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대로 작성해보는 플랫폼의 본질
건너건너 알고 있던 훌륭한 분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드신 흥미로운 영상을 보았다.
'기획흥신소'의 저자인 서대웅님과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이신 황부영님이 의기투합해서 방송을 시작하셨다.
첫회가 플랫폼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커머스와 플랫폼이라는 부분이 뒷부분에 언급된다. 요즘 너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서 귀가 쫑긋 섰다.
https://www.facebook.com/3rdaction/videos/1432932820135559/
C2C 쇼핑몰은 플랫폼인가?
2014년 하나의 트렌트로 생겨난 O2O서비스들은 우후죽순 결제를 온라인으로 옮겨왔고, 2015년을 지나면서 급격히 늘어난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단순한 광고 서비스였던 O2O를 '온디멘드 플랫폼'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Uberfication이라 지칭될 정도로 스타트업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우버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로 나타났다. 플랫폼은 이렇게 공급자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커다란 장터같은 공간이다.(feat.복덕방)
이 부분만 본다면 사실 문자그대로의 C2C의 개념과 플랫폼은 개념상 다르지 않다. 옥션이 오픈당시 했던 경매서비스는 바로 C2C였다. 그리고 오픈마켓으로 서비스 형태를 전환하고 난 후에도 엄밀히 말해서 중개사업자, 즉, C2C의 형태를 만족한다.
그럼 오픈마켓은 플랫폼인가? 개념대로라면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픈마켓을 플랫폼일라고 하지 않는다. 동영상속 황부영님의 설명대로라면 '입장전환'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고,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는 입장전환이 제대로 일어나야만 플랫폼이라는 말이 된다.
사실이다. 종합몰처럼 판매자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아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의 판매자는 개인이 아니고 대부분 판매회사 소위 '업자'들이고, 이들은 소비자로 전환될 수 없는 이용자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객은 암묵적으로 오픈마켓을 B2C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고객들이 사는 곳은 그냥 옥션이고 쿠팡일 뿐 그 작은 업자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작은 업자조차도 회사로만 바라볼 뿐 이 안에서 개인과 인간의 존재는 오로지 고객들뿐이다.
플랫폼은 자연성장하는 이용자간의 놀이터다?
반면에 항상 컨셉을 액션하시는 서대웅님은 플랫폼 역시 '이용자들의 놀이터'라고 정의하신다. 부연설명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이용자들간의 거래라는 액션은 '자발적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발적 상호작용'라는 말은 몹시 익숙한데, 쇼핑몰이 꿈에 그리는 '커뮤니티'야 말고 가장 오래된 자발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쇼핑몰의 커뮤니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지난번에도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windydog/49
위의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컨텐츠를 생성하고 댓글이나 추천을 통한 붐업 선순환을 노리는 쇼핑몰의 방법은 예전부터 꾸준히 실패해온 전략이다. 예쁘게 정돈하고 놀이기구까지 다 설치해줘도 고객은 뭔가 혜택이 없는 이상 놀아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상해보이기 때문이다. 놀이터 주인이 돈을 주면서 놀아달라고 한다는이 말을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해보자. 놀이터 주인은 발을 동동 거리지만, 어쩐지 '의심'스럽다. 혹시 나에게 뭔가 원하는게 있는건 아닐까 의심스럽다.
쇼핑몰에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도 어쩌면 쇼핑몰이 너무나 '장사꾼'처럼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나에게 이런 재밌는 걸 주는 저의가 뭐냐고 묻게 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00년대의 닷컴버블 붕괴 시점에 있던 수많은 커뮤니티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진짜 받는 것 하나없이 잘 놀았다. 그러다가 너무 궁핍해서 일부를 유료화로 전환했는데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모두가 등을 돌렸다.
그 때는 배신감이었다. 지금까지 잘 놀게해주더니 갑자기 돈벌겠다는 태도에 모두가 화를 냈다. 현재 고객들의 성향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도 유료화 전략이나 없던 광고의 생성은 그게 페이스북이라고 해도 욕을 먹고 시작했다. 커뮤니티성이 강한 스타트업의 유료화 매장이 여전히 얼마나 어려운지는 여러 앱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플랫폼은 커뮤니티를 포함하지만 모든 커뮤니티는 플랫폼이 아니다. 커뮤니티와 플랫폼은 모두 개개인의 활동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커뮤니티가 의사소통과 관계성에 방점을 둔다면 플랫폼은 가치교환에 방점을 둔다.
장사꾼이 아닌데도 돈을 받는 사람들
장사꾼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요즘은 많다. 바로 '인플루언서'다. 트위치나 유튜브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그들은 과거 아프리카처럼 별풍선을 구걸하지도 않는데도 사람들이 '도네이션'을 한다. 그저 앞으로도 좋은 컨텐츠를 부탁하면서 말이다.
좋은 무료 앱을 공짜로 써도 절대 도네이션을 안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낸다. 아이돌처럼 애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떠한 금전적 혜택도 돌아오지 않는데도 이런 일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힘일까? 플랫폼의 힘일까?
분명한 사실은 물리적 형태의 '등가교환의 법칙'은 점차 무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가치교환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해보인다. 개인에게 '가치'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교환되는 금전적 액수가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봐도 장사꾼같이 생긴 쇼핑몰이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반대로 커뮤니티가 결제를 일으키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애초에 '가치'가 교환되는 장소라는 인식이 없다면 가치교환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우버와 AirBnb는 처음부터 플랫폼이었다
어쩌면 애초에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핵심이 될 수도 있다.
우버와 Airbnb는 단 한번도 O2O였던 적이 없다. 플랫폼은 아주 처음부터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참여자들도 이 곳이 플랫폼임을 알고 들어왔다.
이미 선형적인 판매 프로세스를 보여준 쇼핑몰이나 절대 시스템적인 Transaction이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커뮤니티는 이미 기존의 목적에 지배되어 버렸다. 따라서 플랫폼의 DNA의 이식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접근하는 목표 자체가 '가치 교환의 Transaction'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 서비스에 진입하는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사용자들간'에서 얻을 수 있도록 무언가 이용할만한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도 할 수 있지만 플랫폼을 통했을 때 편리한 점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메르카리와 중고나라의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흔하디 흔한 중고장터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안전함과 편리함을 필두로 플랫폼으로 탄생한 메르카리는 계속 성장중이다. 그러나 공간을 제공해주고도 거래의 특장점을 제공하지 못한 중고나라는 결국 플래폼이 아니라 커뮤니티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면, 쇼핑몰을 플랫폼으로 바꿀 수 있을까?
위의 고찰을 기반으로 정리해보자면,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플랫폼 내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입장이 쉽게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처음부터 플랫폼으로 인식되었어야 한다. 선형적인 판매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플래폼으로의 완전한 전환은 불가능하다.
셋째, 플랫폼의 이용 목적 자체가 '가치교환의 Transaction'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꼭 등가교환이 아니더라도 거래가 일어나는 지점에서 플랫폼의 특장점이 이용되어야 한다.
첫째와 둘째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우선 기존 자사의 쇼핑몰이 아닌 새로운 처음부터 플랫폼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셋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쇼핑몰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플랫폼 내의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이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쇼핑몰이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공급업체와의 연결성, 상품정보, 배송서비스. 결제시스템, ...
한참을 고민하고 또 해보았는데, 과연 저런 것들이 고객이 플랫폼 사용에 의미가 있을까?
그저 뻔하디뻔한 경쟁적 요소들 뿐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물건 팔기에만 집중해온 쇼핑몰에서
가치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얼마전 이종간 판매 매장이 유행이라고 해서 가로수길에 조사를 나간 적이 있다. 가로수길에 많은 화장품 가게들은 내부에 커피숍을 두거나 커피마실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반대의 경우는 달랐다. 커피숍인데 소품따위를 팔고 있는 곳에서는 물건이 조금이나마 팔리고 있었다.
물건이 판매되는 매장에서 사람들은 여가를 보내지 않는다. 멀티플렉스에서도 복도를 걸어다니며 구경을 하지 매장내에서 아무 구매도 없이 마음껏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물건을 팔겠다고 작정하고 있는 매장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양이앞에서 생선이 되는 것을 자초하는 기분이랄까.
마찬가지로 쇼핑몰에는 아무도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다. 나의 정보를 이용해서 물건을 팔려고 할테니까.
반대로 쇼핑몰이 주는 정보도 넉놓고 즐기지 않는다. 왜냐면 어차피 물건을 팔기위한 정보일 뿐일테니까.
오로지 쇼핑몰에서 자발적 구매후기 정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고객이 고객을 지키려는 인류애적인 정의로운 목적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다른 어떠한 가치교환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쇼핑몰이라는 DNA를 유지하는 이상, 사용자간의 입장전환과 가치교환이 자유로운 구조를 가지게 되려면 형태는 2가지밖에 없다.
물건판매자와 구매자로 입장전환되는 중고장터
아예 다른 가치교환을 중심으로 하되 물건 구매가 연결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
그렇다면 계속해서 묻고싶다.
꼭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쇼핑몰의 DNA가 필요할까? 유통이 필요할까?
그저 중개과정에서 금전적 가치교환만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결론은 이렇다. 쇼핑몰에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면 굳이 쇼핑몰의 DNA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 집중해야한다고.
그러니까 판매가 있고 결제가 있다고해서 B2C쇼핑몰 작업하듯이 습관적으로 기획해서는 안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