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0
호류지
나라에 입성한 우리는 마굿간 왕자 쇼토쿠 타이지가 607에 세운 호류지로 갔다. 법륭사, 호류지의 탑 상륜부가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중문으로 들어서니 웃통을 벗고 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아/흠 금강역사가 우리를 환영한다. 서원가람에 들어서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古의 목조건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미치자네는 뾰족하게 솟아있는 스투파가 무덤에서 왔다고 했다. 어제 보았던 흙더미 고훈과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생각해보니 결국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쿠시지
이번엔 내가 만든 절이다. 672 덴무덴노가 아픈 황후를 낫게 하기 위해 약사여래를 모시는 절 약사사, 야쿠시지를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에는 누군가 아프면 절을 만들고 약사여래상을 모셔서 그 병을 낫게 했다. 운좋게 나으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낫지 않으면 또 절을 세워야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들에겐 그것이 최첨단 의학 기술이었다. 그들에게 부처는 약사고 의사였다. 탑을 세우고 금당을 짓고 각 맞춰진 회랑을 만들면서 철썩같이 믿고 있었을 것이다. 황후가 나을 것이라고. 인간에 믿음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절을 보러 이동한다. 고속도로에서 열심히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제멋대로 차로를 왔다갔다 하던 오도바이 폭주족이 바로 내뒤에 붙었다. 차선변경을 하려다 그의 폭주 때문에 살짝 위험했다. 순간 그는 나를 추월했고 뒤를 돌아 나를 보며 너무나 예의바르게 오른손을 들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의 친구 둘이 똑같이 오토바이로 폭주하며 나에게 똑같이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그 고속도로에서 굳이 뒤를 돌아 고개까지 숙여 인사하는 폭주족이라니… 얏빠리 니혼진데스.
고후쿠지
후지와라 가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고후쿠지, 흥복사에 도착했다. 고후쿠지 역시 야쿠시지와 마찬가지로 아내의 병환을 낫게 하기 위해 만든 절이다. 669 후지와라노 가마타리가 세운 고후쿠지. 이곳에 오면 사람들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 잡는 것은 탑도 금당도 아닌 바로 시시가미, 사슴이다. 사람을 전혀 피하지 않는 사슴들이 드넓은 나라공원 전역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과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시시가미와 셀카을 찍으려고 다가갔다. 적당한 거리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시시가미가 내 귀에 입맞춤을 했다. 생명을 주기도 가져가기도 하는 시시가미. 부디 내 생명은 빼았지 않기를. 귀여운 사슴들을 뒤로 하고 후지와라 가문이 가지고 있던 보물들을 보기 위해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하나만 있어도 놀랄만한 국보 수십개가 각에 딱딱 맞게 전시되어 있었다. 부처의 아들 라후라, 세 얼굴의 아수라, 보는 각도에 따라 인자하기도 무섭기도 한 부처의 얼굴 불두. 한 가문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보물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니. 그 시대에는 아마 모두가 후지와라 가문에서 태어나고 싶었을 것 같다.
도다이지
고후쿠지에서 귀여운 사슴들과 함께 걸으며 도다이지로 향했다. 737 후지와라 사형제가 역병으로 죽자 738 교우키 스님을 주축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절이 만들어졌다. 동대사, 도다이지는 정말 大하다. 크고 크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문을 지키고 있는 금강역사, 본당 지붕에 금색빛을 뽐내고 있는 치마, 상륜부만 남아있는 탑, 여행 내내 외웠던 시텐노, 그리고 손가락 하나가 사람만한 15미터의 다이부쯔 대불. 다 크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터지고 쯔나미가 발생하고 거기에 역병까지 도는 이 아수라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커다란 부처님을 만들어 불심을 증명해보이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뵤도인
후지와라 가문의 마지막 종착역, 평등원 뵤도인에 도착했다. 등나무가 상징인 후지와라 가문의 후지와라 요리미치는 1052 아버지 미치나가에게 물려받은 별장을 사찰로 만들었다. 이 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미타여래좌상의 모조품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는 봉황당과 아미타여래상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려갔지만 클로징 30분 전이었다. 주차장 직원도 뵤도인 치켓또 오피스 직원도 30분 남았다는 것을 강조했고 우리가 괜찮다고 하니까 알았다면서 제값을 다 받았다. 그들에겐 얄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가 지는 등나무 정원에서 우리는 모두가 후지와라가 되어 잠시나마 극락정토를 느끼고 클로징 타임에서 1분이라도 늦어질까 빠르게 뵤도인을 빠져 나왔다.
중화소바
드디어 저녁시간! 오뤼자상이 교토의 중화소바집을 추천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라멘이 일본에 막 정착했을 때의 그 맛을 보기 위해 우리는 비를 맞으며 신푸쿠사이칸, 신복채관으로 달려갔다. 역시 줄서는 집이었다. 우리는 신중하게 각자의 소바를 선택하고 빗속 웨이팅 후 들어가 드디어 중화소바와 볶음밥을 먹었다. 국물을 한 스푼 먹었는데…! 그냥 간장이었다; 이것은 국물을 마시는 라면이 아니다. 면을 간장에 적셔가며 먹는 음식이다. 간장 베이스를 즐겨 먹지 않는 스가와라상과 덴무덴노는 볶음밥에만 집중했고 오뤼자상과 장수왕은 국물을 조금 남겼다.
내일은 평안을 찾기 위해 헤이안쿄로 간다.