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비친 삶이라는 빛과 그늘에 관한 영화
시간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선물 중엔
더불어 혼란스러운 갈등이
끼어있는 경우도 종종 있게 마련입니다
혼자 물끄러미 생각에 빠져 있노라면
나의 의견은 그야말로 절로 웃음이 나오리만큼
지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이고 효율적일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햇살을 머금어 투명하리만치
빛을 발하는 한 떨기 꽃처럼 향기롭고 찬란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답니다
반면,
상대의 의견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져버릴 듯 홍수에
시뻘건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제방의 몰락처럼
보잘 것 없고 위험하며 앞뒤 분별없이 초라할 뿐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그런 갈들이 비롯되곤 하지요
자식을 위해서 부모를 버려야한다
하나는 그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하나는 도무지 그럴 수 없다며 목청을 높입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 향기, '천국의 아이들'
이란이라는 나라의 이러한 영화들은 기교라든가 현란한
영상으로 치장한 할리우드의 영화 혹은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비하면
지극히 차분하고 일상적이지만 그러하기에 오히려 호소하는 것이라든가
가슴에 스미는 아련함이 깊고도 오묘합니다
언젠가 이란의 배구 경기를 관람하게 되었는데 이란사람들의 응원하는
함성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무조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응원이 아닌
차라리 탄식에 간절함을 담은 애절함이 가슴에 오래오래 남는
응원의 음정이 가슴에 오래 남았어요 문득, 페르시아 제국의 아련하고도
위대한 응집력을 보는 듯 감동적이었지요
아무튼 이란 영화는 홍콩 영화의 씁쓸하고 가슴 아픈 동양적인 동질감의
애처로움과는 또 다른 인생과 삶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과 묘사로 가슴에
오래도록 사무치는 그리움 같은 깊은 여운을 남겨놓습니다
이란 영화는 말이나 과장이 아닌 물 흐르듯 보이는 영상 속
일상과 음색의 톤 그리고 표정 행동으로 미묘하고도 삶의
흔적을 모아 관객에게 고스란히 드러내며 보여주는 것으로
묵직한 뭔가를 내보이곤 합니다
이별은 변명하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버릴 뿐이다
가슴에 눈동자에 거기 지켜보는 눈동자가 허물어지는 가슴을
잃은 채 방황하는 고약하고 쓸쓸한 고통조차 모른 채
과장하거나 허풍을 떨지 않기에
찬란하거나 휘둥그레지거나 번잡하지 않지요
느긋하고 평범하며 조곤조곤합니다
그런 일상의 모습을 보는 가운데
황금을 건져 올립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도륙하며 찾아 헤매던 황금의 땅처럼 빛나는
저녁노을에 금빛으로 물든 강물처럼요
지금 이순간의 일상을 통해 삶과 인생 시간과 사람간의 모습에
비추인 현실을 보게 됩니다
매일을 거울을 통해 보게 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지만
비디오에 찍힌 자신의 목소리와 모습이 영 어색하고 다르게 보이는
왜곡을 통해 자신의 본 모습에 가까워지듯
매일을 지나는 길에서조차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주렁주렁 바라보게 됩니다
자잘한 일상의 대화에 끼어드는 듯한 말들이
이따금 가슴을 콕콕 찌릅니다
귀여워서 고마워서 깜찍하고 유머러스해서......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이런 영화가 있어
간혹 맘이 딱 맞는 이를 만난 뿌듯함에
날이 갈수록 이어지는 아쉬움과 허탈이기보다는
진득함과 속 깊은 마음 씀씀이에 울컥하는 묵직한 기쁨처럼
스미는 후련함이 참 좋아요
누구는 순간순간을 조마조마 아슬아슬하게 살고
누구는 그냥저냥 무던하고 느긋하게 산다
순간순간이 어둠인 이가 있고
순간순간만 빛인 이가 있어요
깜빡이는 어둠이 일상이고
누구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상이예요
깜빡임과 밤과 낮 기쁨과 슬픔은 일상의 평범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삼라만상의 순리이자 진리이지요
맘 편히 산다는 것이
푸근한 햇살 같은 하루가
얼마나 갸륵하고 싱그러운 축복이던가요!
가정,
그리고 삶의 안쪽과 바깥쪽 그리고 자신의 삶
일상의 흔적은 언제나 그대로이며 여전한데
변화의 순간은 번개처럼 환하고 천둥처럼 요란하기만 하지요
사람이 사람을 더구나
온전한 사람이 아닌
어린아이나 치매 노일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기고만장할 만큼 힘겹고 오해받기 쉬우며 서럽도록 난해하며
고독하고 인내를 필요하며 견디기 힘든 일이던가요!
또한, 사람이 사람을 부리는 일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우며 참담하리만치 고약한 일이던가요!
힘겹고 외로운 인생길에 밝고 따스하며 찬란한
한바가지 시원한 물줄기는 정년 무엇일까요!
나도 옳고 그도 옳은데 어이 서로지간 가슴에 상처만 남고
부서지는 가정이라는 모래성에 흔적 없이 사라진 삶의
자국들은 모두 허사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요?
우리의 하루는
그 단 하루는
아마도 잔잔하던 그날의 바다였는지 모릅니다
그런 잔잔함이 돌변하는 야수처럼
우르르 쾅 두들겨대는 한낮의 천둥번개에 어둑해지는 소나기가 되고요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는 폭풍우처럼
느닷없이 요동치는 숱한 날들의 평범이었나 봅니다
우리 삶 인간의 손길이 이루어놓은 탐욕과 아집이 일구어낸
문명과 문화 인공의 모든 것들은 다만 모래성 잿더미에 지나지 않는도 몰라요
니힐리스트일는지
사유하는 존재의 허망일는지는 몰라도
삶의 희열에
소박하고 근엄한 것들이 까마득히 널려있네요
구름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바람은 어디로 가며 또 어디서 다가서는지
알 수도 없고 후련하게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쉼 없이 오고간다는 사실이랍니다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돌변하고 예측할 수없는 상황에 봉착하곤 합니다
정신없는 삶의 시간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걸까요
오는 것들
가는 것들
종잡을 수 없는 흔들림에 변별력 없는 항상성만을 기대하며
흙탕물이 가라앉고 나부낌이 잦아들기만을......
화창하고 바람은 청아하여 기분 좋게 산책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며 먹구름이 몰려와
순식간에 장대 같은 빗줄기를 쏟아부어줍니다
낭만과 희열이 함께인 때라면 그조차 기분 좋고
넘실거리는 파도타기처럼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려니와
홀로 울적한 순간 문득 다가서는 어둑한 한낮 비를 맞아
생쥐 꼴이 되어 비를 가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얼마나 달갑지 않은 허탈인지요
더구나 하늘의 장난이 아닌 사람 사이 한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서서히 조여 오듯 억세게 몰아붙이는 압박감 앞에
자그마하고 가녀리며 연약한 가슴이 바라는 것은
다만 헤아리려는 시늉을 해주거나 마음을 받아주는 척이라도 해주는
마음 씀씀이를 바랬던 거랍니다
떠나겠다고 하면 잡아당길 줄 알아야 하구요
이별하겠다하면 막아서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요
그것이 그간의 정을 드러내는 것이며 믿음을 깨닫게 하는 희미한
마음의 안정일거에요
적어도 최소한의 그리움을 드리울 때 수십 년을 지새운 존재는
비로소 덕을 찾을 이유를 찾게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마저도 아랑곳하지 않는 존재의 무관심한 태도야말로
여린 가슴을 다시 한 번 무너뜨리는 고약한 파괴랍니다
생각할 수 있기에 만물의 영장이라던데
그 잘난 생각이란 것이 앞을 예상하게 하여
고집이 되고 아집이 되었기 때문에
화해도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도 못하며
가슴에 담은 해맑고 순결하며 갸륵한 마음조차
내비추지 못합니다
결국에는 서러우리만치 창백하고 우울한
우리에 갇힌 채 처절하게 메말라 갑니다
존재여!
위대한 인간이여!
신의 대리인이라 일컫는 존재의 불안이여!
세상엔 참 많은 눈들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시선으로 보고 싶은 것들만 관심 있는 것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고 저마다의 가슴으로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런 것들이 얽히고설키어 살며
고마워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격분하기도 하며
오해와 고마움과 무관심속에 살아갑니다
한편의 명작을 통해 저마다의 관점 그네들만의 삶의 방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자신의 삶이 어떤 것이고 무엇이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으며 어떻게 보이는가를 가늠해보며
사색에 잠깁니다
꼬인 것이 있고
평행선이 있어요
하나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다른 하나는 영원히 붙어 있잖아요
이따금
뭐가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꼬였으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착잡할 때가 있어요
살아가는 일이 이래요
우리네 일상이 이러하고요
우리의 삶이라는 것들이 그러하지요
고집 자기만의 생각 자신의 합리
당연하고 합당하며 정당하다는 생각에
다른 것들은 적대시 하거나 귀찮아하거나 외면하곤 하지요
병이 든 부모
부모의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자식
별거중인 상황에서 자식을 데려가려는 외침까지
텅 빈 눈으로 갈등하는 부모 다투는 부모 서로 잘났다며
소리치고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하는 저쪽에서
혼자 슬픔에 빠진 아이가 그저 되어가는 일에
눈만 껌뻑거리고 있네요
부모노릇?
그게 참 힘겹답니다
자식 앞에선 뭐든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를 곧이곧대로 말해야 하는
차라리 차분하고 냉정하며 합리적으로 말해야 하지요
설명해야 하고 알려야 하며 묘사까지 해야 하지만
세상의 일들은 그리 녹녹치도 않고 만만하지도 않으며
간단치도 않지요
그렇더라도 자식에게만은 알려주어야 합니다 사실과 진실이랑 껍질에 가려진
안쪽의 진실한 내면의 소리들을요
본능적으로 위험과 위협을 느끼고
가족이라는 안쪽의 울타리에 살아온 세월은
어느 때 어떻게 해야 하며 무엇이 위기이고 어쩔 수 없이
가족이기에 돌보고 보호하며 감싸야하는 가를 느낀답니다
사람들은 자존심이 있어요 그거 하나로 버티며 사는 이들도 있고요
불합리하며 교묘하고 교활한 이들의 방식을 너무나
혐오하고 반감을 지니고 사는 이도 있어요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 의문 의혹으로 출렁이고 흔들리는 마음에 힘겨운 시간도 있어요
적어도 그런 속임수엔 그런 이들에겐 물러서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지요
그래서 세상은 참 헤아리기 어렵고요
힘겨우며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자신만이 온 세상의 진리를 모두 끌어안고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순 없음이란 걸 스스로도 잘 알거예요
하지만 일상의 삶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질 못하지요
자신의 말과 행동과 생각만이 무조건 옳고 정당하다 여기는
아집과 고집에 빠져 사는 이들이 있어요
물론 그 위에 모든 이들을 한층 앞서 아무도 모르게 속이며 엉큼하고도
치졸하게 사는 이들도 물론 부지기수이지요
부모보다 속이 깊은 자식
철없는 부모의 상처까지 보듬은 채
남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자식의 가녀리기에 더없이 안타까운 속사정
위한다고는 하는데 위하는 건 아니고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설 수 없기에 고집대로 밀어붙이고
차라리 부러질지언정 휘어질 수 없는 인간심리의 오묘한 작동
때론 섬세해야하고
따질건 따져야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못이기는 척하고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답니다
세상만사 되어가는 꼬락서니라는 것들이
대개 그러할 때가 있어요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인 거지요
어지간하고 왠만한 것이라면 져주기도 하고
모른 척 하기도 하며 지나칠 줄도 알아야한답니다
집안일에서 더구나 함께 더불어 사는 가정사에선 더더욱 그러하지요
전혀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는데
조만간 가라앉을 일이라 여겼던 것인데
세상일이란 것이 한 번 꼬이고 고집이 곁들여지며
수렁에라도 빠진 듯 질퍽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게 마련이지요
그러니 장난일랑 애초에 자그마한 거 하나
이기려 버릇 좀 고치겠다고 하던 일들이
정도와 선을 넘을 무렵엔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온답니다
위험한 시도라는 것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그걸 차일피일 미루고 조금 더 가보자며 버티다간
끝장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여자 옷 한 번 입어보고 운명이 바뀌어버린 데니쉬걸처럼
한번 만난 눈빛으로 운명이 되어버린 캐롤의 이야기처럼요
예측 불가 과격일변도의 삶이란 것이
스스로의 삶과 더불어 사는 이들로부터 기대를 저버리고 불신을 확산시키며
문제의 해결이기보다는 외면과 감추기 숨기기라면
그 삶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직하자던 것이 불편이 되고 망설임이 되며
걷잡을 수 없는 삶의 짐이 되곤 합니다
더불어 살기에 도움이 되고 기대게 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신 앞에 죄를 지어선 아니 되기에
신 앞에서만은 떳떳해야하기에
이에게도 자식이 있고 그에게도 자식이 있어요
서로 자신의 자식을 위해 살면서 힘든 삶의 시간을 배회합니다
어느 순간 다가선 운명으로 인해 삶은 피폐한 순간의 고통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표류하고야맙니다
별처럼 아련한 이별의 순간
칼처럼 섬뜩한 선택의 순간
헤어지는 부모 앞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차갑고 혼란스러우며 어지러운 선택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인가요?
도무지 꺾을 수 없는 고집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한 이별이라는 다리를
건너게 합니다
가슴 묵묵하고
이 가을 아름다운 단풍이 눈물이 되는 순간의 길을 홀로 걸어
낙엽이 허공을 긋는 불안하고 차분하며 홀가분한 고요 가운데
바라다 보이는 붉음과 노랑은 얼마나 찬란한 희열의
속살이던가요!
멀어지는 것들
다가서는 것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모든 인연의 아리따운 것들이 흩어집니다
단풍이라는 마지막 잔치를 벌이며 까르르 웃음소리 가득한 가을 한복판에서 말이지요
영화 정보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 이란)
감독 - 아쉬가르 파라디
주연 - 레일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124분, 12세 관람가
휘파람
201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