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되지 않고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바꿔야할 작은 역할들
구독시리즈로 만나뵙게 된 도그냥의 <배포는 끝났지만 내 인생은 A/B테스트중> 시리즈는 수많은 지식과 이상적인 생각들 사이에서 현실과의 차이와 모순을 발견하며 고민하는 수많은 IT업계 직장인들을 위한 공감 구독 시리즈입니다. 현실이 시궁창이어도 우리는 묵묵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커리어패스를 찾아가야 하니까요. 오늘도 배포를 하지만 내 인생은 여전히 갈팡질팡인 모든 분들에게 한주에 한번 놓치지 말아야할 커리어를 위해 고민거리를 던져드립니다.
*멤버십 전용 글로, 멤버십 미가입자에게는 미리보기까지만 보입니다.
“와 정말 주니어가 할 일이 별로 없겠어요”
이 업을 10여년 넘게 해온 시니어 기획자들과 종종 하는 대화가 있습니다. 바로 chatGPT를 포함하여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하는 감탄의 말들인데요. 기획일을 시작하면서 선배들 옆에서 처음 일을 배울 때 했던 잔잔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기억 나기 때문입니다. 그 자질구레한 일들을 했던 덕에 기획을 배웠었지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들이었죠.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이제는 주니어 후배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게 느껴져서에요.
제가 사원시절에 했던 이런 자질구레한 업무들 중에는 한땀한땀 손으로 해야하는 일들이 많았었어요. 기억나는 업무로는 경쟁사의 카테고리 구조를 조사한 업무였어요. 종합몰에서는 카테고리가 많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를 어떻게 나누느냐도 서로 벤치마킹하는 대상이었는데요. 저는 카테고리 재정리 업무를 맡은 선임을 도와서 경쟁사들의 카테고리 정보를 하나하나 수집했어요. 당연히 수집 방법은 지마켓, 11번가 같은 종합몰들의 GNB(global navigation bar)를 열어서 대카테고리, 중카테고리, 소카테고리 정보를 보면서 엑셀에 옮겨서 붙여넣기 했었죠. 머리를 좀 쓴다고 화면을 긁어서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많이 가는 업무였죠. 몇 일동안 이 정보를 모으고 정리했었는데요. 지금은 이 업무, 3초컷 업무가 되었어요.
제가 페이지분석용으로 설치해둔 AI 크롬익스텐션 서비스를 통해서 지마켓 페이지에 접속 후 카테고리 정보를 정리해달라고 하니까 자동으로 만들어주더라고요. 복사해서 엑셀에 붙여넣으면 끝나는 업무가 되었죠. 이제 제가 이 자료가 필요하면 과거의 저와 같은 주니어가 정리를 도와줄 필요가 없어진 거에요.
기획을 위한 자료 조사도 주니어들에게 가장 많이 시키는 업무였죠. 특정 카테고리의 온라인 시장 사이즈를 파악하라고 하면 뉴스를 검색하거나 통계청 KOSIS 자료를 조사해서 시장 사이즈를 추론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당장 필요한 소스를 너무나 쉽게 찾아줍니다.
신기하고 영특하죠? 개인의 생산성과 효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게 느껴지는데요. '나도 활용해봐야지' 생각하고 계시나요? 그런데 만약 당신이 취업을 준비중이신 주니어거나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라면 이 이야기를 위험신호로 느끼셔야 합니다.
기획은 기본적으로 도제방식으로 교육되던 직무입니다.
제가 15년전에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에 저는 직무교육이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입사를 해서도 마찬가지였죠. 처음 온보딩을 위한 설명은 간단히 진행됐고 진짜 실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회의록을 대신 작성하는 일부터 했었습니다. 회의록 기록은 여러가지 면에서 학습되는게 많아요. 일단 그 도메인과 회사내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정책에 대해서 귀동냥을 하면서 배울 수 있고, 선배가 이슈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듣고 배우는 과정이 되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선배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테스트를 수행했어요. 기획서의 내용들을 보며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케이스들을 하나하나 테스트를 통해서 수행하면서 단지 사용자일 때는 보이지 않던 서비스의 아주 구석구석 숨겨진 면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테스트였죠. 이렇게 초기 기획단계부터 테스트하고 오픈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우는 것은 ‘암묵지’라고 불리는 소프트스킬이었고요. 그래서 어떤 선배를 만나서 일을 배웠느냐는 그 사람의 기획자로서의 업무 스타일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시작점이었어요.
물론 저는 이렇게 배우는 것에서 체계화되지 않은 것 때문에 큰 갈증이 있었고, 저 스스로 이 직무를 배우는 것을 내 후배들은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좋겠다는 다음에 노하우나 교육을 만들어서 직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요. 여전히 각 회사의 현장에서 배우는 것만큼 그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일 배우기 방식은 없어요. 그런데 이 잔잔한 서포트 역할을 AI가 대신한다면, 주니어들은 이렇게 찬찬히 배워나갈 시간이 없어지게 되요.
더 충격적인 것은, 그나마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어서 아쉽다는 말은 배부른 소리일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기획팀에서 주니어를 채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면 주니어가 와도 해야할 일들이 많이 있다는 뜻이에요. 당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알아서 기획해서 만들어줄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경력직을 뽑을테니까요. 이런 잔잔하고 손이 많이 가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일들이 많으면 주니어 채용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이런 이들이 없어진다면 주니어 TO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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