 만한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었다.
스즈키 4권에 있는 곡들은 콩쿠르 곡으로도 쓰일 만큼 갑자기 어려워지는데,
그만큼 기존에는 악보에 존재하지 않아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악보를 따라가며 제대로 된 박자(아직도 제대로 된 박자는 아니다)에 연주하는 것도 벅찼는데,
제법 음정을 짚어내니 피아노(약하게)와 포르테(강하게)가 나를 기다렸다. 그 뒤로 첼로 연주를 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 소리를 저렇게 작게, 혹은 크게 낼 수 있는지 유심히 보곤 했다.
피아노와 포르테가 미약하게나마 구분이 될 때쯤(사실 소리보다는 내 움츠러든 어깨로 피아노를 아는 것 아닌가 싶기도)에는 '부드럽게', '누르듯이', '밤 밤 밤 밤 딴 딴 딴 딴', '휘몰아치듯이', '꼬집듯이'... 와 같은 주문들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물음포 백만 개가 머릿속을 휘저었지만, 이제는 겁 먹지 않고 그 느낌을 최대한 표현해 보려고 시도하는 편이다.
매주 1시간이었던 연습시간도 2시간으로 늘리고, 평일이나 주말에 시간이 나면 집이나 연습실에서도 연습을 했다. 덕분에 현을 누르는 손가락에 생길 듯 말 듯했던 굳은살도 보란 듯이 생겼다.
완곡도 아니고 아주 일부분만 연주하는 건데도 최근에서야 제법 멜로디가 그럴듯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연주회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한 곡을 오래 열렬하게 구체적으로 연습해 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고,
그만큼 많은 배움의 기회를 놓쳤을 거라 생각하니 지금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연주회는 제시간에 시작하겠지.
삑 소리가 나도, 중간에 활만 안 멈추면 선방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