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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07. 2024

대단한 과거에 사로잡히면 비즈니스는 망합니다

트렌드라이트 Back to the B,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design by 슝슝 (w/DALL-E)


<Back to the B>  
대단한 과거에 사로잡히면 비즈니스는 망합니다 
<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철학자가 된 스타 작가의 조언

 국내에서 2017년에 출간된 <에고라는 적>은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의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자기 계발서입니다. 이 책에서 '에고(Ego)'는 단순한 자존감이나 자아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으로 정의됩니다. 홀리데이는 이러한 에고가 현실을 왜곡하고 과도한 자신감과 자아도취로 인해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에고는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게 만들고,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성장을 방해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라이언 홀리데이가 왜 '에고'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정의했을까요? 사실 <에고라는 적>은 그의 화려했던 경력이 무너진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19세에 대학을 중퇴하고 미디어 대행사를 창립했으며, 2008년에는 21살의 나이에 아메리칸 어패럴의 마케팅 디렉터로 활약했습니다. 또한, 2011년에 낸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사회적 인정과 성공을 거머쥐었죠.


 그러나 2015년, 아메리칸 어패럴이 파산하면서 홀리데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에고에 대해 반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토아 철학에 깊이 빠지게 되었고, 현재는 금욕적인 삶의 자세를 지향하는 스토아학파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철학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에고의 정점, <그로스 해킹>

 제가 라이언 홀리데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순히 <에고라는 적> 때문만이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그가 가장 강한 에고를 가졌던 시기에 쓴 책이 바로 <그로스 해킹>이라는 점에서 그의 여정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국내에서는 2015년에 발간되어, 스타트업 업계에서 필독서로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아메리칸 어패럴의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던 시기에 집필된 것으로, 그로스 해킹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소개하고 정의한 책입니다. 원문은 약 50페이지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그가 직접 경험한 그로스 해킹의 방법론과 사례들을 담아내며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죠.


 책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을 비교하며, 그로스 해킹의 특징과 강점을 강조합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대규모 캠페인을 통해 매스 타깃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그로스 해킹은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소수의 명확한 고객 획득에 집중합니다. 특히,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퍼뜨리도록 유도하는 바이럴 확산 전략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이를 반복하여 바이럴 루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그가 직접 책 판매 과정에서 그로스 해킹을 적용해 얻은 성과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결국 <에고라는 적>에서 에고가 자신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렇다면 그가 강한 에고를 바탕으로 저술한 <그로스 해킹>의 이론들은 실제 그의 실무에서 어떻게 작용했을까요? 혹은 그가 나중에 반성한 것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없었을까요? 


성공 경험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과 <에고라는 적>에서 라이언 홀리데이는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하며 했던 구체적인 행동들을 상세히 언급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케팅 디렉터로 부임한 전후를 비교해 보면 그의 전략이 회사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원래 미국 현지 생산을 강조하며, 단색의 베이직한 의류를 판매하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홀리데이가 마케팅 디렉터로 들어온 후, 브랜드 캠페인에서는 과도한 성적 노출과 섹슈얼한 메시지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소규모 채널과 SNS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높은 노출 효과를 달성했는데, 이는 분명히 <그로스 해킹>에서 강조한 것처럼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전략과 실험으로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의 결과로 아메리칸 어패럴은 지나친 성적 이미지 남용으로 외설적인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고, 창업자의 성추행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결국 2015년 아메리칸 어패럴은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라이언 홀리데이를 일부 두둔하자면, 이러한 과도한 성적 이미지 활용은 최종적으로 회장의 결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마케팅 디렉터로서 그의 데이터와 단기 성과에 집중한 바이럴 전략이 브랜드의 장기적 가치를 간과하게 만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라이언의 에고에 휘둘린 마케팅 전략은 단기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브랜드의 장기적 존속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이 그로스 해킹과 퍼포먼스 마케팅에 몰두하면서 '대 바이럴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라이언 홀리데이의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과거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새로운 도전을 막거나, 이미 유효하지 않은 방식을 계속 고집하게 만드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직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고 겸손한 태도로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을 이루는 핵심일 것입니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사례는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에고를 통제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 편집/윤문 | 슝슝





이 글은 트렌드라이트 2024-10-02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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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도그냥은,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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