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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산 Feb 04. 2023

신화가 되어라

20230118

팔굉일우 평화의 탑

해질 무렵, 미야자키에 도착했다. 강을 따라 목적지로 가는 길, 물위에서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그 들의 뒤쪽으로 멀리 하나의 탑이 눈에 띈다. 우리는 바로 그 탑을 보기 위해 평화공원으로 갔다. 공원의 입구에는 한국어로도 써있는 안내판이 있었다. “평화의 탑: 1940년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돌로 쌓은 탑으로, 그 높이는 37m입니다.“ 사실이다. 하지만 평화적이지 않았다. 이 탑의 이름은 팔굉일우, 전 세계가 텐노의 지배 하에 있다는 뜻으로 실제 피지배국의 돌들을 가져와 쌓은 탑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정반대로 이름을 지을 수 있을까. 하지만 옴진리교의 교리처럼 그게 진짜 평화라고 생각했을 수도. 

평화의 탑 a.k.a. 팔굉일우


다카치호의 요카구라

다카치호 신사에 저녁 7:45에 도착했다. 8시에 시작하는 카구라를 보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움직였다. 일본 신화 속 가장 중요한 카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마테라스.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사마를 동굴에서 나오게 하려는 다른 카미들의 전통 음악과 춤. 그것을 보기 위해 우리는 1인 1000엔씩 지불하고 다다미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수십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1시간동안 저리는 다리를 주물러가며 힘의 카미 다지카라오가 동굴을 열어줄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동굴의 문이 열리고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가 나오는 순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고 작은 동그란 거울이 동굴 안에 있었다. 거울은 신이었고 힘이었다. 청동 거울의 반짝임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청동을 손에 쥔 자는 세상을 비추는 오오카미사마였다. 

다지카라오의 동굴 열기 직전 춤사위
아마테라스오오카미사마!


아침에 오뎅만 먹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밤 9:30이 되어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주린 배로 운전대를 잡은 장수왕은 427년 평양성으로 천도했을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식당을 향해 달렸다. 도중 발견한 Joyfull 조이후르 식당에 들어갔다. 라스트 오더까지 10분 남았는데 괜찮겠냐고, 과하게 친절한 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다이죠부데스를 외치면서 아무도 없는 커다란 양식당에 들어가 기쁨으로 꽉찬 일용할 양식을 즐겼다. 

고맙게도 늦게까지 영업하는 조이후르


천안하원 아마노야스가와라

다음날 아침 아마테라스가 있던 동굴을 찾아갔다. 깊숙하게 깎여있는 다카치호 협곡을 따라 우리는 메이와쿠가 되지 않도록 일렬로 맞춰 걸었다. 가는 길을 따라 소원을 비는 돌탑들이 쌓여있었다. 드디어 아마테라스가 있던 동굴에 도착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돌탑들이 아마테라스에게 소원을 빌고 있었다. 동굴의 입구는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열 수 없는 커다란 크기였다. 힘의 신 다지카라오만이 동굴을 막고 있던 큰 바위를 들어 아마테라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을 아마도 스스로가 신화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힘의 카미 다지카라오
아마테라스가 세상을 등지고 숨어있던 동굴



요시노가리

일본에서 가장 한국적인 곳을 가기 위해 사가현으로 향했다. 날이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도 한국의 느낌을 더해주었다.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의 넓이는 약 45km², 40인 강남구보다 더 크다. 스가와라상은 요시노가리가 BC 1200 송국리와 크기만 다르지 아예 똑같다고 했다. BC 800 야요이인들은 청동과 벼를 들고 이 땅에 도착했고 BC 600 나바타케에서 농경을 정착시켰다. 그리고 BC 400 바로 이 곳 요시노가리에서 송국리의 환호, 성루, 창고 등을 그대로 만들었다. 커다란 마을을 만들어 외부인으로부터 목숨보다 더 귀중한 쌀을 지켰다. 송국리에서도 그랬듯 죽은 자들을 커다란 옹관에 넣어 작은 언덕 정도의 흙더미 속에 묻었다. 그렇게 조몬은 서서히 야요이가 되었다. 

벽을 쌓고 망루를 만들어 마을을 지켜야한다. 쌀이 있으니까
도래인들의 마을, 요시노가리
야요이의 무덤


내일은 작은 언덕이었던 무덤이 얼마나 더 커졌는지를 보러 大阪 큰 언덕 오사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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