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획자는 브랜드사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브랜드사 : 브랜드 제품을 제조 판매. 유통사에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킨 브랜드 보유 회사를 통칭.
"브랜드사 입장에서
이커머스에 대한 내용만
최적화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차장님의 후기한마디는 백마디 위로보다 값지게 느껴졌다. 지난 한달간 내 머리 속에서 날 불편하게 했던 부담감이 깨끗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강의 준비기간 한달. 고민끝에 채운 한시간반.
왜 이커머스 기획자는 브랜드사에 가서 강연을 하게 됐을까?
이커머스 트랜드가 아주 재밌어~
브랜드 제조사에서도 이런 거 중요하지 않을까?
시작은 지나가듯 한마디였다. 한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제조사의 본부장인 그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자리. 유통을 시키고 싶은 사람과 유통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만났으니 이야기는 자연히 유통이었다.
요즘 고민은 아무래도 이커머스의 신사업과 전략방향이었고. 떠들다보니 문득 급변하는 브랜드도 유통을 하려면 급변하는 이커머스 환경을 이해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벼운 대화 속에서 오늘 특강은 시작됐다.
브랜드는 왜 이커머스를 알아야하는가
강의의 인트로의 3단계 주제 방식에 충실했다.
이슈현황 - 핵심문제제기 - 관심주제제시
먼저 나의 약력과 함께 이커머스에 대한 나의 애정과 미래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였다. 표정들은 역시나 어리둥절.
"브랜드사가 이커머스를 알아서 뭐해? 우리는 좋은 물건 잘 만들어서 팔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표정이었다. 내 친구인 그 친구도 전에 대화에서 똑같은 말을 했었다. 오늘 강연의 작은 목표는 그 오해를 깨주는 것이었다.
이커머스의 성장이 가져온 정보의 비대칭
대부분의 브랜드사는 이커머스사에 입점해서 물건을 판매한다. 특히 브랜드사가 클수록 백화점이나 홈쇼핑같은 기존의 유통사를 통해서 온라인 시장으로 뻗어나왔다. 그리고 이제 이커머스가 성장해서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팩트다.
문제는 오프라인의 입점과 온라인의 입점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고객과의 접점이다. 오프라인 유통사 - 이를테면 백화점-에 입점할 경우 실제로 입점이란 장소임대의 부동산적 개념이 크다. 브랜드사의 직원은 브랜드사의 고객을 직접 만나서 상품을 판매한다. 그리고 그런 고객경험은 개별 브랜드 영업직의 판매 노하우가 되거나 VOC(Voice of customer)의 방식으로 본사에까지 전달 될 수 있었다.
온라인 입점에서 브랜드사는 고객을 볼 수가 없다. 어떤 성별과 나이대를 가진 사람이 우리 옷을 샀는지 어떤 경로로 샀는지 매장을 몇바퀴나 돌고서야 결정을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런 정보가 없다보니 브랜드사의 광고는 타겟팅이 불가능해지고 상품제작시에는 별도의 고객 조사를 또 해야만 한다.
그런데 오프라인과 다르게 온라인은 이런 정보를 개인적 추측도 아니라 데이터화하여 아주 정확한 통계치로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정보를 절대 공유해줄 생각이 없다.
게다가 데이터화된 상품정보는 더이상 브랜드의 소유라고 보기 어렵다. 아마존의 AWS에서 볼 수 있듯이 클라우드 구조 기반으로 얼마든지 모듈화해서 이커머스 인프라는 여기저기로 문어발식 확장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우리 브랜드 정보를 팔아서 또 이득을 취한다는 것. 쉬운 예로 오프라인 롯데백화점에 입점시킨 브랜드는 롯데 온라인몰에 등록되면서 데이터화 되고 복수개의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로 데이터형태로 재판매되어 버린다. 오프라인은 브랜드사의 동의없이 브랜드 편집샵을 만들기 어렵지만 이커머스에서는 브랜드의 동의는 필요치 않다. 오직 이커머스간의 연동이 있는 것뿐이다.
이커머스와 브랜드가 정보싸움을 벌인다면 주도권은 고객 정보가 압도적인 이커머스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쉽게 보던 이커머스의 갑질이 시작될 것.
이쯤 이야기가 되었을 때 장내는 조용해졌다. 눈빛이 달라진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평범한 진실은 '팩트폭력'으로 다가갔을 것이었다.
이커머스의 미래전략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이 브랜드사가 승부하는 좋은 전략을 만드는 힌트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었기에 핵심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시작으로 강의는 아래의 순서로 진행됐다.
2016년의 이커머스 트랜드
2017년의 이커머스 트랜드와 그 이후
브랜드사에게 발생할 이슈
이커머스에 대응하는 브랜드사의 전략
2016년의 이커머스 : 온디맨드
이커머스 기획자의 눈에서 2016년의 트랜드를 짚어보는 것은 참석자 개개인이 이커머스의 영향력을 체감하는 것에 목표가 있었다.
구글링을 통해 예시에 적합한 세련된 가족의 모습을 찾아내고 트랜디한 라이프패턴을 적어넣었다. 마침 발표 장소에 첫번째 이미지와 유사한 라이프패턴을 보이는 분이 있어서 대화가 수월했다.
On-demand : 우버모델과 간편결제, 배송전쟁
우버스타일의 온디맨드 서비스들은 소유하는 자산없이 판매자와 소비자가 자유롭게 시장을 형성하도록 만들어줬다. 기존의 물류택배 중심의 오픈마켓에서 더 나아가서 로컬서비스업들까지 포함하는 버티컬 서비스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청소부터 공유대여나 전문가연견 등 서비스는 다양해졌다.
여기에 편리한 간편결제 모듈이 더해졌다. 결제가 넘어오면서 온라인은 보조수단을 벗어나 핵심 결제 창구가 되었다. 동네 벼룩시장이나 다름없던 '배달의민족'에 결제 대행이 붙으면서 파격적인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이 된 것처럼.
게다가 고객물류를 just-in-time 으로 소화하려는 '라스트마일' 관리경쟁은 로켓배송이나 오프라인픽업 또는 크로스배송 서비스 등의 다양한 배송유형을 가지고 왔었다. 이 역시 과거에는 하나의 밸류체인에 녹아있던 서비스가 버티컬 형태로 뻗어나온 상황.
이 낯설던 서비스들은 이제 어느순간 일상속에 녹아있었다. 심지어 시도를 넘어서 전략의 실패와 변신도 일어나고 있다. 쿠팡맨으로 실험됐으나 비용문제로 더이상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로켓배송의 케이스는 중요한 공식을 알려줬다. 지속가능한 라스트마일 관리의 핵심공식이란, 빠른 배송 < 친절한 배송
궁극적으로 2016년이 지나며 이커머스는 물건 판매자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진화해왔다고 볼 수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런 현실을 특정한 키워드로 돌아볼 때 보통 반응은 두가지다.
'그런가?'혹은 '난 아닌데?'
일부의 참석자의 표정에서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비치는지 조금 신경쓰였다. 희미한 미소와 끄덕임을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공감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강의를 이어갔다.
2017년의 이커머스: 모바일 컨시어지
앞서 보여주었던 2016년의 사람 중에서 가장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딸? 아들?
사실은 엄마다. 왜냐하면 엄마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딸에게 말만 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까. 바로 이 개념은 2017년으로 넘어왔다.
서비스가 오픈 후 고객들에게 정착되기에는 적어도 3개월에서 반년의 세월이 걸린다. 말이 2017년일 뿐 이 서비스들은 대략 9월 정도부터 거의 오픈되어 왔다는 걸 강조했다.
모바일 컨시어지 : 통합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2017년의 트랜드는 '모바일 트랜드 2017' 의 내용과 다양한 컨퍼런스의 자료들을 인용하여 재구성했다.
이커머스에서 중요한 4단계에 맞추어 아래와 같이 키워드를 뽑았다.
니즈의 인식단계에서는 세대적 차이와 기술적 차이 두 가지 레벨이 있다.
세대적 차이란 밀레니얼 세대, z세대의 출현으로 완전히 변화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세대의 3가지 특징은 이커머스 소비 환경에 특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된다.
폰포비아 현상: 채팅메신저로 소통
팩트와 요약의 형태로 정보습득 : 카드뉴스
해학과 풍자로 이슈를 드러냄 : 병맛코드
이에 따라 고전적인 전화 CS는 채팅으로 변화되고 있고, 아주아주 예의바른 전시화면의 판매문구도 병맛코드의 유머가 살아있는 요약정보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기술적 차이란 기존에는 없던 변화를 의미했다. 바로 IoT가 '니즈를 알려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전통적인 마케팅의 니즈의 인식이란 소비자의 의식적 행동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나 IoT의 발전은 소비자의 의식적인 깨달음이 없어도 알림을 받게 해준다. 예를 들어 IoT정수기가 있다면 필터가 수명이 다 되면 사용자에게 wifi를 통해 알림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장바구니에도 담아줄 수 있고, 간편결제도 되어 있다면 결제까지 실행시켜줄 수도 있는 것이다.
제품의 서치단계에서는 편리성과 정확도 두가지 차원에서 검토하였다.
편리한 서치는 아무래도 대신 해주는 것이다. 대화형 커머스와 챗봇은 사람 또는 AI가 대화를 통해 통계나 지식적으로 니즈에 맞는 제품을 찾아준다.
정확도가 높은 제품서치란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방향이다. 기존의 텍스트와 2D 이미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인풋은 카메라를 이미지인식 또는 보이스 인식으로 아웃풋은 VR, AR, MR 등의 형태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설명했다.
결제의 단계는 생체인식을 통한 결제 단순화를 소개했고 마지막 배송의 단계에서는 배송시간보다도 서비스차원에서 집중하는 배송에 대한 변화를 소개했다.
여기까지 발표를 마친 뒤 잠시 눈빛들을 살펴보았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었지만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 뭔가 바뀔 것 같지만 그게 좋은게 맞는지도 모를 이야기들. 약간은 불신이 서려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이커머스의 검은 속내를 보일 차례였다.
이커머스의 궁극적인 지향점
이커머스가 성장해나가면서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일까.
2016년의 On-demand의 변화는 판매자였던 이커머스가 플랫폼으로 돌아서는 것을 반영했다면, 2017년의 모바일 컨시어지 트랜드는 쇼핑몰이 영민하게 고객의 상태까지 파악해서 비서의 역할을 자처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이커머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신뢰받는 비서'가 발전해서 '비선실세'가 되는 것.
비주얼 UI보다 더 자연스러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대화형 혹은 채팅형 서비스가 자리잡고, 수많은 AI가 여러가지 정보를 통해서 매장직원보다 더 자연스럽게 추천하고 신뢰를 얻고자 한다. 이미 플랫폼화 된 이커머스는 더이상 마진을 남기는 판매자나 조언을 하는 매장직원이 아니라 결정권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가 된다. 즉, 구매활동에서 고객의 니즈를 대신 발견해주고, 상품도 대신 결정해서, 대신 구매까지 이루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커머스의 역할은 기존의 구매의 4단계를 2단계로 줄이는 획기적인 혁명을 목적으로 한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전체적인 이커머스에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 이커머스의 KPI는 상품 노출 대비 구매전환율이고 이러한 추천서비스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KPI지수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익적인 면에서도 이커머스가 유리해질 수 있다. 이커머스의 매출 발생 구조와 브랜드와의 파워게임을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내용은 간단하다.
현재의 이커머스는 크게 두가지 비지니스 모델을 가진다. 1)매출을 통한 마진을 수익으로 하는 직매입/위수탁방식 2)매출을 통한 수수료를 수익으로 하는 오픈마켓 또는 제휴 방식. 전자의 방식이 상품의 가격과 마진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잘만 조절하면 유통판매자가 상품별로 더 많은 수익을 가질 수 있다는 과거에 선호되었던 방식이다. 후자의 온라인의 얽히고 섥힌 판매 관계에서 스치기만해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플랫폼 형태의 방식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플랫폼으로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과도한 이커머스사의 추가 할인 경쟁으로 가격경쟁력을 얻는 대신에 마이너스 수익을 얻는 경우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커머스사가 고객의 신뢰를 얻어서 상품노출대비 구매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이커머스사는 수수료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게된다. 이커머스 자체에 대한 신뢰가 늘고 고정 고객이 일정수준이상 확보만 된다면 이커머스는 마진이 높든 낮든 물건이 팔리기만 하면 수익이 발생되고, 자체 할인 마케팅도 줄일 수 있게된다. 또한 브랜드사와의 파워게임에서도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 물건 선택의 역할을 가져온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다양한 광고 수단을 브랜드사에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커머스가 어마어마하게 성공할 때의 이야기지만, 이미 이런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회사는 있다.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이미 아마존 Prime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고정 구매층을 확보하고 있고, AI를 통한 비선실세되기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알렉사를 이용한 아마존 에코와 아마존 추천 시스템은 이미 음성인식과 대화를 통한 상품 선택과 결제를 대행해주는 막강한 권력을 누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아마존의 방향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할 곳은 전혀 없다.
다양한 동영상과 실제 사례들을 토대로, 여기까지 설명했을 때 강의실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은 다소 심각해졌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했던 강의의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약 40분의 시간을 쉼없이 달려왔고 어느정도 미래의 소비패턴에 대해서 생생하게 그려질 수 있도록 다양한 영상 자료를 많이 첨가해서 만든 자료였다. 아마도 나보다 베테랑은 많은 분들의 머리 속에서 이해타산이 그려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트로를 제외하고 오로지 이커머스의 입장에서 이커머스의 미래만을 생각했다면, 브랜드사는 정말 이 미래를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2부의 내용은 브랜드사의 입장으로 진행했다. 브랜드사의 사업에는 정통하지 못하지만 철저하게 UX기획자 이해도에서 브랜드사에게 닥칠 상세한 이슈와 그에 대한 대응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다. 가급적 나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기를 독려하면서.. (계속)
***글이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누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편에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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