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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산 Feb 02. 2023

귀신의 집

20230117

사쿠라지마 

아침 7시에 출발한 둘째날, 빠른 이동을 위해 아침식사는 콘비니에서 칸탄하게 사가쯔아게와 조지아 자판기 코히로 해결한 후, 바로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로 향했다. 드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과 파란 호수 사이에서 연기를 뿜고 있는 카미가 웅장하게 솟아있었다. 하지만 더 큰 카미가 우리의 발 아래에 있다. 26600년전 VEI 7.8의 위력으로 터져 25000년전 고동아시안과 시베리안을 분리시킨 아이라 칼데라. 카미 위에 또 카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면 안된다. 이곳은 카미의 세상이다. BC5300에 VEI 7.2로 터져 규슈 남부의 조몬 문화를 쓸어버린 귀신의 세상 鬼界 키카이 칼데라. 이제 귀신의 세상에 살던 조몬인들을 만나러 가볼까. 

화산 위의 화산, 사쿠라지마


우에노하라 조몬의 숲

우리가 지금 일본이라고 하는 이 땅에 가장 먼저 들어와 살던 조몬인들의 흔적을 보기 위해 우에노하라 조몬노모리에 도착했다. 새끼줄 무늬가 있는 토기와 모노노케히메의 아시타카가 목걸이로 가지고 있던 흑요석을 보려면 유료 전시 구역으로 가야했다. 한국어를 아주 조금 할 수 있는 일본인 직원의 안내로 키카이가 휩쓸기 전의 조몬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우에노하라 조몬노모리는 전시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냥 풀밭이다. 듬성 듬성 조몬인들의 가옥과 지질관측관 등이 있지만 정말 그냥 풀밭뿐이다. 하지만 그 풀밭에서 조몬 토기에 도토리를 주어 담던 우락부락하게 생긴 조몬인들을 상상해본다. 관망언덕에 오르면 앞에는 가라쿠니다케 한국악이, 뒤에는 사쿠라지마가 듬직하면서 무섭게 자리잡고 있다. 조몬인들도 분명 이곳에 올라 유황을 뿜는 카미들을 봤을 것이다.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 카미와 요카이의 세계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열심히 유지보수를 하는 니혼진들이 친절하게 인사하며 지나갔다. 

조몬 마을
조개와 도토리를 먹으며
화산으로 둘러쌓인 조몬 마을을 깨끗하게 유지보수하는 니혼사람들


아리무라 용암전망대 

화산이 만든 호수 위에 또 화산이 있는 사쿠라지마에는 화쇄류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있다. 제주의 현무암과 다르게 밝은 회색빛을 띄는 수많은 응회암이 그것을 쏟아낸 화산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계단이 되었다. 근방의 널찍한 초록 숲. 사쿠라지마에서 나왔다는 31kg의 무. 삶을 죽음으로 바꾸는 것도, 죽음을 삶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도 모두 화산이었다. 사쿠라지마 비지터센터로 이동해 화산이 뿜어낸 온센물에 족욕을 하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눈앞에는 화산이 쉬지 않고 계속 열일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쿠라지마
밝은 회색을 띄는 응회암 화쇄류
유황을 내뿜는 화산을 보며 어느 바이크족과 함께 족욕중
닝겐구경중


쿠로카미 매몰 토리이

사쿠라지마가 1914년에 터졌을때 반 이상 묻혀버린 토리이를 보러 갔다. 원래는 3미터의 높이지만 지금은 1미터 정도만 남아있다. 화산이 쏟아낸 2미터 두께의 땅 속에는 1914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매몰 토리이의 바로 맞은 편에는 깨끗하게 닦여진 화산 대피호가 아무렇지 않게 대기중이었다. 

땅에 묻힌 토리이 아이콘이 인상적이다
아래로 2미터가 화산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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