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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나 Sep 02. 2016

미인에게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너 정말 예쁘다!


어릴 적부터 사람들에게 지겹도록 많이 듣던 말.


물론 그 대상은 내가 아닌, 내 옆에 있던 우리 언니.


맞다.

우리 언니는 예쁘다.

태어났을 때부터 예뻤다.

나이 들면 못생겨질 법도 한데...

30인 지금도 예쁘다.


한 마디로 미인(美人)이다.


어린 시절 언니와 함께 다니면, 항상 사람들의 시선은 언니의 예쁜 얼굴로 향했다.

"너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이목구비가 어쩜 그렇게 또렷하니?"


그러다 그 옆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치면 이렇게 말했다.

"동생? 그런데 언니랑 안 닮았네?"








언니와 다니며 자연스럽게 미(美)의 기준을 알게 되었다.

'우리 언니 같이 생기면 예쁘고, 나 같이 생기면 그냥 그런 거구나.'


그래서 미인(美人)의 조건은 '나와는 다른 예쁜 이목구비'라고 생각했다.








사춘기를 맞이하고 성장해가면서.

언제부턴가 나에게도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그 칭찬을 믿지 않았고, 믿을 수도 없었다.


'예쁘다'라는 말은 나에게 맞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다.

'예쁘다'라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다.


나는 전형적인 미인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내 미(美)의 기준이 통째로 바뀌어버린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너 많이 예뻐졌구나?"


그 말을 믿을 리 없는 내가 대답했다.

"뭐가 예뻐요. 난 내 얼굴 다 마음에 안 들지만 특히 코가 마음에 안 들어. 겁만 없었으면 벌써 성형했을 텐데."


그러자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오랜만에 너를 봤는데, 예전보다 네가 밝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어. 네 얼굴 생김새 하나하나에 대해 예쁘다고 단정 짓는 게 아니야. 예쁘다는 건 네 표정과 분위기에서도 느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너 기억 안 나? 대학시절 네가 첫눈에 반했다던 남자. 넌 그 사람 외모는 잘생기지 않았다고 했어. 그런데 그 사람의 표정, 분위기, 말투에 한 순간 반해버렸다고 했지. 한마디로 예쁜 사람이라고 했어. 그런데 왜 너 자신한테는 예쁘다는 기준을 오직 얼굴 생김새 하나로만 적용하려고 하니?"






맞다.

그랬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전 처음 본 그 사람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사람의 표정이 풍기는 깨끗한 분위기가 있었다.

말 한마디도 참 예쁘게 했고, 행동 하나하나 예쁨이 묻어 나왔다.


비록 그 이후로 단 한번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정말 예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종종 들 정도로.


그 사람을 만났던 그날 밤,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이 꼭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이미 그때,

내 머릿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던 '미(美)의 기준'을 깨버렸던 것이다.


다만 그 대상에서 나만 제외했을 뿐...








지인과의 대화가 있은 후.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나 예뻐?"


엄마가 답한다.

"응. 근데 사실 전형적으로 예쁜 얼굴은 아닌데... 매력 있어."


거짓말 못하는 우리 엄마 최고!









거울을 마주해본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역시나 전형적인 미인의 이목구비는 아니다.

그런데 나름 괜찮은 얼굴인 것 같기도 하다.

엄마 말대로 매력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름 미인(美人)인가 보다.


무엇보다 나에게도 남들과 다른 예쁜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난다.








미인(美人)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


우리는 언제부턴가 미인을 정형화된 이목구비로 단정 짓게 되었을까?

이제는 그 기준을 깨뜨리고 싶다.








미인 = 아름다운 사람 = 나만의 느낌을 지닌 사람







아빠에게도 물어본다.

"아빠, 나 예뻐?"


아빠가 답한다.

"어휴 그럼! 원래부터 예뻤지!"


내가 묻는다.

"어디가 예뻐?"


아빠가 답한다.

"......"






그렇다.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나만의 느낌을 지닌 미인이다.


기분 좋다.







이 세상에는 얼굴과 성격이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행운이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아름다운 느낌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니까.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자신의 얼굴을 비교하며 우울했던 당신.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미인(美人)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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