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니 CEO가 된다는 말의 의미
얼마 전까지도 프로덕트 오너라는 직무는 다방면의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니 CEO’라는 별칭에 매료되어 프로덕트 오너가 된 자신을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고, 비즈니스의 성패에 기여하며,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매력적인 모습이 떠올랐죠. 자율성과 결정권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나만의 사업을 운영해보는’ 경험을 선사할 거라는 기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프로덕트 오너에 대한 기대가 ‘환상’이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실무를 경험하고, 관련 공부를 깊이 있게 한 사람들, 특히 취업 준비생들은 점점 더 이 직무가 단순히 자율성과 권한을 가진 미니 CEO가 아니며, 오히려 자율성만큼 부담도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취직자리가 그만큼 치열하고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더 알게 되는 것도 있고요.
현실에서 바라본 미니 CEO란?
‘미니 CEO’라는 표현은 일견 프로덕트 오너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듯하지만, 실제 의미는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내가 내키는 대로 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실무에서의 의사결정은 감이 아닌 데이터와 판단, 설득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때로는 매우 까다로운 고려와 계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리텐션을 높여야 할 때 누군가는 더 많은 상품을 보여주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고객이 명확하게 리텐션으로 이어질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덕트 오너는 각각의 주장과 논리를 면밀히 분석하고, 어느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향인지 판단해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이 결정을 뒷받침할 논리로 팀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리텐션에 적합한 상품을 소싱하는 것조차 관련부서와 상의해야하기 마련이죠.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마주하는 ‘미니 CEO’는 자율성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부분을 잠시 보류해야 하거나, 가끔은 확신이 서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죠. 결국 프로덕트 오너는, 자율성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무게와 그 책임감의 크기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자리인 것입니다.
환상이 깨진 자리에서 – 진정한 도전이 시작되다
물론, 환상이 깨지는 것은 일견 불안하거나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직무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 진짜 프로덕트 오너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가 들어설 테니까요. 처음엔 자율성과 성공을 기대했지만, 현실적인 고민과 성숙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임을 알게 되면서 진정으로 이 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직무는 "제약조건내에서 차선책을 찾는 것"이라고 항상 주장해왔듯이요.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오히려 현실을 알게 된 이후에 자신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며 과도한 압박감에 빠지는 경우입니다. ‘비즈니스도 알고 개발도 이해해야 하고, 심지어 리더십도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하려다 보니 자꾸만 준비 시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준비된 것을 실무로 옮기기 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일찍 도전해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진짜 시작하기 전에는 무엇이 필요할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 부족하더라도 실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가능한 빨리 시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안뽑아 준다고요? 그렇기에 두드려 보는게 정말 더 필요해요. 어떻게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어떻게든 실제 비즈니스를 만나서 이야기해볼 기회를 얻어야해요. 갓생이 아니라 그냥 그게 일을 배우는 방법이니까요.
환상이 깨진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때, 진짜 필요한 것은 끝없는 준비보다는 일단 발을 들여놓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프로덕트 오너가 가지는 자율성과 책임, 그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이해하고 실무를 통해 성장하려는 자세가 진정한 미니 CEO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